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천원짜리 양파는 새벽배송 불가”…황당한 유통 상생안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의 마중물이 될 상생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최근 주요 유통업체에 “(새벽배송 허용을 위해선) 대형유통업체의 상생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과제들이 필요하다”며 소상공인단체의 의견을 담은 상생안을 제시하고 검토를 요청했다. 김성원(국민의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생안은 크게 신선식품 소량판매(1만원 이하) 제한, 상생기금(1000억원) 조성, 소상공인에게 도매가 물품 판매 등 7가지다.
2013년 여·야는 합의를 거쳐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 새벽시간(0~10시) 영업 금지 규제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산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유통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과 선택권을 침해한다’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와 여당은 새벽시간에 온라인 배송만 허용하는 유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소상공인업계가 반발하고 나서자 중기부가 소상공인의 의견을 담은 상생안을 유통업계에 전달했다. 하지만 상생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통업계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방안은 ‘새벽시간(0~10시) 농·축·수산물 단일품목 1만원 이하 판매 제한’이다. 현재는 영업할 수 없는 새벽시간에 온라인 판매를 하는 대신 가격이 1만원 이하인 신선제품은 팔 수 없다는 항목이다. 예컨대 이 시간대엔 ‘양파(4000원)+계란(7000원)’은 결제 총액이 1만원이 넘어도 각각 가격이 1만원 이하라 모두 살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파를 1만원 넘게 대량으로만 판매하라는 건데, 가구원수 감소로 소량판매가 대세인 상황에서 당혹스럽다”며 “심야시간에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이 문을 여는 것도 아닌데, 규제 완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 방안”이라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소상공인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도매가로 물품 구매 지원’도 논란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바이어가 애써 영업해 계약한 가격 그대로 되팔아야 하는 셈이라서다. ‘사실상 소상공인 물류센터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마트·온라인 플랫폼이 매출의 0.1% 정도를 출연해 최소 10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면 이를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24시간 영업을 하는 쿠팡·컬리 같은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선 새벽배송 규제 완화로 경쟁 구도가 되레 불리해지는데, 사실상 이를 위한 상생기금을 낼 이유가 없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새벽배송으로 얻을 매출이 상생기금보다 많을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전통시장 300m 내 SSM 신규 출점 자율적 제한’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함께 PB상품(자체 브랜드) 공동 개발’ 같은 안도 있다. 온누리 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로 전통시장 매출 증진을 유도하거나 ‘전통시장 상인의 날’(10월 22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해 소상공인의 자부심을 고취하자는 방안도 제기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고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협의의 장을 만드는 등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위원장은 “소비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상생안은 소상공인 보호 효과뿐 아니라 대형마트 규제 완화의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큰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유통업계와 소상공인,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현주‧강보현 기자 chj8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얼굴 ‘이 부위’ 문질러라…치매 부르는 뇌 찌꺼기 사라진다 | 중앙일보
- “삼전닉스 물타기? 미친 척 3000만원 넣어라”…3억 된다는 이 종목 | 중앙일보
- 강남 한복판서 15번 찔렸다…‘300억 수출’ 앞둔 벤처 대표의 비극 | 중앙일보
- 결혼식 하루 전날 도우미에 몹쓸 짓…미국 예비신랑 충격 범행 | 중앙일보
- “오빠야~♥ 깜짝 놀랐니?” 외제차 3대 바꿔준 아내의 유서 | 중앙일보
- “농심 회장때 장수비결 찾았다”…코스트코서 쟁여놓는 이것 | 중앙일보
- ‘좋아요’ 받으려 끔찍…10대 5명 고속도로서 전원 사망, 무슨 일 | 중앙일보
-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로 맞췄다”…호날두 결혼식 비화 공개 | 중앙일보
- “네 부모 다 건드려줄까” 수갑 찬 중2, 경찰관에 기막힌 협박 | 중앙일보
- “참한 아내” 알고 보니 성병에 빚더미…‘초고속 결혼’ 난리난 곳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