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엔진’ 돌리는 카카오, 카톡 떼어 ‘카카오AI’ 신설 승부수
카카오가 인공지능(AI) 회사와 투자 회사로 쪼개진다. 카카오톡을 떼어내 AI에 집중하는 신설 법인을 만들어서 시장의 저평가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카카오 법인을 신설법인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 하는 안을 결의했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카카오AI가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카카오는 12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카카오의 핵심 사업군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연결하는 AI 회사 카카오AI의 신설이다.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대표를 맡는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디케이테크인·케이앤웍스 등 운영 자회사가 편입된다. 카카오톡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의 의도를 읽고 상품 탐색·추천·구매·결제까지 이어지는 ‘에이전틱 AI’를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거대언어모델 대신 저비용·고효율을 내세운 온디바이스 모델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 수준의 매출 성장을 통해 카카오AI 매출을 6조원까지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X는 투자회사로 재편된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대표를 맡아 ▶테크핀(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사업군을 관리한다. 카카오X는 보유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약 2조3000억원과 자회사가 보유한 약 4조1000억원의 재원을 활용해 가상자산, 피지컬AI 등 신규 사업군도 발굴해 투자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카카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인적 분할이 되면 양사는 독립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 이후 기존 임직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도 100%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분할 후 주주환원 정책도 실현한다. 카카오AI는 향후 3년 간 잉여현금흐름의 20~35%를,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 30%와 투자차익 30%를 배당 형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AI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시장의 재평가를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AI는 이번 분할을 계기로 자회사 관리 역할을 분리하면서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 구조가 갖춰졌다. 앞으로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데 모든 자원을 배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영 내정자는 “국내외 증권사에서 카카오의 잠재가치를 34조2000억원으로 평가하는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이라며 “50% 이상 평가절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이사회와 여러 논의를 거쳐서 현재의 구조가 장기적 성장, 기업가치 제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6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6.06.24.](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1/joongang/20260821170640169ibdq.jpg)
이번 분할이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카카오 지분은 김 센터장이 13.27%, 김 센터장이 100%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10.44%를 보유하고 있다. 분할 이후에도 김 센터장은 지분율 변동 없이 대주주 지위를 이어간다. 김 센터장은 이날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구조를 재설계해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카카오 임직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저평가는 자회사들의 중복상장과 AI 사업 부진 때문인데, 단순히 인적 분할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인적 분할은 통상 각각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사업군을 분리하는 방식”이라며 “카카오의 분할은 ‘AI+메신저’와 나머지로 구분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주가는 인적 분할이 발표된 후 이날 장중 한 때 13%까지 하락했다.
성지원ㆍ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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