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공방정식 그대로 따라오는 C뷰티 [김소연 칼럼]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6. 8.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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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은 그야말로 K뷰티의 날이었습니다. K뷰티 주요 종목뿐 아니라 화장품 ETF도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죠. 이날 K뷰티가 훨훨 난 것은 관련 업체들이 2분기 호실적을 잇따라 발표한 덕분입니다. 개별 업체 실적만 좋은 게 아닙니다. 올해 1~5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46억2962만달러로 전 세계 2위입니다. 1위는 50억8284만달러의 프랑스. 절대적인 숫자는 프랑스가 크지만, 증가율을 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프랑스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 감소한 반면, 한국은 21% 급증했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한국이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프랑스를 제치고 전 세계 화장품 최강국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아직 샴페인을 제대로 터뜨리지도 못한 것 같은데 벌써부터 “K뷰티가 지금이 정점이 아니고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려면, K뷰티라는 카테고리가 아닌 브랜드가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 홍성태 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K뷰티라는 이름 말고 자기 브랜드로 승부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는가? 제품과 마케팅만으로 승부 보는 방식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라는 뼈아픈 일침을 날립니다.

한국 브랜드는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성분, 새로운 제형, 새로운 사용법에 매우 강하죠. 제품이 나오면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SNS 바이럴이 이어지면서 매출이 터지는 게 기본 공식입니다. 반면, 고유 스토리로 승부하는 럭셔리 브랜드는 철학을 내세웁니다. 예를 들어, 이솝(Aesop)은 단순히 핸드크림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식물성 원료와 미니멀한 공간, 지적이고 절제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정돈된 세계를 팝니다. ‘이솝 핸드크림을 쓰는 나는 지적이고 절제된,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이처럼 “왜 반드시 이 브랜드여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K뷰티가 영속할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K뷰티라는 단어와 상관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K뷰티가 파죽지세로 잘나가는데 웬 뜬금없는 홀로서기? K뷰티라는 후광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K뷰티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라오고 있는 C뷰티의 물량 공세와 그에 기반한 무서운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C뷰티가 지금은 색조 정도만 강하지만 몇 년 안에 K뷰티의 핵심인 스킨케어까지 따라올 수 있다는 예상. 그뿐인가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화시쯔(花西子·Florasis)·화즈샤오(花知曉·FlowerKnows) 등은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판타지 패키지까지 장착하는 식으로 나름의 세계관도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메이드 인 차이나 화장품을 써?” 반문하는 이가 한국에는 많지만, 지난해 중국 화장품 해외 매출은 57억달러로 벌써 세계 9위입니다.

올리브영 A본부장은 “매 기획 회의 때마다 중국 브랜드를 입점시키자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왜 입점 안 시키냐는 논리다. 올리브영은 한국 중소 브랜드를 키워왔다는 스토리로 어필해왔기 때문에 중국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목소리가 아직은 먹히지만, 사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는 게 말이 되진 않는다”고 들려줍니다. 어쩌면 가성비는 슬슬 C뷰티에 물려주고 K뷰티만의 정체성을 찾는 뼈를 깎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일지도요.

[주간국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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