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 탑승기] 청년도, 노인도, 주부도…모두가 주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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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코스피 5000 찍겠는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불과 16일 만에 코스피가 3000을 돌파했다.
그러나 다신 주식에 손대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코스피 5000을 보는 순간 무너졌다.
"눈덩이를 만들때 조그마한 눈을 계속 굴리는 것하고 사이즈가 큰 걸로 굴리는 것하고 눈이 달라붙는 게 다르잖아요." 결국 놀고 있던 사업자금 1억이 전부 주식 계좌로 들어갔다.
코로나 당시 테마주에 물렸던 남편의 주식 실패 경험으로 평생 예적금만 해온 그였지만, 오르는 주식 시장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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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코스피 5000 찍겠는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불과 16일 만에 코스피가 3000을 돌파했다. 그 뒤로도 주가는 쭉쭉 올랐다. 곧 전세 만기를 앞둔 김현규(33·가명)씨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신혼집을 살 것인가, 주식을 할 것인가. 지금의 흐름이라면 주식이 답이다.
현규씨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현규씨는 이 대통령이 20대 대선 후보 당시 ‘삼프로 TV’에 나와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저평가된 점만 정상화돼도 코스피 4500 정도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 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주식에 빠삭한 정치인이 있었나’ 현규씨는 생각했다. 이 대통령이 21대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는 그를 따라 코스피 ETF와 삼성전자를 몇 주 샀다. 인생 첫 국장(국내 증시) 투자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28일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코스피 200 지수와 코스닥 15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총 4000만원어치 직접 매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산 국내 주식은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신혼 2년차, 이젠 진짜 집을 사자고 주장하는 아내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여보, 이재명이잖아. 한다면 한다니까? 집은 집값 잡히고 2년 뒤에 사면 되잖아. 지금 코스피 봐봐. 이제 진짜 시작이야”. 주식에 관심 많은 새 정부가, 그것도 실천력이 증명된 대통령이 못할 리 없었다. 현규씨는 반신반의하는 아내에게 국내 주식 계좌 수익률도 보여줬다. 빨간 숫자를 보자 아내의 마음도 흔들렸다. 아내도 이 대통령의 실행력만큼은 믿고 있었다. 부부는 고민 끝에 아파트 매수 대신 주식을 택했다.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진짜로 코스피가 5000을 넘더니 6000까지 내달렸다. “여보, 우리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게 이 정도야.” 넉넉해진 수익률에 부부는 마냥 행복했다. 주식으로 불린 돈으로, 2년 뒤 조금 더 안정된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할 행복한 꿈을 꾸던 시간이었다.
수익률 앞에서 이념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 성향의 중학교 교사 김선우(30·가명)씨도 지난 1월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진보 성향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지만, 부동산에서 증시로 자금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 첫 현장 일정으로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연일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자”고 외쳤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7월 상법 개정안 통과를 시작으로 증시 부양책도 줄줄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자금 흐름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코스피가 매일같이 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원래 정치 성향은 민주당과 반대지만, 진짜 부동산 잡으려고 주식 제대로 띄워보겠다 싶었어요.”
선우씨는 집을 사기 위해 자금의 절반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연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정부여당의 증시 부양 발언이 귀에 꽂혔다. 대출 규제가 점점 심해지는 걸 보니 지금 당장 집을 사기는 어려워 보였다. 선우씨는 우선 주식으로 자금을 더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부 정책 따라 한번 믿어보자”. 결국 선우씨는 올해 초 현금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자금의 90%를 주식 투자에 쏟아부었다.

17년 만의 주식 복귀 선언
지난해 12월 말 자영업자 차영진(55·가명)씨는 17년 만에 주식 계좌를 열었다. 영진씨는 1998년 IMF 사태, 2008년 리먼 사태를 주식 시장에서 온몸으로 겪은 산증인이다. IMF 당시에는 1억3000만원을 잃었고, 리먼 사태때는 3억원 넘게 손해를 봤다. ‘이제 인생에 주식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다신 주식에 손대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코스피 5000을 보는 순간 무너졌다.
사실 영진씨는 코스피 3000 때부터 수없이 망설였다. 손실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망설임을 결심으로 만든 건 갑자기 생긴 여윳돈이었다. 함께 구상하던 사업은 동업자의 ‘펑크’로 계획이 꼬여버렸고, 마련해둔 사업 자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놀고 있는 이 돈을 어떻게 해야할까. 은행에 넣어두기엔 너무 이자가 적었고, 부동산 투자를 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주식은 오르고 있었다. 우주의 기운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2000만원만 넣어보자”. 영진씨는 이전 두번의 실패가 정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공부만 한다면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300만원의 거금을 내고 투자 종목을 찍어주는 일명 ‘리딩방’에 들어갔고, 개인적으로 공부도 했다. 삼전닉스 대신 코스닥의 소부장, 전력주, 원전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걱정과 달리 영진씨의 연초 수익률은 100%가 넘었다. 장기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주변에서는 ‘나도 정보 좀 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영진씨는 정부여당이 국정 운영을 잘해 주식이 오른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하나 바뀌어서 주식 시장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나 싶었죠. 나라가 운이 참 좋기도 했구요.” 갑자기 폭락할 국제적 이벤트도 딱히 없었고, 선박, AI, 전력 등 한국 기업의 성적은 부흥기였다. 영진씨는 점점 과감해졌다. 수익 실현은 생활비 정도만 했다. “눈덩이를 만들때 조그마한 눈을 계속 굴리는 것하고 사이즈가 큰 걸로 굴리는 것하고 눈이 달라붙는 게 다르잖아요.” 결국 놀고 있던 사업자금 1억이 전부 주식 계좌로 들어갔다. 영진씨의 수익률은 어느새 200%를 향해 갔다. ‘만스피 간다’는 증권사 리포트가 나올 무렵의 일이었다.
결혼, 부동산… 시드 만들러 탑승한 2030
은행권 직장인 정곤일(29·가명)씨는 지난해 4월부터 부동산 시드(밑천)를 모으기 위해 국장에 들어갔다. 미장(미국 증시)만 주로 했지만 국장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빠르게 시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교적 빨리 국내 주식에 들어온 곤일씨의 수익률은 좋았다. 기쁘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기서 하차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긱이 먼저 들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불장이었으니까요. 주변에서 이때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포모’ (FOMO·소외 공포) 온다고 하던데 들어가 있는 저도 ‘더 했어야 하나’ 하는 다른 의미의 포모가 오더라구요.” 삼천피에 먼저 탑승했던 곤일씨조차도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그는 결국 올해 초 자신의 투자 자금을 80%까지 국장으로 옮겼다.
취업준비생 곽진호(31·가명)씨는 주식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망설임 없이 “자산 증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회를 잘 타서 자산을 좀 불려보자는 생각에 들어왔어요. 저랑 비슷한 2030 다 마찬가지예요. 부동산을 사고 싶어도 너무 올라 있고 자산 격차는 벌어지고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자산 증식을 꿈꾸는 곽씨는 미국 주식을 정리하고 적금을 깬 3000만원을 들고 지난 4월 국장에 진입했다. 보험업 직장인 오현우(30·가명)씨도 지난 5월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을 깨 SK하이닉스를 매수했다.
“결국 종착지는 집이죠. 대한민국에서 결국 모든 것은 부동산이니까요. 집 살 돈으로 주식 하라고 하는데, 결국엔 집을 사기 위해 주식을 하는 거죠” 부동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시작한 중학교 교사 김민우(35·가명)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예적금에 지친 5060, 노후 대비 국장行
이슈탐사팀=이강민 김지훈 김판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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