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한 번만 헹구면 암 신호 잡는다"…韓 연구진이 개발한 놀라운 기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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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을 한번 헹구는 것만으로 위암과 대장암의 신호를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개발됐다. 건강할 때는 장까지 내려가 정착하기 어려운 입속 미생물이 암 환자에게서는 장내로 더 많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와 장래근 박사,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용찬·김태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와 허지원 충남대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진단 전략을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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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명 분석·해외 2031개 시료 검증…비침습 암 선별검사 가능성
입안을 한번 헹구는 것만으로 위암과 대장암의 신호를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개발됐다. 건강할 때는 장까지 내려가 정착하기 어려운 입속 미생물이 암 환자에게서는 장내로 더 많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미생물의 '이상 이동'을 수치화해 암을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와 장래근 박사,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용찬·김태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와 허지원 충남대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진단 전략을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숙주와 미생물의 상호작용 분야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앤드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이날 온라인 게재됐다.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됐다.
사람은 하루 약 1ℓ의 침을 삼킨다. 이 과정에서 약 1조마리의 구강 미생물도 소화기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위장관에는 강한 위산과 면역체계라는 방어막이 있어 입속 미생물이 장까지 내려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입과 장의 미생물 생태계는 서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연구팀은 암과 같은 질환이 생기면 이 '미생물 장벽'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입에서 장으로 넘어간 미생물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면 질병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암 걸리자 무너진 '입-장 미생물 장벽'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헬스체크업을 찾은 건강인과 대사질환자, 위암·대장직장암 환자 등 507명에게서 구강과 대변 시료 1010개를 동시에 채취해 분석했다. 구강과 대변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미생물의 염기서열 변이를 추적해 대변 속 미생물 가운데 입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의 비율을 계산했다. 이를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로 만들었다.
분석 결과 위암과 대장암 환자의 전이 지수는 건강한 사람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음주와 운동, 체질량지수(BMI) 등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차이가 뚜렷했다.
암의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서도 미생물이 이동하는 양상이 달랐다. 연구팀은 입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미생물의 특징이 암의 존재뿐 아니라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분석 기법인 '랜덤 포레스트'를 이용해 위암과 대장암 환자를 구분하는 모델도 만들었다. 국내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성능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7개 외부 임상 코호트의 2031개 시료를 이용해 검증했다. 서로 다른 국가와 집단에서도 암 관련 미생물 신호가 재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대변 없이 구강 시료만 사용해도 암과 관련된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다. 입안을 헹궈 시료를 얻는 간단한 방식으로 향후 위암·대장암 선별검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대변잠혈검사보다 높은 민감도…상용화엔 추가 검증 필요
연구진은 현재 대장암의 대표적인 1차 선별검사인 대변잠혈검사와도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이번 마이크로바이옴 모델이 암 환자를 실제 암 환자로 찾아내는 '민감도' 측면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곧바로 입을 헹구는 것만으로 위암이나 대장암을 확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건강검진에 활용하려면 더 큰 규모의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정확도와 위양성·위음성 가능성을 검증하고, 기존 위·대장내시경이나 대변잠혈검사 등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검사를 받아야 할 고위험군을 간편하게 골라내는 비침습적 '선별검사' 후보 기술에 가깝다.
김 교수는 "간단히 입을 헹구는 것만으로 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암 검진의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유전정보 및 임상정보를 결합한 개인 맞춤형 질병 위험 예측 모델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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