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속인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 민화가?

손영옥 2026. 8.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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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전 '제로: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사진)을 최근 시작했다. 전시 제목만 보고 현대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이나 체제 속 특유의 민속 문화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전시장을 찾는다면 실망하게 된다.

그러니 전시품에서도 체제 슬로건이나 선전 문구가 새겨진 생활도자기 등 현대 일상 생활용품이나 북한식 한복, 북한식 자수·나전칠기 공예품, '주체 민속학' 관점에서 변용된 현대 민화, 민속 관련 체제 선전화 등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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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제로’
작품들 전시 제목과 달라 의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전 ‘제로: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사진)을 최근 시작했다. 전시 제목만 보고 현대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이나 체제 속 특유의 민속 문화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전시장을 찾는다면 실망하게 된다.

북한이라는 명칭은 1948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에 각각 별도의 정부가 제정되면서 생겨났다. 38선 이남의 대한민국(한국)은 헌법상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함에 따라 이북 지역을 ‘한국의 북쪽’이라는 의미인 ‘북한(北韓)’으로 정식 명칭화했다. 그러니 전시품에서도 체제 슬로건이나 선전 문구가 새겨진 생활도자기 등 현대 일상 생활용품이나 북한식 한복, 북한식 자수·나전칠기 공예품, ‘주체 민속학’ 관점에서 변용된 현대 민화, 민속 관련 체제 선전화 등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금강산 민화, 해주 항아리, 해주 반닫이, 해주 소반 등이 나왔다. 시기적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민간 수요가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북녘 지역에서 생산된 회화, 공예품들이다. 또 국가무형유산으로 보존되는 북청사자놀음(함경남도 북청군 일대), 봉산탈춤(황해도 일대)의 탈이 전시됐다. 개항기 풍속화가 김준근이 원산항을 그린 산수화도 나왔다. 김준근은 개항기 부산, 원산, 인천 등 개항장을 돌며 서양인 수요에 맞춰 풍속화와 산수화를 그려 팔았던 시정 화가였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산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만 소환됐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인 조선시대나 19세기 유물을 ‘북한의 민속’이라는 범주에서 소개할 때 관객에게 지리적 경계와 정치적 정체성의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 조선시대 민속품은 남북한 전체가 공유하는 한반도의 공통 문화유산이다. 현재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이를 ‘북한 민속품’으로 소개하면 남북 공통의 역사를 특정 지역의 전유물처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분단 이후 80여년이 흘렀다. 실향민들이 갖는 향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북한의 행정 구역에 속하는 개성·황해도·평안도·함경도 관련 유물을 소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개성·황해도·평안도·함경도 관련 유물과 민속자료 346점이 나왔다.

전시의 출발은 제목이다. 그런 의도였다면 오해의 소지가 없는, 향수를 건드리는 다른 제목을 내세우는 게 맞았다. 전시 디스플레이에서도 타워형으로 작품을 설치해 유리장으로 감쌌는데, 영상을 쏘기 위해 일부 벽면은 불투명으로 처리함으로써 유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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