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10배 규모'... 법무부, 교도소 순화교육 진상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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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8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는 '교정시설 내 재소자 순화교육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1980년부터 1987년경까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용자들에게 미결수와 기결수, 남녀노소, 정치범을 가리지 않고 4주간 군사식 순화교육을 실시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가한 사건이다.
진화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는 군부대 순화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교정시설에도 도입하기 위해 1980년 8월 30일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지침'을 만들었다.
진화위는 법무부 교정국이 교정시설 수용자들에게 군부대 삼청교육대에서 실시한 유격훈련과 동일한 순화교육을 실시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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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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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 전경. |
| ⓒ 법무부 |
국가가 1980년부터 1987년경까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용자들에게 미결수와 기결수, 남녀노소, 정치범을 가리지 않고 4주간 군사식 순화교육을 실시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가한 사건이다.
진화위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사법부의 판단도 뒤따랐다.
2026년 6월 대구지방법원은 특별순화교육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7월에는 삼청교육대와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피해 생존자·유족 110명이 부산지방법원에 약 39억5천만 원 규모의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정작 이 제도를 만들고 전국 교정시설에서 시행한 법무부는 침묵하고 있다.
당시 교정시설 수용현황과 특별순화교육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특별순화교육의 누적 교육대상 연인원은 최소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 삼청교육을 받은 약 4만 명의 10배 규모다.
이 정도라면 더 이상 진화위의 피해자 30명에 대한 진실규명이나 일부 피해자의 국가배상소송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법무부가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12·12 군사반란,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광주 진압, 그리고 '사회정화'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의 출발점을 이해하려면 삼청교육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1979년 12월 12일 저녁 7시경,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연루 혐의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같은 궁정동 안가에 있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대통령의 사전 재가 없이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체포·강제연행했다. 12·12 군사반란이었다.
신군부는 이듬해인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이어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였다.
광주가 진압된 직후인 5월 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가 설치되었고, 바로 열흘 후인 6월 10일 전두환이 사령관으로 있던 국군보안사령부는 「제초작업(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폭력배'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국토건설사업에 투입해 사회풍토를 쇄신한다는 구상이었다. 군법회의 처벌과 별도 교도소 수용, 강제노역 방안까지 담겨 있었다. 삼청교육 구상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문건이었다.
이후 국보위 산하 '사회정화'분과위원회는 '사회정화'와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삼청계획을 구체화하였다. 계엄사령부는 1980년 7월 29일 '삼청계획 5호'에 따라 계엄포고 제13호를 발령했고 군과 경찰은 6만755명의 시민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약 4만 명이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됐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진화위 조사 결과 전체 피검자의 35.9%가 전과 사실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문신, 소란, 전과자 등 이른바 '불량배'로 분류된 사유만으로 불법적으로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3명 중 1명 이상이 전과가 없는 무고한 시민이었다.
삼청교육 과정에서는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순화교육·근로봉사·보호감호가 순차적으로 실시됐고, 사망자 54명, 후유사망자 367명, 상이자 3,239명 등이 발생했다. 대규모 국가폭력 사건이었다.
피해는 군부대를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가는 삼청교육 이수자 3만9786명을 행정 전산망에 입력해 관찰·보호 대상으로 관리했고, 경찰과 행정기관은 거주지와 취업, 동향까지 파악했다.
구타와 가혹행위의 후유증,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낙인, 국가기관의 사후관리는 피해자들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개인의 인생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파탄 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삼청교육이 시행되던 때, 법무부는 이를 교도소로 가져왔다
진화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는 군부대 순화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교정시설에도 도입하기 위해 1980년 8월 30일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지침'을 만들었다.
목적은 "전 수용자에게 집체훈련을 실시하여 개과천선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법무부는 전국 교도소에서 교도관 240명을 차출해 육군 제26사단에서 1980년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교관훈련을 받게 했다. 이후 같은 달 22일부터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특별순화교육을 시행했다.
'교도소판 삼청교육대'라는 표현은 단순한 비유만은 아니었다.
진화위는 법무부 교정국이 교정시설 수용자들에게 군부대 삼청교육대에서 실시한 유격훈련과 동일한 순화교육을 실시했다고 명시했다.
삼청교육은 1980~1981년에 집중됐지만 교정시설 특별순화교육은 1980년 9월부터 1987년경까지 약 7년간 계속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미결수·기결수에 정치범까지
특별순화교육은 특정 중범죄자나 성인 남성 수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가 아니었다.
진화위 조사보고서는 "미결수 및 기결수, 정치범, 남녀노소 상관없이 교정시설에 수용된 전체 수용자"가 대상이었다고 명시했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았다.
성인과 소년을 가리지 않았다.
