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뉴스터치] 아이 갓 어 키스

장혜수 2026. 8.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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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선임기자

영상을 전 세계 수천만 명이 봤을지 모른다. 당신도 봤을 수 있다. 그래도 영상 속 상황 묘사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15일 방탄소년단(BTS)의 아리랑 월드투어 공연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렸다. 공연 중간쯤 멤버 지민이 객석으로 다가갔다. 머리칼 없는 소녀가 서 있었다. 한눈에도 소아암 환자다. 소녀 앞에 선 지민은 따뜻하게 시선을 맞춘 뒤 선물을 건넸다. 허리 굽혀 소녀를 포옹하고는 볼에 입맞춤한 뒤 무대로 돌아갔다. 소녀는 소리쳤다. “아이 갓 어 키스(나 뽀뽀 받았어).” 공연 참관은 난치병 환아와 그 가족을 돕는 ‘히어로즈 포 칠드런’이라는 미국 비영리단체가 환아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메이크-어-위시)의 일환이었다. 감동은 미담의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았다. BTS 팬덤 아미는 단체 홈페이지로 몰려가 기부 버튼을 눌렀다. 하루 만에 7만 달러 넘게 기부금을 모았다.

BTS는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공연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꼭 6개월이 됐다. 이번 투어에서는 주인공 BTS 못지않게 아미가 신스틸러로서 빛났다. 지난 5월 멕시코시티 공연 때다. 첫날 공연장 앞은 입장권을 못 구한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지나가던 BTS의 손 인사에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모녀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관람 기회를 선물하자”며 아미가 뭉쳤고 모녀는 마지막 날 공연에 함께했다. 11살 멜라니도 인파 속 한 명이었다. 공연에 함께하지 못했던 멜라니는 며칠 뒤 급성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미끼리 굿즈·간식 등을 나누는 프리비 나눔에 열심이었던 딸의 뜻을 새겨 부모는 장기 기증으로 8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소식을 접한 지역 아미는 장례식을 찾아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풍선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따뜻한 시선은 거대한 담론보다 힘이 세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기폭제다. BTS의 이번 투어에서 세상이 주목하는 건 경제적 파급효과가 아니다. 영향력을 사회적 선순환으로 전환한 BTS와 이를 포용해 세상을 바꾸는 아미에 주목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행과 파도 파도 쏟아지는 미담, 보고 또 봐도 감동이다.

장혜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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