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설’? 日 문학상 공모 쇄도…심사비 폭증에 "이러다 문학상 사라져"

유성운 2026. 8.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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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로고. EPA=연합뉴스

하야카와 쇼보 편집본부의 시오자와 요시히로(塩澤快浩) 에디터는 최근 문학상 응모작을 읽다가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초반부에는 문단 사이마다 어김없이 한 줄씩 공백이 들어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공백이 사라지고 문체가 갑자기 매끄러워지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띈 것이다.
그는 “내가 읽은 10여 편 가운데 적어도 2~3편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문학상 공모전에 AI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응모작이 급증해 심사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하야카와 쇼보의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는 1012편이 접수됐다. 예년 응모작이 400편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다른 공모전도 비슷하다. 미스터리 소설 분야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다카라지마샤)에는 전년보다 60% 늘어난 731편이 몰렸다.
라이트노벨 분야인 ‘전격소설대상’(카도가와)은 40% 증가한 5088편, 순수문학 분야인 ‘신초신인상’(신초샤)도 30% 늘어난 3518편을 기록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응모작이 동시다발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문제는 응모작이 증가할수록 출판사가 부담해야 할 심사 비용도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본 문학상은 통상 1~3차 심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심사위원에게 작품 평가를 맡길 경우 의뢰료는 한 편당 수천 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응모작 증가세가 해마다 이어지면 출판사 한 곳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간 비용이 수백만 엔씩 불어나는 구조다.
출판 시장 침체로 출판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매년 늘어나는 심사 비용은 문학상 운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시미즈 요시노리(清水良典)는 “잡지 불황 속에서 경제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며 “앞으로 신인문학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공모전이 응모작의 대량 생산으로 오히려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소설가 장강명 중앙포토

한국도 비슷한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해 『먼저 온 미래』에서 바둑계를 내세워 AI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소설가 장강명은 한 강연에서 “문학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퀄리티 높은 소설을 써내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인간 소설가들을 완전히 상회하는 소설을 너무도 간단히 써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보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역대 가장 많은 1만3612편이 접수돼 전년 7755편의 약 1.8배로 늘어나는 등 문학 공모전 응모작이 급증했다고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다만, 한국기자협회보는 응모작 증가의 주된 배경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어진 문학 열풍과 2030세대의 ‘텍스트 힙’ 문화를 꼽았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작품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AI 활용을 금지한 공모전에서도 응모작이 증가했다며 AI 영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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