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창의적이었다. 제주도 청년들이다. 곡의 형식이나 앙상블의 구성도 대중을 의식하거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은 순수한 음악을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형식을 고려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으려는 클래식한 연주회였다. 안내문에 있듯이 제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연주자와 작곡가들로 구성된 전문 음악단체여서 가능했을 듯하다.
2026년 8월 19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레보아 앙상블 제4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레보아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레 보아(Lex Voix)'로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을 의미한다고 한다. 제주의 음악미래를 다채롭게 만들 주체들이었다. 예전 음악단체를 이끌 때에는 조직과 예산, 큰 리더가 중요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창의적 거버넌스가 더 의미있는 시대가 되었다. 레보아 앙상블이 그 길을 열심히 걷고 있다.
첫 곡은 생상스의 타란텔라라는 곡이다. 플륫,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타란텔라이며, 6번이다. 춤곡 형태의 곡이다. 밝고 조용한 흥겨움이다. 클라리넷이 역할을 한다. 품어내고 이끌고! 피아노가 일반 음악에 등장하고 리드하면서 이러한 앙상블 곡들이 아름다움을 더 한 듯하다. 플륫은 항상 꽃이다.
레보아 앙상블 제4회 정기연주회
레보아 앙상블 제4회 정기연주회
둘째 곡은 피아졸라의 4계이다.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4계이다. 바이올린, 비올론 첼로와 피아노의 만남이다. 들으면 바로 "피아졸라의 탱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 맞는 음악을 준비한 듯하다. 메모하기 위해 제일 뒷 좌석에 앉았다. 그곳까지 여러 악기 색의 소리와 화음이 모아진 채로 잘 전달된다. 2악장에서는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라고 알고 있는 브리지 가까이에서 활에 힘을 모아 긁어내는 기법으로 '지지직 지지직' 긁어낸다. 탱고에서는 이를 치차라, 혹은 리하(사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색적이다. 오늘은 그 곡 내내"피아졸라의 향이 독특하긴 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상했다.
레보아 앙상블 제4회 정기연주회
셋째 곡은 훔멜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이다. 비올라에 김보연, 지휘에 김진홍, 그리고 연주에는 레보아 앙상블이 모여 완성체가 되었다. 비올라라는 악기에 선율까지 서정적이며, 낮은 음역대를 긁어대는 느낌이어서 가슴 깊이에서 올라오는 무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협주곡에서 서로 소리와 모양,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텐데 지휘자는 독주자의 호흡을 읽기도 하고, 본인의 호흡을 단원들과 독주자에게 알리기도 하면서 잘 이끈다.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크고 편안한 지휘"의 모습이었다. 에너지가 강하게 보여지기 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지휘와 음악이었다.
넷째 곡은 페르귄트 모음곡이다. 페르귄트 조곡이라고도 한다. 이 때 조곡은 슬픔의 의미보다는 한자어로 '모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조(組)곡'이라고 한다. 그러니 모음곡이나 조곡이나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필자도 조곡을 항시 '슬픈 곡'이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어서, 이 부분은 의아해 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페르귄트 모음곡을 들어보면 정말 정말 슬픈 선율들이 흐르긴한다. 호호호. 2악장 '아세의 죽음'이라고 하는 선율은 많이 슬프다. 다른 진혼곡들 보다 더 슬프다. 피아니시시시모(pppp) 혹은 그 이상의 여린 선율도 나오는 듯하다. 슬픈 상황에서 마음을 더 억누르게 하려는 선율, 나쁜 작곡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호호호
아타카(attacca)연결 기법이라고 할까? 2악장을 완전히 매듭지어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밝은 3악장으로 연결시키면서 연주가 이어졌다. 호른이 역할을 크게 하는 듯하다. 필자가 짐작하기로는 3악장과 4악장 등 원곡에는 트럼펫과 트롬본이 편성되었을 듯한데, 오늘 연주편성에는 없었다. 호른과 버순, 클라 등이 서로 도우면서 브라스 효과를 담당해내는 듯하다. 특히 호른이 주도적 선율로 나타나는 것을 가끔 느끼면서 "아마도 저 부분이 트럼펫과 트롬본으로 연주해내는 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이번 음악회 감상과제 중의 하나였다. 호호호
황경수 교수
4악장에서는 버순은 익살맞게, 콘트라 바쏘가 포용하면서 맞춰주는 형상으로 시작된다. 실력 있는 버순의 여유로움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콘트라 바쏘가 이렇게 중요해!!"라고 맘껏 뽐내는 부분도 여러 곳 있다. 간만에 안정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콘트라 바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끝으로 호른 두 분에게 한번 더 박수를 보낸다.
레보아 앙상블에 의지하여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내고 훌륭한 음악을 창의적으로 편집하면서 좋은 음악선물을 만들어주신 김진홍 지휘자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기악과 지휘 전공을 한 분이 현실적인 지휘 공부를 위해 합창단 구성원으로 자진하여 활동하고 봉사하는 김진홍 지휘자에게 "김진홍에게는 큰 지휘자의 미래"가 있다고 속삭여주고 싶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