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한달 일한 중국인, 평생 국민연금 타먹는다…‘추납 꼼수’ 논란

정재홍 2026. 8. 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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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경포동 들녘에서 농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국민연금에 단 1개월만 가입한 외국인이 과거 기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추후납부'(추납)를 통해 10년의 가입 기간을 채운 뒤 노령연금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납 제도는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납부예외 기간이나 결혼·출산 등으로 가입 이력이 끊긴 기간에 대해 나중에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999년 도입됐으며 2016년 11월부터는 무소득 배우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적용제외 기간도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할 수 있도록 대상이 확대됐다.

문제는 외국인 가입자도 추납 대상 기간이 있고 당시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다면 10년 미만 범위에서 추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등의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 특히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추납 신청이 늘면서 이를 통해 노령연금 수급 요건을 갖추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가입 기간이 최소 120개월, 즉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실제 국민연금공단 일선 지사에서는 국내에서 짧은 기간만 근무한 뒤 추납으로 가입 기간을 채워 연금을 받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중국인 A씨는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해 사업장에서 1개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60세가 됐다. 당초 반환일시금 수급 대상이었지만 119개월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해 120개월의 가입 기간을 채운 뒤 매월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인 B씨는 건설 일용직으로 1개월 가입한 뒤 출국하면서 반환일시금을 받았다. 이후 다시 입국해 1개월간 가입하고 임의계속가입 1개월을 추가한 뒤 기존에 받은 반환일시금을 반납하고 119개월을 추납해 총 121개월의 가입 기간을 확보했다. 현재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영주 자격(F-5)을 가진 중국인 C씨는 9개월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128개월분을 추납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 가입한 외국인이 추납 제도를 이용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자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서는 제도 취지에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납은 본래 경력단절 전업주부나 실직자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연금 수급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외국인이 단기간 가입한 뒤 연금 수급 요건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제도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 체계상 문제도 제기된다. 국민연금법은 외국인이 원칙적으로 임의가입자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외국인이 과거 무소득 배우자였던 적용제외 기간 등에 대해 추납할 수 있어 관련 규정이 서로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추납 자격을 정확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외국인의 과거 가입 대상 여부나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 이력, 당시 체류 자격 등을 국내 공적 자료만으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국가별 가족관계·혼인 증명 서류도 형식이 제각각이어서 일선 창구에서 진위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거주 수급자에 대한 사후 관리 문제도 있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수급자의 사망 여부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면 노령연금이 계속 지급되거나 유족연금 관리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단 일선에서는 반환일시금 반납과 추납을 함께 활용해 최소 가입 기간인 120개월을 채우는 외국인이 늘면서 연금기금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외국인 추납 기준을 별도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국민연금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추납 대상과 인정 기간, 수급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해외 수급자에 대한 자격 검증과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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