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강진 닷새 전 콜롬비아 7.4 강진…‘불의 고리’ 다시 요동친다

한지혜 2026. 8.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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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약 4만㎞에 걸쳐 말발굽 모양으로 이어진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멕시코와 일본, 콜롬비아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불의 고리 안팎에서 규모 7대 강진이 잇따르면서다. 다만 지진학계에서는 이들 지진이 서로 영향을 미친 연쇄 지진으로 볼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한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나게케오 음바이에서 규모 7.7 강진으로 갈라진 도로 옆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오전 5시58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플로레스섬 엔데에서 북북서쪽으로 약 68㎞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약 10㎞였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51명이 숨지고 중상자 36명, 경상자 77명이 발생했다고 16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약 5000명이 대피했고 주택 1300채 이상이 피해를 봤다. 여진도 341차례 이어졌다. 2022년 서자바 지진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진으로 꼽힌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망가라이 루텡에서 강진으로 파손된 주택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나게케오 음바이에서 규모 7.7 강진에 따른 쓰나미로 파손된 주택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산사태도 발생하면서 도로가 끊기고 일부 피해 지역은 고립됐다. 군과 경찰 등 3500명 이상이 구조·구호 작업에 투입됐고, 정전으로 주유소 20곳의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피해가 큰 시카 지역 주민 3300여 명은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강진을 피해 대피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망가라이 루텡의 병원 앞에 설치된 임시 의료용 천막에서 강진 피해 주민들이 치료받고 있다. 여진 우려로 병원 밖에 임시 진료 공간이 마련됐다. AFP=연합뉴스


진앙이 플로레스섬 인근 해저였던 만큼 지진 직후 쓰나미 경보도 발령됐다. 여러 지역에서 1m 미만의 쓰나미가 관측됐으며 당국은 약 3시간 뒤 경보를 해제했다.


‘불의 고리’ 조명, 왜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지진으로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가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최근 두 달 사이 이 지진대의 동쪽과 서쪽에서 규모 7대 강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지진대 동쪽의 멕시코 남부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7.3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서쪽인 일본 규슈에서는 일본 기상청(JMA) 기준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달 10일에는 다시 동쪽인 콜롬비아 서부에서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고, 닷새 뒤 서쪽인 인도네시아에서 이번 강진이 뒤따랐다.
1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페레이라에서 굴착기가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칼리에서 규모 7.4 강진을 피해 대피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 설치된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콜롬비아와 국경을 맞댄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6월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랐다. 최근 두 달 동안 불의 고리와 그 인접 지역에서 규모 7대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셈이다.

불의 고리는 하나의 단층이 아니라 태평양 주변의 여러 지각판 경계가 이어진 환태평양 지진대를 일컫는다. 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해구와 화산대가 말발굽 모양으로 분포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지진대로, 특히 해양판이 다른 지각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가 많아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다. USGS는 전 세계 대형 지진의 약 81%가 이곳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틍가라주 망가라이 루텡에서 규모 7.7 강진으로 파손된 대학 건물. AFP=연합뉴스


그렇다고 최근 불의 고리 전체의 지진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의 고리는 하나로 이어진 단층이 아니어서다. 멕시코·콜롬비아가 있는 아메리카 지역과 일본·인도네시아가 있는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지각판과 단층의 움직임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같은 불의 고리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지역의 지진이 수천㎞ 떨어진 다른 지역의 강진을 촉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짧은 기간에 대형 지진이 몰리는 현상 자체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앤드루 마이클 USGS 지진과학센터 연구지진학자는 1900년 이후 규모 7 이상 지진의 발생 시점을 분석한 연구에서 “겉으로 보이는 대형 지진의 집중 현상은 무작위 변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지역에서 강진이 잇따르더라도 서로 연결된 연쇄 지진이라기보다, 각각 발생한 지진의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이란 설명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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