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분노한 대미 투자…日은 6건 선정, 韓은 1호도 못 골랐다

유성운 2026. 8. 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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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명구조원 라이더 윌리엄스를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6세인 윌리엄스는 지난 7월 25일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의 시브라이트 해변에서 10세 소년 너새니얼 라이의 목숨을 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한 배경에 한국의 더딘 대미 투자 이행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일 간 대미 투자 진행 상황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엘런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훈련 축소 지시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한 전직 미 당국자의 말을 빌려 “이재명 정부는 미국 기업에 적대적인 정책을 반복적으로 추진했고, 미국과의 역사적인 투자 합의를 이행하는 데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훈련 축소 이유는 훈련 비용과 한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불참이지만, 미국의 경제적 불만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대미 투자 진행 상황만 놓고 보면 한·일 간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5500억 달러(약 770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6개 사업을 공개했다. 최대 사업비는 약 1090억 달러(약 153조원)로 전체 투자 약속 규모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난 2월 17일 발표된 1차 사업은 오하이오주 포츠머스 천연가스 발전소 330억 달러(약 46조2000억원), 텍사스주 해상 원유 수출시설 21억 달러(약 2조9400억원), 조지아주 산업용 합성다이아몬드 공장 6억 달러(약 8400억원) 등 3건이다.

이어 3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테네시·앨라배마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최대 400억 달러(약 56조원), 펜실베이니아·텍사스주 천연가스 발전시설에 최대 330억 달러(약 46조2000억원)를 투입하는 2차 계획이 공개됐다. 첫 발표로부터 한 달 만에 투자 대상과 규모를 추가로 구체화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관세 협상에서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공식 발표된 첫 사업이 없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약 280조원)의 전략투자를 담당할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지난 6월 18일 출범했다. 나머지 1500억 달러(약 210조원)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정부는 올해 초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상반기 중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일부 언론에서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통상부는 18일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사업의 상업성과 법적 요건,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 측의 속도에 불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일본도 6개 사업을 먼저 내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금액은 약속액의 20%에 불과해 앞으로 최대 4410억 달러(약 617조4000억원)를 추가로 채워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미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투자 집행을 서두르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를 문제 삼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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