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직전 수리된 사직서, 16년 차 검사는 왜 떠났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직서에 쓰지 못한 말... "검사 미워도 경찰수사 중간 확인 절차 필요">에서 이어집니다.
16년간 검사로서 형사부·공판부에서 민생 사건을 처리했던 송명진 변호사에게 보완수사권 폐지를 묻자 돌아온 답은 '기록'의 한계였다.
"(세간에선) 보완수사를 권리나 권력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권한이다. 권한은 절차를 지키도록 행하는 힘의 작용인데 그 권한이 분산되고 있다. 권한이 분산되면 책임이 분산된다. 분산된 책임의 끝은 부실이다. 검사들은 하루에 10건 이상 사건을 배당받는데, 기록의 질, 수사의 완성도가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보완수사요구나 재수사 요청을 거쳐온 사건들은 (경험상) 3달 뒤 들어온다. 기억이 이미 휘발됐는데, 처음부터 새로운 사건 기록을 보는 것 같다. 업무 강도가 현저히 높아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화빈, 유성호 기자]
|
|
| ▲ 최근 검사직을 사직하고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 송명진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과 형사사법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 ⓒ 유성호 |
경찰 수사 기록만 본 공소청 검사가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까?
16년간 검사로서 형사부·공판부에서 민생 사건을 처리했던 송명진 변호사에게 보완수사권 폐지를 묻자 돌아온 답은 '기록'의 한계였다. 그는 "기록에는 (경찰 수사로 확인된 범죄) 사실관계만 있을 뿐"이라며 "왜 범죄에 이르렀는지, 그 기록 이면에 어떤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있는지 내포돼 있지않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오는 10월부터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검사에게 경찰관 직무배제·징계요구 및 다른 수사기관 지정 등의 조치가 부여됐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송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기록만 보고 사건을 악의적으로 미흡하게 한 건지, (아니면) 잘 몰라서 그렇게 처리한 건지 알 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징계를 요구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 여파가 수사 지연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은 없지만)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면담을 진행한 뒤 관련자를 재판 증인으로 신청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법정에서 수사에 준하는 활동이 이뤄져 재판 지연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에게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 앞에 16년 차 검사는 사직으로 답했다. 5월 말 제출한 사직서는 지난 7월 초 수리됐다. 같은 달 31일 검수완박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래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송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내 사건"이던 수사가 '기록'으로... 16년 차 검사는 왜 책임감을 잃어갔나
| ▲ 검사 그만 둔 송명진 변호사 "검사 밉다고 검찰 기능 바꿔선 안 돼" 송명진 변호사는 "검사의 일을 미워하지 말아달라"라며 "검사 밉다고 검찰 기능을 바꿔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
- 검사로 임관한 뒤 정권마다 업무처리 방식이 변화해 왔는데, 그 여파가 가볍지 않았다.
"초임 때는 '송치 전 수사지휘'를 했다. 이때는 경찰관이 검사와 수사방향과 법리 등을 논의했다. 송치를 위해선 검사의 가(可) 도장이 필요했다. 경찰관은 사건을 넘기고 싶고, 검사는 넘겨받을 사건의 수사가 완벽하길 바라기에 완성도가 높았다. 말만 지휘일 뿐 검경은 파트너였다. 저 또한 수사 지휘를 거듭하기에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내 방으로 넘어오면 나머지를 내가 보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런데 '송치 전 수사지휘'가 사라지더니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때) 경찰에 사건 종결권을 줬다. 이때부터 수사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건은 송치(피의자와 사건을 넘김)와 송부(서류와 증거만 보냄)로 나뉘었다. 송치된 사건은 검사의 사건이 되지만, 송부된 사건은 기록상 틀린 게 없는지 점검만 하게 된다.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따르는 책임감이 달라졌다. 서류의 이름도 수사지휘서에서 보완수사요구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책임과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 이제는 검사가 '보완수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세간에선) 보완수사를 권리나 권력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권한이다. 권한은 절차를 지키도록 행하는 힘의 작용인데 그 권한이 분산되고 있다. 권한이 분산되면 책임이 분산된다. 분산된 책임의 끝은 부실이다. 검사들은 하루에 10건 이상 사건을 배당받는데, 기록의 질, 수사의 완성도가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보완수사요구나 재수사 요청을 거쳐온 사건들은 (경험상) 3달 뒤 들어온다. 기억이 이미 휘발됐는데, 처음부터 새로운 사건 기록을 보는 것 같다. 업무 강도가 현저히 높아진다."
- 보완수사권 폐지 뒤 현장에선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나?
"피해자가 없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부터 타격을 받는다. 제가 맡았던 사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내연관계 여성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아 사망한' 케이스가 있다. 경찰은 살인·유기치사·과실치사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저는 세 가지를 보완수사해 범죄사실과 죄명을 바로잡았다.
① 부검결과서를 법의학교실에 보냈다(임의수사). ② 피의자가 내연관계를 부인하고 있던 상황이라 압수수색으로 태블릿 PC를 확보해 입증 자료를 찾았다(강제수사). ③ 대검찰청에 CCTV 화질개선을 의뢰해 피해자가 생존한 시점을 특정했다(임의수사). 이후 피의자를 구속시킨 뒤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이 모든 절차를 진행시켜야 한다.
