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싹 바뀐 EPL 유니폼…도박업체 지운 ‘새 스폰서’ 정체

박린 2026. 8.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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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는 메인스폰서를 베팅업체 대신 AI기업 템포럴로 교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개막한 2026~2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그라운드에서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20개 구단 중 11팀이 유니폼 정중앙에 베팅업체 로고를 부착했고, 계약 규모만 총 1억 파운드(1892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올 시즌 유니폼 전면에 도박 업체가 사라졌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2023년 도박 중독 우려 등을 고려해 경기 당일 착용하는 유니폼 전면에 베팅업체 스폰서 부착을 금지하기로 합의했고, 유예기간을 거쳐 올 시즌부터 적용했기 때문이다. 2005년 영국 도박법이 통과돼 2006년부터 베팅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기 시작한지 20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BBC와 디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8팀이 올여름 베팅 업체 대신 새로운 메인스폰서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빈자리에 대중에 인지도를 높이기 원하는 테크(기술), 금융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풀럼과 크리스탈 팰리스는 기존 베팅업체 대신 각각 AI 기업 클럽하우스, 템포럴과 손을 잡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스냅드래곤), 입스위치타운(헤일로) 등 4팀의 메인스폰서가 테크 기업이다.

에버턴도 베팅업체 대신 금융 기업 CMC마켓를 메인스폰서로 맞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에버턴과 노팅엄 포리스트는 베팅업체 대신 금융 기업 CMC마켓, 마렉스를 메인스폰서로 맞았다. 기존의 리버풀(스탠다드차타트), 토트넘(AIA), 브라이튼(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번트리시티(몬조)를 포함해 총 6팀이 금융기업 후원을 받는다.

이밖에 브렌트포드는 채용 플랫폼 ‘인디드’, 본머스는 보험사 ‘바이탈리티’, 뉴캐슬은 스포츠음료 ‘녹스 하이드레이트’와 메인스폰서십을 맺었다. 애스턴 빌라는 기존 베팅업체보다 금액이 더 큰 2000만 파운드에 ‘비짓 르완다’와 계약했으나, 르완다 인권 문제와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메인스폰서를 못찾은 첼시와 선덜랜드는 유니폼 전면을 비운 채 시즌을 맞았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초기 일본 전자기업이 주를 이뤘던 메인스폰서는 1990년대 중반 주류 브랜드를 거쳐, 2006년부터 베팅업체가 장악해왔다. 베팅업체들은 수백 만명의 잠재고객에 다가가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스폰서십에 거액을 지불해왔다. 프리미어리그 글로벌 중계시장 인기가 치솟으면서, 계약 규모는 1992~93시즌 5800만 파운드에서 2024~25시즌 24억파운드로 4000%나 급증했다.

맨유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입은 트레이닝복에는 베팅업체 베트웨이가 새겨져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빅6’를 제외한 중하위권팀들은 수년간 베팅업체에 의존해오다가 이번 규제로 계약 규모가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리미어리그팀들의 유니폼은 기업들에는 거대한 광고판이다. AI 시대에 돌입한 만큼 앞으로 테크와 AI, 암호화폐 기업의 진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규제는 경기 당일 착용하는 유니폼 전면에만 국한돼 실효성 지적도 나온다. 소매 패치와 훈련복에는 여전히 베팅업체 광고가 허용된다. 애스턴 빌라와 에버턴, 본머스는 소매에 베팅업체 로고를 남겼고, 맨유는 베팅업체(벳웨이)와 연간 2000만 파운드 규모의 트레이닝복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구단 소셜미디어 콘텐트의 약 90%에서 선수들이 훈련복을 입고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싱크대에 튄 토마토 소스를 키친 타울로 대충 닦아낸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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