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자금이 이스라엘 집단학살 지원자금이었다?

이원무 2026. 8.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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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관련해 보험료 복리와 국가의 재정지원 등을 포함한 연금의 외부 환경을 고려하기보다는 '재정 건전성' 프레임에 갇히고 사실상 소득대체율 인상은 미미한 국민연금 개악안이 작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로 불어난 재정 수요 충당을 위한 국채를 국민연금공단이 매입했다는 거다. 실제로 이스라엘 재무부 정부부채관리단은 대규모 국채 발행과 관련해 전쟁 자금 수요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국민연금, 이스라엘 '전쟁 국채' 400억 원 매입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이런 '기계적 지수 추종 시스템'이야말로, 이런 집단학살을 용인함은 물론 학살을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이 시스템이야말로 방금 전 관계자가 이스라엘 전쟁 채권이 지수에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샀다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지만,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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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들에겐 국민연금 개악, 뒤로는 학살자금 지원.... 위헌적인 국민연금 행태

[이원무 기자]

국민연금과 관련해 보험료 복리와 국가의 재정지원 등을 포함한 연금의 외부 환경을 고려하기보다는 '재정 건전성' 프레임에 갇히고 사실상 소득대체율 인상은 미미한 국민연금 개악안이 작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걸 보면서 나의 마음속엔 노후 소득 보장은커녕 폐지 줍는 노인들이 양산될 거란 미래가 그려졌다. 이러다 돈이 없어 내 노후를 요양시설에서 쓸쓸하게 맞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최근 이런 소식을 접했다.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로 불어난 재정 수요 충당을 위한 국채를 국민연금공단이 매입했다는 거다. 2025년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해외채권 투자 현황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국채 404억 4300만 원 정도를 보유했고 이 중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재개된 2023년 이후 발행된 국채는 약 327억 5300만 원 정도라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재무부 정부부채관리단은 대규모 국채 발행과 관련해 전쟁 자금 수요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국민연금, 이스라엘 '전쟁 국채' 400억 원 매입했다.)
 국민연금의 이스라엘 전쟁 국채 매입 사실을 폭로한 <참세상> 보도기사. 국민연금기금이 매입한 이스라엘 정부 국채 세부종목과 평가액이 하단에 명시되어 있다.
ⓒ <참세상> 보도기사 캡처
해당 보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가 위탁운용사에서 이스라엘 국채를 매입했으며, 글로벌 운용사에 특정 투자를 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단다. 특별한 의사결정 체계로 이스라엘에 투자했다기보다, 벤치마크 지수를 꾸준히 따라가는 형태고, 그 지수에 이스라엘이 포함되면 사고, 빠지면 파는 식이라며 기금운용위원회가 벤치마크를 부여하면 잘 따라가면서 높은 성과를 얻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비겁한 알리바이 '기계적 지수 추종'

소식을 접하며, 어이없었다. 방금 전 언급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의 말과 관련해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2조의 2항과 3항은 이렇다. 2항에선 벤치마크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을 "액티브 운용"이라 정의한다. 3항에선 기금운용 시 공단 외부 자산운용사에 투자 재량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여·운영하게 해 그 결과를 기금에 귀속하는 것을 "위탁 운용"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운용지침 10조에선 국민연금공단이 액티브 운용을 통해 전략적 자산배분에 의한 수익률(벤치마크 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액티브 운용"이란 컴퓨터에서 하라는 대로가 아닌 사람이 개입해 벤치마크 지수보다,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종목들을 골라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액티브 운용"하의 벤치마크 지수는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투자 실력 증명을 위해 뛰어 넘어야 하는 목표치이자 평가 기준이다.

아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벤치마크 지수에 이스라엘이 포함되면 사고, 빠지면 파는 식으로 투자한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채권지수 같은 특정 시장 지수의 구성 종목과 비율을 복제해 시장 평균을 기계적으로 그대로 따르는 이른바 "패시브 운용"으로 투자 시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액티브 운용"과는 다르다. 국민연금이 해외채권을 위탁운용할 시 "패시브 운용"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자의 말은 국민연금의 기계적 관행을 말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벤치마크 지수, 시장평균을 따르는 식의 '기계적 지수 추종'이 이 경우 맞는가?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언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으로 묘사하지만,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는 작년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했으므로 즉각적 휴전 및 점령지에 구호물자 반입 등을 요구했다(관련기사: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집단학살의 압도적 증거들: 법률 전문가가 분석한 유엔(UN) 가자지구 보고서(Overwhelming evidence of genocide against Palestinians: a legal expert unpacks the UN report on Gaza)).

