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키노라이츠 품에서 살아날까…"관건은 콘텐츠"

정혜승 기자 2026. 8. 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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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인수가는 42억5000만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수 자체보다 인수 이후 콘텐츠 공급 역량이 왓챠의 생존을 가를 것으로 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 인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왓챠는 지난 4월 공개매각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당시 CJ ENM과 키노라이츠가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최종 응찰하지 않았다. 이후 왓챠는 재공고 없이 개별 투자자와 접촉하는 수의계약으로 방식을 틀었다.

왓챠는 2011년 설립돼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전 국내 스트리밍 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립·예술·인디영화 등 희귀 콘텐츠와 취향 분석 추천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했다. 매출도 2020년 380억원에서 2021년 708억원, 2022년 734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OTT 경쟁이 콘텐츠 경쟁으로 바뀌면서 왓챠의 성장은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왓챠의 위기를 ▲콘텐츠 투자 여력의 한계 ▲얼어붙은 투자 심리 ▲국내 OTT를 보호하지 못한 정책 환경 등으로 진단한다.

넷플릭스나 티빙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자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티빙은 CJ ENM이라는 모기업의 콘텐츠 공급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왓챠는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였다.콘텐츠 공급 단절은 이용자 이탈로 이어졌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왓챠는 2018~2019년만 해도 고정 매니아층이 있었지만, 기존 매니아층만 믿고 새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했다"며 "이용자가 볼 것을 다 보고 나면 새로운 걸 원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자 '왓챠에 들어가도 볼 게 없다'는 인식이 생기며 이탈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2024년 말 기준 왓챠의 누적 결손금은 2670억원, 자본총계는 -87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앞서 CJ ENM도 지난 4월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이 같은 재무 리스크를 이유로 본입찰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왓챠의 장점은 데이터와 충성 고객층이다. 왓챠는 신규 투자를 거의 못 하고도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유지해왔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취향 데이터 기반 사업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OTT 경쟁이 콘텐츠를 넘어 데이터·추천·유통으로 옮겨가는 만큼 왓챠의 큐레이션 역량과 콘텐츠 평가 데이터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왓챠 인수에 나선 키노라이츠는 2018년 설립된 콘텐츠 추천 플랫폼이다. 여러 OTT의 작품 정보를 비교하고 취향 데이터로 영화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영화 IP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왓챠를 인수하면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IP를 직접 보유·유통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관건은 인수 이후다. 안 교수는 키노라이츠가 콘텐츠 제작·공급사가 아니라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키노라이츠는 이용자 선호도 분석 같은 평가 기반 서비스를 해온 회사"라며 "왓챠를 인수하면 결국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하는데 새 콘텐츠 제작·배급에 투자할 여력이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걸 제대로 못 하면 기업 리스크를 크게 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왓챠 한 곳의 위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안 교수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일부 성공에 착시가 있지만 K-콘텐츠는 산업적으로 기반이 무너져 있다"며 "치솟은 제작비를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히트작 극소수만 살아남는 구조가 반복되면 산업 기반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왓챠 인수의 성패는 콘텐츠 전략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 교수는 "왓챠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독립·예술 영화 같은 고유 콘텐츠가 끊임없이 공급돼 '왓챠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인식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대형 OTT와 규모로 경쟁하는 대신 데이터로 고른 콘텐츠를 정확한 이용자에게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OTT의 생존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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