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레드라인’ 넘나…北 핵무기 57개라며 다시 ‘러브콜’

임성수 2026. 8. 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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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57개라고 밝히면서도 북한 비핵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회담 성사를 위해 비핵화는 '패싱'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트럼프가 직접 지시한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자, 북한 비핵화라는 미국 행정부의 오랜 원칙까지 양보 의사를 내비치며 '러브콜'을 다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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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여정 한미 훈련 축소 “흥미 없다” 말한 뒤, 북 핵무기 언급하며 “김정은과 잘 지내”
2019년 6월 30일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57개라고 밝히면서도 북한 비핵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회담 성사를 위해 비핵화는 ‘패싱’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트럼프가 직접 지시한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자, 북한 비핵화라는 미국 행정부의 오랜 원칙까지 양보 의사를 내비치며 ‘러브콜’을 다시 보낸 것이다. 미·북 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의 숙원인 ‘핵 보유국’ 지위 인정까지 열어줄 경우 협상 추진에서부터 북한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례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전망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만날 것”이라며 “그는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은 북한 핵무기 개수에 대해 묻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먼저 밝힌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얻지 못한 북한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개수까지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한을 향해 ‘핵보유 세력'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써왔는데 이번에는 핵무기 개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비핵화를 정상회담 의제로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날 오후 행사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목표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피해갔다. 그리고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대 미국 행정부의 북핵에 대한 공식 입장은 ‘비핵화’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 같은 대외적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 팩트시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교착 상황에서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회담 성사를 위해 비핵화 의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의제가 되지 않는다면 기존 1~3차 정상회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회담이 된다. 트럼프와 김 위원장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엔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된 것 역시 북한의 비핵화 범위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인 시각차 때문이었다. 하지만 추후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서 빠지고 핵동결이나 군축 등으로 의제를 좁힌다면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 상황 등 동북아의 지정학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연쇄적으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북핵 인정이라는 ‘레드라인’까지 넘나들면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것은 11월 중간선거가 결정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28일 이후 반년 가까이 계속된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불안으로 휘발유 등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취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이어졌다. 트럼프로서는 여론 반전을 위해 눈에 띄는 성과가 절실한데, 김 위원장과의 대면은 경제문제나 다른 현안 복잡한 미국 국내 현안보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다.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연출할 경우, ‘피스메이커’ 면모를 과시하면서 이란 전쟁에 실망한 여론의 시선을 돌리고 지지층까지 결집할 수 있다. 

트럼프는 2019년 2월 북한과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비핵화에 전혀 진전이 없었음에도 그해 6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났다. 실질적 성과는 없었음에도 ‘북한 땅을 처음 밟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라는 외교적 연출을 한 것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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