또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도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라고 2년 전에 발표했다. 국제 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안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라 못 박았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매일 30~40명씩 죽여야 한다는 끔찍한 발언을 했고, 실제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 사안은 명백한 불법침략전쟁이요, 집단학살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이런 '기계적 지수 추종 시스템'이야말로, 이런 집단학살을 용인함은 물론 학살을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이 시스템이야말로 방금 전 관계자가 이스라엘 전쟁 채권이 지수에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샀다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지만,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아까 전에도 말했듯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에서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액티브 운용'이 명시된 것을 보면, 일단 시스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해명은 지침이 부여한 통제 장치와 책임은 방조한 채, 뒤로 숨는 비겁한 알리바이라 볼 수밖에 없다. '과연 국민연금은 컴퓨터 프로그램 뒤에 숨어 위헌적 투자를 방조할 만큼 무력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8일 토요일, 팔레스타인 평화와 인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민중들의 모습. 민중들의 이런 간절한 외침과 반대로, 국민연금은 글로벌 기업의 인권침해 조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 이원무
인권보다 수익을 우선한 국민연금의 뻔뻔한 주주권 행사

설령 국민연금이 '패시브 운용'을 한다고 쳐도, 주주로서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부터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도입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비재무적 요소인 이른바 ESG요소를 고려해 '책임투자'를 활성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법 제102조 4항에선 기금을 관리ㆍ운용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하여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의 행보에 이런 게 있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쉐브론과 메타의 주주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인권침해를 조사하라는 주주 제안이 들어왔는데, 이 제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관련기사: [단독] 국민연금, 팔레스타인 인권실사 안건에 반대표 던졌다). 인권과 평화를 고려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인권보다는 수익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식으로 인권침해 가해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시스템 속에서 학살 방조를 넘어, 주주권을 행사했을 때도 인권보다 수익을 앞세우는 행태를 국민연금은 보여주고 있는 거다. 더군다나 국민연금법 제102조 4항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 아닌 선택 가능한 임의조항이다. 국민연금법에 명시한 공공성 원칙은 외면한 상태에서 ,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원칙 중 하나인 수익성만을 맹신하도록 한 법적 결함까지 있기에, 법과 원칙을 지켰다는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알리바이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법 제101조 1항에선, 국민연금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원활하게 확보하고, 이 법에 따른 급여 충당을 위한 책임준비금으로 국민연금기금을 설치한다고 되어 있다. 한 마디로 국민연금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인간다운 노후생활을 위한 급여 실시인 거다.

그러나 침략적 전쟁에 자금을 댄 국민연금의 행위는 이런 목적에 어긋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금지하는 반인도적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다. 아울러 헌법 제34조 1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와 동법 제34조 2항의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조차 국가는 이행하지 않으며 민중을 기만하고 있다. 이들의 행태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4년 2월, 영국 엑서터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관해 이스라엘 군인을 지원한 기업 맥도날드에 항의하며 이스라엘 관련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를 요구하는 BDS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 위키미디어 공용
해외는 '피 묻은 돈'을 거부, 이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미 해외에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저항하는 국제적 시민사회 연대 운동인 BDS(Boycott 보이콧, Divestment 투자 철회, Sanctions 제재)의 흐름 속에 이스라엘 채권 매각 사례들이 있다. 노르웨이에선 국부펀드가 이스라엘 국채 전량(약 5억 달러)을 매각해, 이스라엘 경제에 강력한 불신을 드러냈다. 덴마크에선 이스라엘의 심각한 가자지구 인권유린을 이유로 덴마크 연기금 투자영역에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완전 배제하기에 이르렀다. 네덜란드에선 최대 연기금 'ABP'에서 사회적 책임 투자 지침을 강화하며, 이스라엘 연루 기업에서 자산을 철회한 바 있다(관련기사: 막을 수 없는 BDS 운동: 최근 유럽에서 거둔 주요 투자 철회(매각) 성과들(BDS is unstopptable: Recent Important Divestment Wins in Europe)).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점령당한 참담한 역사가 있지 않은가? 타국에 의해 주권을 강탈당한 역사가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이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인권 중심의 책임 투자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은 번번이 이를 외면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스라엘 관련 채권을 전량 매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단순 권고를 넘어 국민연금법에 국민연금이나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 기금 투자 시 반드시 인권과 평화 등의 ESG 요소 평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는 불법 침략국 등과 관련된 국채와 관련 채권 투자를 원천 금지하고, 침략전쟁 등 인권유린에 관여된 기업들에 관해 실효적인 기업 실사의 의무화를 부과함은 물론, 이를 어긴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철회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주권자인 국민이 각자의 인간다운 노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바친 소중한 자산이지,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연금 가입자들로 하여금 암담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게 만들면서, 정작 불법 침략전쟁에 대해선 투자하는 이런 행태가 국민주권정부가 할 일인 것인가? 이런 모습 때문에 나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게 된다.

그러면 올해 4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학살에 대해 반인도적·반인권적 행태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그저 말뿐인 요식행위였던 건가? 당시의 국제적 상황을 고려한 대통령의 발언이었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이스라엘 전쟁자금을 결제한 지금 상황에선 정당한 국가수반의 외침도 허탈한 기만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러기에 국민연금공단은 시스템 핑계를 대는 모순되고 비겁한 변명을 당장 그만하라. 정부는 방위산업이라는 명목하에 이스라엘이 벌이는 불법 전쟁과 관련한 거래를 일절 중단하고, 대사관 폐쇄나 단교에 준하는 외교적 거부권을 행사하여,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보여주어야 한다.

민중들의 목소리는 이제 거리를 향할 조짐이다. 당장 이번 주 토요일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헌법과 인권을 저버린 국민연금의 이스라엘 전쟁 국채 매입 행태를 규탄하고, 전량 국채 매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민중들의 경고인 만큼,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광장의 매서운 목소리를 똑똑히 듣고 현실을 직시해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진정한 국민주권정부의 모습은 우리에게 점점 현실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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