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과 후기로 만들어진 신뢰,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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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고, 내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내어주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공유 숙박 플랫폼은 여행의 방식을 바꿨고, 이용자는 사진과 후기, 별점과 프로필을 확인하며 상대방을 신뢰한다.
공유 숙박이라는 편리한 플랫폼이 어느 순간 범죄와 감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시스템은 무엇을 근거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유경제가 성장하고 플랫폼이 일상의 일부가 된 지금, 우리가 타인을 믿는 방식과 개인정보를 내어주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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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기자]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고, 내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내어주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공유 숙박 플랫폼은 여행의 방식을 바꿨고, 이용자는 사진과 후기, 별점과 프로필을 확인하며 상대방을 신뢰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만들어낸 '신뢰'는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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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호스트 슈퍼호스트 도서 |
| ⓒ 박희종 |
공유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신뢰다. 별점이 높고 후기가 많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본인 인증이나 프로필이 있으면 상대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숫자와 인증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슈퍼호스트>가 파고드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공유 숙박이라는 편리한 플랫폼이 어느 순간 범죄와 감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시스템은 무엇을 근거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플랫폼 경제가 커질수록 이용자 사이의 신뢰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범죄 예방,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도 함께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다. 플랫폼이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자인지, 아니면 그 연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두고도 논쟁은 계속된다.
작품에서 다크웹은 강력한 범죄 장치로 등장한다. 그러나 <슈퍼호스트>에서 주목해야 할 건 다크웹이라는 공간 자체보다 그곳에서 작동하는 익명성과 정보의 악용이다. 온라인에 남겨진 정보는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서비스 이용을 위한 데이터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삶을 추적하고 침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크웹의 극단적인 범죄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 메신저, 각종 플랫폼은 서로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에 남겨진 흔적이 어떻게 타인에게 이용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서는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사회적 문제가 스토킹이다. 과거의 스토킹이 직접 따라다니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등 물리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상대방이 남긴 SNS 게시물과 사진, 위치정보, 온라인 계정 등의 흔적을 통해 일상을 파악하고 행동반경을 추적하는 방식으로까지 진화했다.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 놓았지만, 동시에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통로도 만들어 놓았다. 내가 별다른 의미 없이 올린 사진 한 장, 방문 장소를 표시한 기록 하나, 공개된 프로필 정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나의 생활 반경을 추측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슈퍼호스트>가 보여주는 공포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불안은 소설 속 다크웹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SNS, 플랫폼 안에도 개인의 흔적은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다.
스토킹의 본질 역시 '관심'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점유하려는 행위에 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일상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행동을 통제하려는 순간, 관심은 감시가 되고 관계는 범죄로 변한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더 이상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나 애정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피해자 보호와 접근금지,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응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슈퍼호스트>의 다크웹과 스토킹은 서로 다른 범죄 소재가 아니다. 익명성과 디지털 정보가 결합했을 때 개인의 일상이 어떻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단순하다.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 남긴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과연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편리함이고 어디부터가 침범인가
<슈퍼호스트>에서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는 단어는 '공유'다. 공간을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한다. 공유 숙박은 그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다. 누군가의 집에서 잠을 자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믿어야 한다.
그러나 공유의 경계가 무너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공개한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추적의 단서가 될 수 있고, 내가 남긴 장소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는 접근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 남기는 디지털 흔적이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감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박희종 작가는 <슈퍼호스트>를 통해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린다. 편리함을 위해 열어놓은 문이 어느 순간 침범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종 작가는 익숙한 일상에 범죄와 심리적 긴장을 결합해 인간의 불안과 사회적 문제를 다뤄온 작가다. 이번 신작에서는 그 시선을 공유 숙박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래서 <슈퍼호스트>는 단순히 '다크웹을 소재로 한 스릴러'라고만 정의하기 어렵다. 공유경제가 성장하고 플랫폼이 일상의 일부가 된 지금, 우리가 타인을 믿는 방식과 개인정보를 내어주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신뢰다. 하지만 신뢰가 별점과 후기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한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는 지금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삶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소설 속 이야기는 허구지만, 그 질문만큼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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