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에 손봉기·김성수…조희대, 임명제청

조희대 대법원장이 7개월간의 장고 끝에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통상 대법관 임명 제청 전 대통령을 찾아가 대면으로 제청해 온 관례와 달리 청와대에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대법원과 청와대 간 물밑 조율이 불발된 점이 ‘서면 제청’의 형태로 드러난 만큼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61·사법연수원 22기·왼쪽 사진)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58·연수원 24기·오른쪽)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지 209일 만이다.
이날 임명 제청으로 반년 넘게 교착상태에 있던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가 재개됐다. 그러나 이날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를 찾지 않았고, 서면으로 제청을 마친 것은 이날까지 청와대와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어 후임 대법관 임명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조희대, 청와대와 합의 불발…대통령 대면제청 관례 깼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 대상 후보자 4명을 추천했지만 전날까지 조 대법원장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3일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대법관 한 자리가 5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의 물밑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대통령실이 원하는 후보와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가 달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이날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은 대법관 2인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당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박영재 대법관이 지난 3월 4일 사퇴하고 재판 업무로 복귀하면서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된 소부 공백은 채워졌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노 처장이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되면서 그가 속해 있던 대법원 3부는 다시 대법관 3명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이흥구 대법관이 오는 9월 7일 퇴임하면 대법관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다. 이 때문에 이 대법관 후임 제청과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실제로 조 대법원장은 이날 두 명의 후임 후보자를 동시에 제청했다.
서면제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는 ‘대통령 패싱’이라는 공개 반발이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년을 뭉개더니, 통보입니까”라며 제청 방식과 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을 패싱하는 것은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주장해 온 조 대법원장 탄핵의 사유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209일간 대법관 제청을 미루더니 이제는 대통령마저 패싱하며 법사위 전체회의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합니까”라고 반발했다. 그는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청 경위와 시점 등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달성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30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을 제외하곤 대구·경북 지역에서 재판 업무를 담당해 온 ‘향판(지역법관)’이다. 2019년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시행된 법원장 후보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 인성고,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재판 실무와 사법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을 지냈고, 2023년에는 사법연수원 수석교수를 역임했다.
최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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