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충남대 총장 “기업·지자체 잇는 ‘허브 대학’…국립대 역할 넓힌다”
“대학 역량, 지역 전체가 활용해야”
캠퍼스 내 글로벌 기업 연구실
대덕 연구소, 충남 벤처들과 공유
“공주대 통합, 연구·산업 연결 촉진”

지난 18일 충남대 산학연교육관의 ‘오픈 바이오제약 연구 허브(ORCA)’ 연구실에서 만난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빼곡히 들어선 첨단 분석장비를 오가며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갔다. 글로벌 분석기술 기업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가 조성한 이 공간엔 바이오·신약 연구에 필수적인 정밀 분석장비 16대가 있다. 기업의 전문인력이 상주해 장비를 직접 운영하는데, 충남대 연구자뿐 아니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소와 지역 바이오벤처에게도 개방한다.
김 총장은 “이게 제가 만들고 싶은 대학의 모습”이라고 했다. “예전처럼 기업에서 장비 하나 받아 연구실에 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직접 대학 안으로 들어와 장비를 운영하고 대학은 지역의 연구·교육 수요를 연결하는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대가 ‘인더스트리 온 캠퍼스(Industry on Campus·IoC)’라고 부르는 산학협력 모델이다.

-‘연결’이 대학의 새로운 경쟁력인 이유는.
“애질런트만 해도 싱가포르, 인도, 미국 등 세계 곳곳에 연구 네트워크가 있다. 대전의 기업이나 우리 교수가 문제를 갖고 왔는데 여기에서 해결이 안 되면 그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나라 전문가에게 갈 수 있다. 깜짝 놀랐다. 그동안에는 대학이 ‘뭘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구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충남대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 어느 대학의 연구자든, 어느 기업이든 우리가 도움된다면 와서 쓰게 해야 한다. 특히 국립대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대의 역할도 달라질 듯하다.
“예전엔 거점 국립대 총장에겐 정부나 국회에 가서 학교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런데 총장이 되고 지역 기업, 지자체를 직접 찾아다녀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기업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비싼 연구장비가 없고, 학생들은 좋은 지역 기업의 존재를 잘 모른다. 지자체는 공간과 재원이 있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부족한 경우가 있더라. 거점국립대는 이런 자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가진 연구·교육 역량을 학교 안에만 쌓아두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가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바람직한 모습은.
“서울대를 지역에 하나씩 복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국립대에 돈을 더 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교육과 연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충청권의 기업 약 100곳을 직접 만났다. 기업들은 ‘어느 대학을 나와도 입사하면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업과 대학이 처음부터 함께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교육과정에 담고, 기업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와 교육과 연구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 산업과 대학이 이런 식으로 맞물리는 게 진정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국립공주대와의 통합도 ‘연결’의 연장선인가.
“학생 수를 늘리고 덩치를 키우겠다는 게 아니다. 충남대는 연구개발(R&D)에 강점이 있고, 공주대는 현장과 실무 중심 교육에 강점이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연구역량이 성장했고 충남은 산업체가 발달했다. 충남대의 R&D 역량과 공주대의 실무교육 역량, 대전의 연구와 충남의 산업을 연결하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새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통합 대학은 7~8개의 캠퍼스를 갖게 된다. 모든 캠퍼스를 똑같이 만들 필요가 없다. 각 지역의 산업과 특성에 맞춰 캠퍼스를 특성화하고, 교육과 연구는 서로 연결하면 된다.”
-통합 작업은 어디까지 왔나.
“가장 큰 쟁점들은 대부분 합의했다. 교명은 ‘충남대학교’,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하고, 통합본부 기능은 대전과 공주에 나눈다. 대전캠퍼스가 지금 하는 기능, 공주캠퍼스가 지금 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통합 이후 새롭게 생기는 기능을 지역 특성에 맞게 나누려 한다. 한곳에 다 몰아놓는 것보다 그게 새로운 대학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남았다. 찬반투표와 학내 절차를 거쳐 9월 중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려 한다.”

-어떤 대학을 만들고 싶나.
“국립대는 역사적으로 공무원 조직의 성격이 있어 아무래도 관료적인 면이 있다. 대학이 관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오히려 사회의 다른 조직보다 한층 혁신적이어야 한다.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고, 새로움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모두를 억지로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면 탈만 난다. 변화하려는 사람들이 먼저 시도할 수 있도록 그쪽에 투자하고, 성과를 보여주면 된다. ‘내 것’이라고 붙잡고 있으면 거기서 끝난다. 가진 것을 펼쳐놓고 연결했을 때 힘이 훨씬 커진다. 무엇을 많이 가진 대학이 아니라, 가진 것을 가장 잘 연결하는 '허브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김정겸 총장=충남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충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기초교양교육원장, 교육연구소장, AI융합교육연구소장,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현재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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