기술유출 사건도 마찬가지다. 수사 자체가 어려워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이 주로 맡아왔고, 검찰 단계에서 구속되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런 사건은 신속한 초동수사로 피해를 막아야 하는데, 보완수사요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체될 수밖에 없다.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뒤 피해기업과 피의자가 합의했더라도 국가·사회·개인적 법익 침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 일선에선 보완수사권이 있을 때도 보완수사요구를 더 많이 해왔는데, 부작용이 클까?
"주객전도다. 보완수사를 하고 싶어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기 때문에 보완수사요구를 보낸다. 보완수사가 없어지면 기존 사건 수사의 질도 떨어진다."
|
|
| ▲ 송명진 변호사는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따르는 책임감이 달라졌다"라며 "서류의 이름도 수사지휘서에서 보완수사요구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책임과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 ⓒ 유성호 |
"앞으로는 (경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검토하는 검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만 남는다. 검사의 업무는 제도가 가진 기능적 측면과 연결돼 있다. 검사실에 피의자를 소환해 '제게만 말씀해 보세요' 어르고 달래고 따져도 본 (검찰청) 검사와 기록만 본 (공소청) 검사가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을 할 때 같을 수 있을까?
저희는 '공판 카드'라고 부르는데, 메모를 할 수 있는 서류가 있다. 이 서류에서 사건의 내용과 공판 단계에서 검사가 해야 될 것들을 적어서 인계한다. 아마도 그 작업을 꼼꼼하게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보완수사를 못 하니까 '(법정에서 증거능력은 없지만) 검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면담했던' 관련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라는 메모가 늘어날 것 같다. 법정에서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활동이 이뤄지면서 재판 지연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재판 단계에서는 수사활동처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 이미 증거가 오염되거나 없어졌을 것이다."
-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록만 검토하게 되면 어떤 한계가 생기나?
"재판에서 검사의 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검사가 불러서 직접 조사하는 이유는 객관적 증거와 진술을 맞춰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주장하는 바를 들어보고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가 입증이 안 되면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하는 게 맞다. 반대로 실형선고를 받아야만 한다는 판단이 들면 조사를 거쳐 혐의 성립 여부에 더해 당사자 양형에 관해 어떤 사실을 더 탐지해야 하는지 보완수사를 한다.
기록에는 사실관계가 적혀 있을 뿐 ① 왜 그 행위에 이르렀는지 ② 기록 이면에 어떤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내포돼 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 예를 들면 타인 명의를 도용해 병원 진료를 받은 사건 수사기록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및 사기라는 사실이 있다. 그런데 보완수사로 더 들어가 보면, 본인 명의로는 한 달에 향정신성 의약품을 28정밖에 처방받지 못하기 때문에 명의도용을 한 경우 또는 이 약을 제3자에게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경찰이 '명의도용'으로 끝낸 사건의 실체를 보완수사요구로 추가 진행시킬 때 현장의 어려움과 한계가 분명히 있다."
- 수사권이 없으니 기소 허들도 높아질까?
"앞으로 검사 수사권 자체가 없고 오로지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보완한 게 100%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혐의 입증은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기소했는데 무죄가 나온다면 이제 100% 검사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피의자의 고의에 관한 것을 추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 수집책임은 경찰에만 있다. 공판 중 무죄선고가 예상되면 수사한 경찰을 증인 신문하고, 유죄 입증을 위한 활동은 덜할 것 같다.
수사권이 있을 때는 경찰관에 대한 동료의식도 생기고, '부족해도 내가 보완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이제는 판단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판단자가 되면 엄격해진다. 수사권이 없는데 굳이 '이 부분을 더 해보세요'라는 말보다 '이 내용으로는 기소가 안 된다'라는 말을 먼저 드릴 수밖에 없다. 그런 검사를 상대로 경찰관도 무엇을 더 문의하고 싶을까?"
- 사직하지 않고 공소청에 남았다면 어떻게 일했을 것 같나?
"문제가 덜 발생하게끔 사건처리를 소극적으로 했을 것이다. 혐의 유무가 애매한 사건에서 고민하며 보완수사요구를 하기보다 법왜곡죄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경찰 수사가 정말 미진한 경우, '이건 꼭 물어야 했는데 왜 기록에 없지?' 이런 상황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할 것 같다.
|
|
| ▲ 송명진 변호사는 "보완수사가 없어지면 기존 사건 수사의 질도 떨어진다"라고 우려했다. |
| ⓒ 유성호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롤러코스터' 주식시장의 진짜 원인... 깊은 반성 필요한 정부
- 김민석 "'법치파괴 조희대 물러나야' 현수막 게첩 지시"
- 자승·진성준·김민석 형까지... "국정원 수백명 사찰, 윤석열에 보고"
- 성장할수록 가난해진다? 경기도 '비상상황' 선언의 내막
- 커피 사양하니 어르신이 건넨 말... 그 '용기'를 기록합니다
- 주말까지 반납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의 정체
- "백인이라 못 들어간다"? 정치인 영상이 불러온 논란
-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청년 전용기·노동 권미경
- 신천지 "국민의힘 집단가입으로 사회적 물의, 깊이 사과"
- [오마이포토2026] 국민의힘 당사앞 "5.18역사왜곡 이진숙 제명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