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39도의 일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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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위보다 일을 멈추는 것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노동자들이 이 권리를 좀처럼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 일당 기준인 '공수' 때문이다.
조리실 노동자들은 방수 앞치마와 위생모, 토시, 고무장갑 등을 착용한 채 매일 800인분가량의 식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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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경보 울려도 작업 중단은 먼 얘기”…일터 지키는 비정규직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멈춰도 된다는 권리는 이들 앞에서는 번번이 뒤로 밀렸다. 작업을 멈추는 순간 그날의 소득도 함께 멈추기 때문이다. 방문지를 도는 점검원과 건설 노동자, 학교 급식 노동자 등 폭염 취약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환경을 살펴봤다.
달에 280여 대 점검해도 200만원 남짓…“더위보다 생계 걱정”
39도.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2시. 살인적인 더위에도 방문점검원인 이경숙(57·여)씨는 몸집만한 가방을 메고 거리로 나섰다. 양손에는 장비가 가득 들려 있었다. 강한 햇빛에 이씨의 그림자가 바짝 따라붙었다. 이씨의 일터에 동행한 5일, 서울 전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그러나 작업이 오후에 몰린 회사 일정상 이씨는 쉴 수 없었다.
기상청과 질병관리청은 폭염기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냉방이 되는 실내로 이동하라고 권고했지만 이씨에게는 남 일이다. 점검 건수가 곧 수익이라 더위를 피해 쉬면 그만큼 소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 달에 284대 정도를 점검해도 버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그마저도 영업을 병행해야 가능한 액수”라고 말했다.
실내에 들어서도 더위는 그대로다. 정수기와 비데가 설치된 곳은 대개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구석이거나, 사람이 없어 냉방을 꺼둔 공간이다. 불볕더위에 땀범벅이 된 채로 방문지에 도착해도 땀을 식힐 새 없이 일해야 한다. 이씨는 “그래도 밖보다는 실내가 낫다”며 “더위에 탈수가 올까 걱정돼 비타민이나 비타민 음료를 가지고 다닌다”고 이야기했다.

10명 중 8명.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어서는 폭염에도 건설 노동자의 82.2%는 작업중단을 요구하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건설노동자 15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작업중지권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유명무실하다. 노동자들이 이 권리를 좀처럼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 일당 기준인 ‘공수’ 때문이다. 보통 1공수는 8시간 근무를 뜻한다.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 멈추면 0.5공수만 받는다.
30년째 경기 고양에서 형틀목수 일을 하는 임대성(60·남)씨는 “먹고 살려면 현장 온도계가 40도를 넘겨도 일을 멈출 수 없다”며 “안전모와 작업복을 착용하고 일하다 보면 속옷부터 신발까지 땀으로 다 젖는다”고 토로했다.

습도 99%. 지난 4일 경기 부천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의 습도계는 측정 한계에 닿아 있었다. 체감온도는 43.2도에 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폭염감시단에 따르면 지난달 ‘고온 노출 주의(체감온도 33도 이상)’ 단계 이상 발생 빈도는 6월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폭염 영향은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조리실 노동자들은 방수 앞치마와 위생모, 토시, 고무장갑 등을 착용한 채 매일 800인분가량의 식사를 준비한다. 8년차 조리실무사인 김모(50·여)씨는 “일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며 “위생복이 땀에 젖으면 두 배는 무거워지고 짜면 땀이 떨어질 정도”라고 털어놨다.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생계다. 방학 기간은 무급이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벌어둬야 소득 공백을 버틸 수 있다. 김애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부천지회장은 “방학이 되면 급여는 ‘0원’이 되는데 겨울방학은 거의 두 달이다”며 “애초에 급여가 많지 않은 편이라 ‘투잡’을 하려 해도 학교장 허락을 받아야 해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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