[공원의 미래③]"쉴 곳이 없어요"… 녹지 '0%' 도시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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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찾은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 국가산업단지.
1960년대 구로공단으로 시작한 구로·가산디지털단지(G밸리)는 현재 16만명이 IT벤처기업으로 출근하는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지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G밸리 곳곳을 녹지 축으로 연결해 '녹색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가든밸리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이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G밸리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녹지 확충이 아니라 도시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며 "녹지와 문화·여가 공간을 확충해 근로자의 휴식과 교류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창의적 협업 환경이 조성돼 G밸리의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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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축 조성해 연결하는 '가든밸리'
현장에서는 이미 가로숲 등 조성 속도
"그늘 많아지면 장사에도 도움될 것"

'공원 녹지율 0%'
지난 18일 찾은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 국가산업단지. 낮 더위가 30도로 낮아진 점심시간 직후에 찾았지만 산책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곳에서 13년째 근무 중이라는 김정환(42·가명)씨는 "덥기도 덥지만 밥 먹고 산책할 공원이나 앉아서 쉴 곳이 없다"며 서둘러 사무실로 이동했다.
1960년대 구로공단으로 시작한 구로·가산디지털단지(G밸리)는 현재 16만명이 IT벤처기업으로 출근하는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지다. G밸리는 산업기능 중심의 개발이 장기화하면서, 시민과 근로자가 머물고 쉴 녹지와 여가공간이 부족해 회색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G밸리 전체 면적 192만㎡ 중 공원·녹지는 0%로 지식산업센터 건축시 조성된 공개공지 150여개가 녹지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회색도시 G밸리도 변화하기 시작됐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G밸리 곳곳을 녹지 축으로 연결해 '녹색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가든밸리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438억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G밸리 전역에는 4만㎡ 규모의 가로숲정원과 6만㎡ 규모의 공유정원(6만909㎡)이 들어선다.
현장에서 확인한 공사 속도는 빠르다. 도시계획상 공원녹지가 전혀 없는 이곳에서는 가로수·띠녹지를 확충한 '도심형 가로숲', 활용도가 낮은 공개공지를 활용한 '공유정원' 조성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달 초에는 7750㎡ 규모의 구로구 가로숲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느티나무와 나무수국, 황금사철, 블루엔젤 등 교목·관목과 가우라, 꼬리풀, 무늬비비추 등 관목과 초화류 등 총 18만3600주의 식물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역 주변 등 이용객이 많은 곳에는 포켓정원을, 녹지 조성이 어려운 인공지반에는 플랜터형 정원을 마련했다.
특히 자연형 식재 기법을 적용해 기존 산업단지 거리와 차별화된 녹색 경관을 구현했다. 제설과 보행량이 많은 구간은 유지관리까지 고려, 정원작가 자문을 통해 계절감도 살렸다.
노후 벤치를 제거하고 이동식 플랜터를 설치한 곳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콘크리트 인도로만 연결됐던 디지털로는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진 미니정원식 벤치들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로 일대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 김용현(45·가명)씨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오래된 테크를 걷어내고 식물을 심고 쉴 공간을 마련하면서 머무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그늘이 많아지고 방문객이 늘어나면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곳의 변화를 끌어낸 것은 시민이다. 서울시는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디·가디만 가면 괜히 우울하다, 퇴근하면 바로 떠나고 싶다"는 의견에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별도 간부회의를 소집, "G밸리 일대를 청년들이 일하고 즐기고 머물 수 있는 서남권 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하반기 중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일대 5개 노선에도 1만410㎡ 규모의 가로숲정원 공사를 시작해 11월 공개한다. 내년에는 구로구·금천구 9개 노선에 2만1980㎡ 규모의 가로숲정원 공사를 계획했다. 사업비의 70%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공유정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 하반기 구로·금천구 9개소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68개소 조성이 목표다.
서울시는 G밸리를 시작으로 도심 내 녹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선다. 산업단지 경쟁력이 더 이상 공장과 오피스 공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도시환경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준공업지역 제도 개선을 반영한 첫 민간개발인 교학사 부지 개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그간 규제와 관리 위주로 이뤄졌던 기존 준공업지역을 제조업, 업무, 주거, 여가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G밸리 내 특별계획구역에 속한 대지면적 1만5021㎡의 교학사 부지에는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의 주거·업무·전시장·갤러리·체육시설·공공도서관과 녹지공간이 결합된 복합시설이 조성된다.
일대 가리봉동과 가산디지털단지로의 녹지 연계도 준비 중이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가산디지털단지역 '펀스테이션' 조성을 통해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G밸리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녹지 확충이 아니라 도시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며 "녹지와 문화·여가 공간을 확충해 근로자의 휴식과 교류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창의적 협업 환경이 조성돼 G밸리의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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