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새벽 4시, 아파트가 뚫렸다…“살려달라” 거제의 비명 [영상]

김민주, 안대훈 2026. 8. 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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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덮친 산사태, 주민 1명 사망


폭우가 쏟아진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산 아래에 있는 A아파트 2층 집 거실까지 뚫고 들어왔다. 이 아파트 같은 동 1층에 살던 20대 남성은 토사에 파묻혔다가 구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진 아파트 입주민 박종기씨
“새벽 4시쯤 ‘우르릉 쾅’ 소리가 나드만, 거실로 나와보니 창문 너머로 토사가 밀려들어와 집을 다 메아(메워)뿌쓰예.”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104동 주민 박종기(78·2층 거주)씨는 “흙더미를 조심스레 밀어 내고 겨우 탈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6시간 동안 5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탓에 인근 야산에서 난 산사태가 아파트로 들이닥쳐 일어난 사고다.

가까스로 탈출한 박씨가 밖으로 나왔을 땐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이웃 주민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한다. 박씨와 같은 동 1층에서 혼자 살던 20대 남성 A씨는 집 안에 들이닥친 토사에 파묻혔다. 소방에 의해 구조돼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삼성중공업 조선소 직원으로 확인됐다.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하였다. 사진은 산사태로 인해 차량들이 토사와 함께 휩쓸려 내려와 아파트 출입구를 막은 모습. 송봉근 객원기자

박씨는 “A씨가 살던 집은 흙더미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와 반대편 창문까지 뚫고 나왔다. 내부를 싹 휩쓸어버렸다”며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A씨 이외에도 50대 여성 B씨 등 주민 2명이 팔이 부러지는 등 다쳤다.

아파트 뒤편으론 낙석 방지 울타리와 깎아내린 산비탈의 압력을 막기 위한 옹벽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산사태로 밀려든 흙더미에 펜스와 옹벽은 모두 훼손됐고, 동 사이에 있는 통로를 따라 토사가 흘러들며 1·2층 저층부(8세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104동과 인접한 103동에서는 입구를 틀어막은 흙더미와 차량을 중장비로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동 1층에 거주하는 주민 홍모(56)씨는 “흙더미와 거기에 휩쓸린 차가 우리 동 입구를 막았다. 한동안 대피하지 못하다 소방에 구조됐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진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성지중학교 급식소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인근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덮친 A아파트 입주민들이다. 급히 대피하느라 반바지에 잠옷 차림인 모습들도 보였다. 안대훈 기자

이 아파트 주민 70세대 150명은 인근 중학교로 몸을 피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황모(41·104동 14층 거주)씨는 “오전 4시쯤 산사태에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며“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데리고 지갑과 전화기만 챙겨 급히 집에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연휴 800㎜ 쏟았다…경남 피해 속출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수백㎜의 폭우가 쏟아진 경남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 집계를 보면 15일 오전 9시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5.5㎜, 통영 686.1㎜, 고성 하이 408.2㎜, 사천 삼천포 379㎜, 남해 291.1㎜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거제 명사에는 한 시간 동안 52.5㎜의 비가 더 내렸다.
경남 남부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거제와 통영지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통영 무전동에서 불어난 물에 차량이 침수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사태가 난 거제 옥포동 아파트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통영에서도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산사태 피해는 23곳에서 확인됐고 도로 12곳과 하천 4곳, 주택 20곳도 피해를 봤다. 거제ㆍ통영을 중심으로 2030세대가 정전됐다.
차준홍 기자


도로 침수에 조선소 출근길도 차질


경남소방본부는 인명구조와 배수, 낙석ㆍ도로 장애 제거 등 345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밤새 통영·사천·거제에서는 모두 125세대 165명이 마을회관과 행정복지센터, 경로당,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45세대 66명은 귀가했지만 80세대 99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한 주택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내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거제 양대 조선소의 출근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화오션은 전사방재종합상황실을 통해 “집중호우로 거제 관내 도로가 통제돼 출근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특근 예정 노동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사업장 주변 도로 통행이 어려워 출근 대기를 전파한 것으로, 조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도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공무원 1468명을 투입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2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로 13곳과 하천변 산책로 47곳, 세월교 111곳, 하상도로 18곳 등 모두 212곳의 출입을 통제했다. 산사태 취약지역 650곳과 해안가 저지대 48곳, 야영장 383곳도 예찰하고 있다.

거제=안대훈ㆍ김민주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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