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제로' 열풍에 멀리했는데…"이런 효과 있다고?" 반전 연구결과 나왔다[실험노트]

윤슬기 2026. 8. 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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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그런데 하루 한 잔의 100%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식단에 포함한 사람들에게서 우울감 지표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영국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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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잔 과일주스·스무디 섭취
4주 뒤 우울 증상 점수 유의미하게 낮아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설탕=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음료 시장의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설탕 대신 대체당을 넣은 '제로 음료'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한때 건강한 음료의 대표격이었던 과일주스도 당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경계 대상이 됐습니다. 과일은 통째로 먹고 주스는 되도록 피하라는 조언도 익숙합니다.

그런데 하루 한 잔의 100%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식단에 포함한 사람들에게서 우울감 지표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은 평소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바꿨을 때 정신 건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영국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연구에는 성인 42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연구 시작 당시 하루 과일·채소 섭취량이 2회분 이하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14명씩 세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집단은 평소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집단에는 통과일과 채소만으로 하루 5회분을 먹도록 했습니다. 영국이 권장하는 이른바 '5-a-day' 기준입니다.

세 번째 집단 역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하루 5회분으로 늘렸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습니다. 매일 100% 과일주스나 스무디 한잔을 함께 마시도록 했습니다. 실험은 4주간 진행됐습니다.

주스 한 잔 더했더니…우울 점수 2.52점 낮아져

4주 뒤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도록 한 두 집단 모두 실제로 먹는 양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정신 건강 지표에서는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과일·채소와 함께 매일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마신 사람들의 우울 증상 점수가 대조군보다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우울 증상을 측정하는 PHQ-9 설문을 이용했습니다. 총 27점 척도에서 대조군의 보정 평균 점수는 5.45점이었던 반면 과일주스·스무디를 마신 집단은 2.93점이었습니다. 2.52점 낮은 수치로,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두고 '과일주스를 마시면 우울증이 치료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참가자가 42명에 불과하고 실험 기간도 4주로 짧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가 가능성을 보여준 수준이라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주스 마시면 식이섬유 부족?"…오히려 8~10g 증가

과일주스는 당은 높지만, 식이섬유 함량은 낮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과일을 갈거나 즙으로 만들면 통째로 먹을 때보다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주스를 추가했다고 해서 참가자들이 통과일이나 채소를 덜 먹지는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작성한 식사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과일·채소 섭취를 늘린 두 집단 모두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약 8~10g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 기간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섭취한 집단에서 대사 건강 지표에 뚜렷한 부정적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하루 한 잔의 과일주스나 스무디가 과일·채소 권장량을 채우는 현실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감귤류 주스 섭취 후 뇌 혈류나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현상이 보고된 만큼 과일 섭취 방식과 정신 건강 사이의 관계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만으로 '하루 한 잔'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과일과 채소 섭취 자체가 늘어난 영향과 주스·스무디의 효과를 완전히 떼어내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이번 연구는 과일주스 관련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는 점도 결과를 해석할 때 참고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식단을 크게 바꾸지 않고 과일과 채소를 조금 더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과 정신 건강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고르는 한 끼와 한 잔도 몸과 마음에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커피 대신 과일을 직접 갈아 만든 주스 한 잔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설탕은 넣지 않거나 조금만 넣는 게 좋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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