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물량공세’에 요격용 공중 미사일 쌓는 한국…“전쟁나면 역부족”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추가 도입을 추진하면서 전시 요격용 미사일 재고 보강에 나섰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증산과 자폭드론 전력화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현재 추진 중인 도입 규모로는 전시 소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국무부, AIM-9X 100여 기 판매 잠정 승인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한국에 AIM-9X 사이드와인더 블록Ⅱ 전술미사일 103기와 전술유도장치 10기 등을 판매하는 대외군사판매(FMS)를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총 예상 비용은 1억2500만 달러(약 1735억원)로 주계약자는 미 방산업체 RTX다. 계약은 미 의회의 심사와 양국 간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승인은 지난 6월 10일 미 국무부가 한국에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AIM-120C-8 암람 70기와 유도부 2기를 판매하는 안을 잠정 승인한 지 두 달여 만에 나왔다. 당시 예상 사업비는 2억9200만 달러(약 4053억원)였다.

北 순항미사일·자폭드론 놓고 물량 공세 위협 고조
추가 도입 시점은 북한의 공중 위협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탄도·순항미사일 생산능력을 5년 내 기존의 2.5배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2024년 11월에는 자폭드론의 본격적인 대량생산을 명령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5월 인공지능(AI) 유도 기능을 적용했다는 전술순항미사일을 공개하며 전방 부대에 배치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자폭드론과 저고도 순항미사일이 동시에 침투하는 상황에선 요격 성능뿐 아니라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는 미사일 수량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전에서 이미 미군은 공대공미사일 탑재를 늘리는 식으로 요격 가능한 표적을 늘리고 있다. 2024년 홍해에서 미 해군의 조치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 해군은 후티 반군의 드론 물량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F/A-18E/F 슈퍼호넷에 AIM-9X 4기와 AIM-120 5기 등 공대공미사일을 최대 9기까지 탑재하는 구성을 긴급 도입했다. F-15K, KF-16, F-35A 등에 AIM-9X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 공군 역시 지난 5월 실사격 훈련에서 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 표적에 AIM-9X를 쐈다.
이란전쟁이 드러낸 현실, 요격 미사일 재고가 작전 지속 좌우
최근 잇따른 전쟁에서 요격 미사일 재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점도 이번 도입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자폭드론과 저고도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날려 방공망의 요격용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방식이 우크라이나와 이란전쟁에서 반복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3월 “이란전쟁 발발 직후 단 3일 만에 패트리엇 800발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가 지난 4년 간 전면전 동안 받은 패트리엇은 600발이었다”고 주장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달 이란전쟁 이후 미국의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재고가 전쟁 전의 35~40% 수준으로 줄었다고 추정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 2월 암람의 연간 생산량을 1900기까지 늘리는 7년짜리 협약을 RTX와 체결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패트리엇 PAC-3와 사드의 생산능력을 각각 3배와 4배로 확대하는 기본협약도 발표했다. 여기엔 생산능력과 비축량이 작전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비축 경쟁 나선 전 세계…한국에도 과제
다른 국가들도 공대공미사일 비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 정부가 지난해 판매를 잠정 승인한 AIM-9X 계열 물량은 노르웨이 300기, 덴마크 340기, 벨기에 최대 578기였다. AIM-120 계열의 경우 일본이 지난해 최대 1200기, 사우디아라비아가 1000기를 요청해 미 국무부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주요 국가의 움직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공대공미사일 확보 속도와 규모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M-9X 블록Ⅱ는 대량 공습 상황에서는 100발이 수시간 안에도 소진될 수 있다”며 “미사일은 영구 보관품이 아니므로 노후탄을 제때 교체하면서 전시 작전소요를 충족할 만큼 신형탄을 끊임없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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