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호텔 화재 참사 2주기, 남은 과제는] 하. “광역과 별개…기초지자체도 조례 있어야”
인권보호·기억·추모·애도 중심
광명은 통과 부천은 부결 '대조'
경기도 '모법'은 광역 단위 성격
직접 실행은 대부분 시군 현장
전문가 “제도적 근거 마련해야”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경기지역 기초지자체도 관련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재난 피해자를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인정했다면, 현장에서는 이를 실행할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 인천일보 2026년 5월11일자 1면 [뉴스 속으로] '생명안전기본법' 국회 통과 등
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발생 12년 만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권 보장 책무를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됐다.
법은 재난·참사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목격자 등 관련자까지 피해자로 보고 이들의 알 권리와 조사 참여권, 구제권, 추모사업 및 공동체 회복사업 참여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제정에 앞서 경기도에는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가 시행 중이다. 조례상 재난피해자는 신속하게 구조받을 권리, 재난 상황과 대응·복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기억·추모·애도를 받거나 할 권리 등을 가진다.

다만 도 조례는 광역 단위의 기본 방향과 지원 체계를 담은 성격이 강하다. 조례는 도지사가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시책을 마련하고 시장·군수에게 관련 시책 마련을 권고하거나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실제 재난 피해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는 행정 단위는 대부분 기초지자체라는 점이다. 재난 직후 피해자 안내와 정보 제공, 임시 거처와 생활 지원, 장례·추모 지원, 심리 회복, 현장 담당자 교육 등은 시·군 현장에서 구체화된다. 광역 조례가 있더라도 기초지자체 조례가 별도로 필요한 이유다.
현재 경기지역 27개 시·군에는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 조례는 주로 피해 시설 복구와 생계 안정, 장례비·치료비, 생활안정지원 등 구호·복구 중심이다.
반면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는 피해자를 권리 주체로 보고 정보 제공, 추모와 기억, 2차 피해 방지, 인권교육, 공동체 회복 등을 제도화하는 데 초점이 있다.
경기지역에서 기초지자체 차원의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를 둔 곳은 광명시 정도다. 광명시는 지난 3월 '광명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를 제정, 재난 정보 제공과 추모·애도 권리, 후속 사업 참여권, 인권교육 등을 규정했다.
부천시의 경우 2024년 8월 호텔 화재 참사를 계기로 추진된 '부천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안'이 지난 4월 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시민사회는 부천 사례가 기초지자체 조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참사를 겪은 지역에서조차 조례가 없으면 추모공간 조성, 물품·공간 지원, 피해자 회복 사업 등이 행정 재량이나 도의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광역 조례와 기초 조례는 별개의 문제"라며 "재난 피해자 지원은 기초지자체 현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담당자 교육과 지원 체계도 기초 단위에서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천은 실제 화재 참사를 겪은 지역인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촘촘한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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