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쟁취’ 8부 능선 넘은 김민석…서울∙경기도 정청래 눌렀다

김민석 대표 후보가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호남(전남광주·전북) 경선 대승에 이어 서울·경기 경선에서도 가까스로 이기며 전체 결과에 7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경선을 승리로 마무리하면서다.
김 후보는 16일까지 진행된 권리당원 경선에서 누적 38만3373표(득표율 49.91%)를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 정청래 후보는 31만8806표(득표율 41.51%)에 그쳤다. 두 후보의 득표 차는 6만4567표(8.4%포인트 차)다. 3위 송영길 후보는 6만5874표(8.58%)에 그쳤다.

지난주까지 3086표 차에 불과했던 박빙 승부의 판은 15~16일 호남과 서울·경기 경선에서 크게 흔들렸다. 김 후보는 16일 전체 권리당원 152만여명 중 58만여명(약 38%)이 밀집한 서울∙경기 경선에서 14만8245표(46.66%)를 얻어 정 후보(14만7038표, 46.28%)에게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수도권에서 정 후보가 유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전당대회 이후 분열을 우려한 온건 성향 당원들이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 측은 “경기와 서울 모두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었던 만큼 단 한 표의 무게도 잊지 않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하게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정말 눈물나게 고맙다. 당원들의 열정과 열망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전날 호남 경선은 이번 전대의 최대 변곡점이었다. 김 후보는 호남에서 13만9307표(57.54%)를 받아 정 후보(7만9033표, 32.65%)를 6만274표(24.89%포인트)차로 크게 따돌렸다. 호남 경선 전까지만 두 후보 간 격차는 3086표(1.48%포인트)에 불과했지만 ‘민주당의 성지’로 불리는 호남에서 김 후보로의 몰표가 나오며 승부가 기운 것이다.
김 후보 측과 정 후보 측 모두 “정 후보가 당선되면 호남의 명운이 걸린 ‘메가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거라고 많은 당원이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북은 김관영 전 지사 공천 파동으로 정 후보를 향한 분노 표심도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호남은 권리당원 50만여명(약 32%)이 포진해 있다.
김 후보는 서울·경기·호남 경선에서 메가프로젝트 성공과 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서울에선 “대표가 되면 오세훈(서울시장)보다 뛰어난 후보들이 정책을 논하는 서울 정책 올림픽을 9월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장 필승의 판 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후보는 경기에선 “메가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반도체를 시작한 경기도를 살릴 것”이라고 했고, 호남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메가프로젝트 성공으로 호남의 황금시대를 열고 전북에 2차, 3차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면 정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개혁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서울·경기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대법관 증원 등 대표 시절 사법체계 개편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당원들과 이룩한 성과를 모욕해서 되겠느냐. 개혁은 밀물처럼 계속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승부의 추가 김 후보 쪽으로 상당히 기울며 ‘선호투표’ 없는 ‘과반 당선’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권자가 한 명의 후보만 찍는 게 아니라 김·정·송 후보에 대해 각각 1~3순위를 정하도록 하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래서 1위 후보가 1순위 득표로 과반을 얻으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된다. 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3위 후보를 1순위로 찍은 유권자의 2순위 표를 1·2위 후보의 표로 산입해 1위를 결정한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과 서울·경기에서 정 후보의 대표 시절 성과를 심판하고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큰 흐름이 입증됐다”며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김 후보가 과반 득표를 못하더라도 송 후보의 2순위 표가 김 후보에게 상당히 쏠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 14~15일 권리당원이 아닌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민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에 30% 반영된다.
호남 경선 뒤 “예상할 수 있었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재선 의원)고 탄식했던 정 후보 측은 서울·경기 경선 뒤에도 “서울·경기에서 큰 격차로 승리해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민주당은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 여론조사, 대의원(1만7667명) 투표, 영남권 득표율 가중치 5% 등을 총합해 차기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당내에선 “정 후보가 대역전을 하려면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 이상 크게 뒤집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권 경쟁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당내 통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 내내 거친 언사로 맞붙은 탓에 지지층 분열상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16일 서울 경선에서도 김 후보의 ‘반명(반이재명) 분열주의’ 구호를 겨냥해 “반명과 분열을 입에 올리는 자가 반명분열주의자다.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선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승자는 포용을, 패자는 존중을 해야 한다”며 “갈등은 극복하고 상처는 치유하며 감정의 골을 메워야 한다”고 썼다.
박준규·이찬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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