기결수와 아직 재판 중인 미결수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범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하루 7~8시간씩 4주 동안 PT체조와 유격훈련 등 군사식 훈련이 실시됐고 몽둥이 구타와 각종 가혹행위도 있었다.
특히 미결수는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개과천선'을 명분으로 군사식 집체교육과 체벌을 가했다.
진화위는 이를 단순한 과잉 교정교육이 아니라 직권남용과 폭행·가혹행위 등에 해당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삼청교육대 약 4만 명…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은 최소 40만 명
삼청교육대에서 군부대 순화교육을 받은 사람은 약 4만 명이다.
그런데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은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실시됐다.
1988년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전국 교정시설에는 매년 하루 평균 약 5만 명의 수용자가 있었다. 각 연도의 1일 평균 수용인원을 합산하면 36만7473명이다.
여기에 특별순화교육이 시작된 1980년 9월 이후의 교육대상자와 장기수 등에 대한 반복교육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 시기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인원이 연간 10만 명 전후였고, 미결수는 입소 직후 특별순화교육을 받도록 한 지침과 실제 사례도 확인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특별순화교육의 누적 교육대상 연인원은 최소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피해자 수와 교육 횟수는 법무부와 교정당국의 전체 기록을 확인해야 확정할 수 있다.
진실규명을 받은 사람은 30명에 불과하다
2기 진화위는 2025년 3월 특별순화교육 피해자 30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누적 교육대상 연인원이 최소 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국가정책이었다면, 2기 진화위가 30명의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특별순화교육이라는 국가정책 전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누가 정책을 만들었는가.
전국 몇 개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실시됐는가.
연도별·시설별·기수별 교육인원은 몇 명인가.
한 사람이 몇 차례 교육을 받았는가.
미결수와 기결수, 여성과 소년, 정치범은 각각 얼마나 포함됐는가.
시설별 폭행과 가혹행위의 양상은 어떠했는가.
교육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중대한 상해 또는 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법무부 본부는 각 교정시설로부터 어떤 시행결과를 보고받았는가.
아직 국가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진화위가 권고한 지 1년이 넘었다… 법무부는 무엇을 했나
2기 진화위는 2025년 3월 18일 특별순화교육을 국가폭력으로 진실규명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그로부터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직접 만들고 시행한 법무부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는 사실도, 전체 피해규모와 시행실태를 조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특별순화교육은 다른 국가기관이 시행한 사건이 아니다.
법무부가 지침을 만들었고 법무부가 관리하는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실시한 국가정책이다.
국가폭력이라는 공식 판단이 내려졌다면 법무부는 적어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전체 실태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진화위의 진실규명과 권고에도 침묵하고, 법원이 국가배상책임까지 인정한 뒤에도 피해자들이 40년 전 국가기록을 찾아 스스로 소송하도록 방치한다면 책임 있는 국가기관의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과거의 법무부가 저지른 국가폭력을 현재의 법무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법무부 산하에 독립된 특별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진화위는 삼청교육 피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국가 사과와 경제적 보상, 트라우마 치유 등과 함께 '조사기구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교정시설 특별순화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3기 진화위가 과거사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약 7년간 시행된 수십만 명 규모의 특별순화교육을 제한된 조사기간과 인력만으로 전수 조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법무부 장관 산하에 독립된 특별조사기구를 설치하되, 과거사 조사 전문가·법률가·교정 전문가·기록 전문가·피해자 측 인사 등이 참여해 전체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와 각 교정시설의 지침·시행결과 보고서·수용기록·특별순화교육 명부 등 관련 국가기록도 일괄 확보·보존해야 한다.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상해·후유장애 역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 40만 명이라면 국가가 먼저 찾아야 한다
현재 일부 피해자들은 3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고 있고, 국가배상을 받기 위한 소송도 제기하고 있다.
진화위의 개별 진실규명과 추가 조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누적 교육대상 연인원이 최소 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약 7년간 전국적으로 시행된 국가정책이라면, 개별 피해자가 국가기록을 찾아 피해를 입증하도록 하는 방식만으로 전체 진실을 밝히기는 어렵다.
순서는 거꾸로 되어야 한다.
국가가 먼저 기록을 찾아야 한다.
국가가 전체 규모를 밝혀야 한다.
국가가 피해자를 확인해야 한다.
삼청교육대 약 4만 명의 국가폭력은 우리 사회가 알고 있다.
그런데 삼청교육대의 약 10배 규모로 추정되는 교정시설 특별순화교육은 아직 전체 실태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침묵한다면 피해자들에게 다시 40여 년 전 국가의 잘못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무부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독립된 특별조사기구를 설치해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의 전체 규모와 피해 실태를 전면적으로 밝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정영훈 변호사는 헌법학 박사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2국장을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정세에서 국가폭력·과거사 및 형사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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