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된 이의리, 매일이 해피엔딩

고봉준 2026. 8.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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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후반기 최고의 반전 주인공은 단연 KIA 타이거즈 왼손 투수 이의리(23·사진)다.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에 발목을 잡혀 고전했지만, 최근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이후 연일 호투하며 소속팀의 새로운 복덩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1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은 ‘이의리의 환골탈태’ 시리즈 출발점이었다. 마무리로 처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지난 2021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최고 시속 157㎞를 찍은 강속구를 앞세워 6경기 연속 호투하며 3세이브를 추가했다. 올 시즌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KIA는 이의리의 활약에 힘입어 치열한 중상위권 경쟁구도를 버텨냈다.

이의리는 광주일고 시절부터 시속 150㎞를 뿌리며 ‘괴물 왼손’으로 주목 받았다. KIA가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1차지명으로 선택한 이유다. 초반 행보도 활기찼다. 3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뒤 데뷔 시즌 신인왕에 올랐고 이후 두 시즌 간 10승(2022)과 11승(2023)을 보탰다.

탄탄대로를 질주하던 그의 야구 인생은 지난 2024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함께 급정거했다. 재활을 거쳐 복귀했지만, 마운드는 더 이상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해 10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7.94. 올해 전반기에도 10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단 한 번도 6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1승 6패 평균자책점 9.42에 그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KIA 구단은 그에게 ‘쉼표’를 제시했다. 지난 6월 심재학 단장과 이범호 감독이 뜻을 모아 이의리를 일본 지바현의 스포츠 과학 훈련 시설로 보냈다. 심 단장은 “전반기까지 이의리는 좌절 직전이었다. 체력과 멘털 모두 온전치 못 했다”면서 “의료진과 분석관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되찾으며 마음의 병도 훌훌 털어내길 바랐다”고 말했다.

복귀 후엔 보직 변경을 통해 새 출발을 도왔다. 이범호 감독은 선발 대신 불펜에서 예열 시간을 준 뒤 지난 11일 광주 삼성전부터 그에게 마무리 완장을 채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달라진 비결에 대해 이의리는 기술이나 구속 대신 ‘시선 이동’을 언급했다. “공을 뿌린 뒤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고 운을 뗀 그는 “타자와 맞대결하는 상황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니 야구가 다시 재미있어졌다. 자주 등판하며 긴장과 어색함도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선발 시절엔 압도적인 공, 완벽한 결과에 집착하다 볼넷 하나, 안타 하나에 스스로 무너지곤 했지만, 전력을 다해 1이닝을 막아내는 마무리 자리에 서자 오히려 잡념을 털어낼 수 있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결과를 통제하려 들면 스윙이 망가지지만,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샷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공 대신 야구공으로 승부하는 이의리 또한 같은 섭리를 마운드에서 깨달은 셈이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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