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24년 만에 ‘연금 50%’ 분할 요구한 아내…법원 판단은

최서인 2026. 8.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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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호성호)는 노령연금 수급자 A씨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연금액 변경처분의 거부 처분 취소 소송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진 pxhere

장기간 별거 끝에 이혼한 전처에게 혼인 기간이 5년을 넘었다는 이유로 노령연금을 분할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호성호)는 노령연금 수급자 A씨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연금액 변경처분의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혼인신고상 혼인 기간이 법적 기준인 5년을 넘더라도 실제 부부로 생활한 기간이 5년 미만이라면 수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A씨는 아내 B씨와 1992년 결혼했다가 별거 끝에 약 7년 만에 협의이혼했다. 시간이 흘러 60대가 된 A씨는 퇴직했고, 2018년부터 노령연금 수급자가 됐다. 그러자 전처 B씨는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전남편의 노령연금 50%를 분할해 달라며 2024년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국민연금은 혼인 기간 83개월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전처와 절반씩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별거 기간이 길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전처와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노령연금 분할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별거·가출기간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재심사에서도 적어도 80개월은 혼인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남편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남편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적어도 1996년 3월에는 이들이 별거를 시작했다고 봤다. 남편은 “1995년 아내가 가출했다”고 주장하고 아내는 “남편이 집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는 등 별거 경위에 대한 진술은 갈리지만, 적어도 이듬해 3월부터는 동거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집에 살던 두 사람이 1996년 3월 각각 주소지를 옮겼고, 이후로 같은 주소로 주민등록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자녀 양육을 둘러싸고도 혼인관계라 할 만한 교류는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별거 이후 남편이 자녀를 양육했고, 협의이혼 시까지 아내가 남편에게 양육비를 보낸 사실은 없다”며 “아내가 시어머니를 통해 자녀의 옷, 생활용품 등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자녀를 매개로 한 혼인의 실체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 승소 판결은 공단과 전처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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