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문엔 ‘실버 버튼’, 상임위서 ‘라방’…유튜브 정치 푹 빠진 국힘

류효림 2026. 8.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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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실 소속 보좌진이 삼각대를 연결해 이 의원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정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이 의원실 보좌진에게 이동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회관 339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 출입문에는 유튜브 ‘실버버튼’이 걸려있다. 실버버튼은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기념패다. 주 의원은 지난해 실버버튼을 받은 뒤 이를 줄곧 출입문에 전시해두고 있다. 통상 의원실 출입문에 걸려 있는 지역구 슬로건, 소속 단체 기념패보다 유튜브 실버버튼이 더 대접받는 셈이다.

21일 기준 구독자가 44만3000명인 유튜브 채널에서 주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 문제, 조희대 대법원장 이슈 등 정치 현안을 정리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콘텐트를 주로 게시하고 있다.

주 의원뿐 아니라 국방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의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6만명, 세계은행에 재직했던 조정훈 의원 채널 구독자는 18만명이다. 두 의원도 의원실에 실버버튼을 전시해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39만7000명으로, 한 의원은 지난 일주일간 영상을 6개 올렸다. 주로 지역구인 부산 북갑, 상임위 활동과 관련한 콘텐트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7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버버튼'을 언박싱(개봉)했다. 한 의원 유튜브 캡처

과거 유튜브는 진보 진영 인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플랫폼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4년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고,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권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정청래 의원(71만), 김병주 의원(48만), 박선원 의원(43만), 박주민 의원(37만) 등이다.

하지만 최근엔 보수 진영서도 유튜브 바람이 적잖게 불고 있다. 인지도를 높이고,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조정훈 의원은 “지역구에서 나를 잘 몰랐던 청년들도 요즘 ‘유튜브에서 봤다’며 많이 알아본다”고 전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내 주요 발언이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플랫폼을 통해 영상으로 가공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때가 종종 있는데, 페이스북 등에 SNS 게시글 직접 올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 앞엔 유튜브 채널 ‘주진우의 이슈해설’의 실버버튼을 걸려있다. 주 의원은 지난해 실버버튼을 받은 후 쭉 실버버튼을 걸어뒀다. 류효림 기자


하지만 이런 ‘유튜브 정치’ 확산에 따른 갈등이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 집단 린치’라는 문구가 적힌 섬네일(미리 보기 화면)을 걸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생중계하다가 제지를 받았다. 익명을 원한 의원실 보좌진은 “요즘 보좌진들은 이른바 ‘유튜브 각’(조회수가 잘 나올 것 같은 상황)이 나올 때 의원들을 재빨리 촬영한다”며 “아무래도 여야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조회수가 높다 보니, 주로 자극적인 영상이 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지지층이 열광하더라도 상임위 현장에서 생중계 라이브를 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초선 의원은 “요즘 상임위 회의를 들어가면 여야를 막론하고 유튜브 쇼츠를 노리고 일부러 갈등을 자극하거나 의도적으로 화를 내는 의원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의원이 B급 엔터테이너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

류효림 기자 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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