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닳는 비누 천사…퐁피두센터 한화, 미술관 밖 정원으로

김희윤 2026. 8.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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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이 한강변의 비와 바람을 맞는다.

신미경은 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을 정원에 놓는다. 바람과 비, 공기에 노출되면서 조각은 서서히 닳고 변형된다.

봄·여름·가을의 식생이 달라지듯 조각 역시 햇빛과 바람, 비를 거치며 처음 설치됐을 때와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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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아우돌프 설계 63가든서 첫 야외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
김윤신·신미경·오묘초 참여…9월4일 프리즈 VIP 공개, 6일부터 일반 관람

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이 한강변의 비와 바람을 맞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은 닳고 형태도 조금씩 달라진다. 작가 신미경에게 이 변화는 작품의 훼손이 아니라 작업의 일부다. 자연에 노출된 조각에 시간이 직접 흔적을 남긴다.

퐁피두센터 한화 '새겨지는 것들' 포스터. 퐁피두센터 한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연 퐁피두센터 한화가 전시장을 벗어나 야외로 무대를 넓힌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오는 9월6일부터 63빌딩 야외 공간 '63 아우돌프 가든'에서 첫 정원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Imprinting Time)'을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김윤신, 신미경, 오묘초 등 서로 다른 세대의 한국 여성 작가 3명이 참여한다.

작품은 야외에 놓이는 순간부터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식물과 계절은 물론 한강변의 바람과 햇빛, 빗물까지 작품에 개입한다. 완성된 형태를 고정해 보여주는 대신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과 정원이 함께 달라지는 모습을 전시에 끌어들였다.

세 작가가 시간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윤신은 나무를 깎아 만든 형태를 금속으로 떠낸 뒤 색을 입힌 조각을 내놓는다. 자연 재료에서 출발한 형상이 금속이라는 다른 물질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재료의 물성과 신체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신미경은 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을 정원에 놓는다. 바람과 비, 공기에 노출되면서 조각은 서서히 닳고 변형된다. 오묘초는 식물과 사람의 신체가 합쳐진 듯한 비정형 조각으로 자연과 과학,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전시 장소도 작품의 일부다. '63 아우돌프 가든'은 미국 뉴욕 하이라인 조경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출신 조경가 피트 아우돌프가 설계했다. 아우돌프는 활짝 핀 꽃만이 아니라 식물이 자라고 시들고 사라지는 과정까지 정원의 풍경으로 다룬다. 63 아우돌프 가든 역시 식물의 성장과 쇠퇴, 계절에 따른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주의적 방식으로 조성됐다.

정원의 변화와 작품의 변화를 나란히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봄·여름·가을의 식생이 달라지듯 조각 역시 햇빛과 바람, 비를 거치며 처음 설치됐을 때와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실내 미술관에서는 통제 대상이던 외부 환경을 작품을 변화시키는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프로젝트는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9월4일 저녁 프라이빗 행사 '63 Night'에서 먼저 공개된다. 프리즈 VIP와 컬렉터 등 국내외 미술 관계자 약 300명이 참석해 작품 해설과 퐁피두센터 한화 전시 투어 등을 함께한다. 일반 관람은 9월6일부터 가능하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정원을 활용한 야외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내에서는 현재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열고 있다. 피카소와 브라크 등 43명의 작품 91점을 통해 20세기 초 큐비즘의 전개를 다루는 전시로 오는 10월4일까지 이어진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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