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닉 40조 소각, 50조 더 푼다? “사팔 말라” 최태원의 장담

“앞으로 과연 자사주를 사겠는가.”
2025년 8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 하계포럼 기자간담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은 당시 여당이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프리덤(자율성)을 줄이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유인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외부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유동성 관리를 위해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 않고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재계의 주장을, 최 회장이 대리한 것이기도 했다.
SK그룹은 대기업 중에서도 지주사의 자사주가 많은 곳으로 꼽혀왔다. 과거 뼈아픈 역사 때문이다.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은 1768억 원을 투자해 SK㈜ 지분 14.99%를 확보한 뒤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해 최 회장 체제를 흔들었고, 최 회장은 이듬해 표 대결 끝에 간신히 경영권을 지켜냈다. 이후 소버린은 2년 4개월 만에 주식을 매도해 차익만 약 8500억원을 챙겨 떠났다. 이 악몽 이후 SK㈜는 자사주 비율을 24%까지 높였다.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유발하는 대표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외부에서 경영권을 흔들려는 시도를 방어하기 위한 그룹의 선택이었다.
지난 19일, 최태원 회장이 미등기 회장직을 맡고 있는 SK하이닉스는 40조원의 자사주를 앞으로 3개월간 취득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인 166만2000원 기준 2407만주로, 발행주식(총 7억3049만2365주)의 약 3.3% 규모다. 2027년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주주환원 비율도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사실상 상단을 없앴다.
이틀 후 삼성전자 역시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세부 방법에 대해서는 30조원 현금배당만 공개하며 SK하이닉스의 기록은 유지됐다.
얼핏 최 회장의 1년 전 발언과는 상반된 행보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상황이 바뀌었다. 1년 새 코스피가 폭등했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었으며, 주주환원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과연 자사주를 사겠는가”고 되묻던 최 회장이 상장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 이유. 그 전후 속사정을 The Joongang Plus가 자세히 뜯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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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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