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5억, 양도세 12억 더 뛴다”…20년 기다린 반포 날벼락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이달 초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아파트. 과거 1970년대 지어진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를 허물고 다시 지은 재건축 단지다. 주택형이 전용 72㎡에서 59~165㎡로 다양해졌고 1490가구이던 가구수는 601가구 늘어 2091가구가 됐다. 건물 높이도 5층에서 최고 35층으로 올라갔다.
재건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데 온갖 규제를 거치며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2003년 사업 주체인 조합을 만들기 위한 추진위를 구성하며 첫발을 내디뎠지만 10년이 지난 2014년에야 조합을 설립했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으며 착공까지 9년이 걸려 2023년 재건축 공사에 들어갔다.
이 단지는 재건축으로 몸만 바뀐 게 아니라 몸값도 치솟았다. 사업승인을 받은 2017년 17억원이던 낡은 집에서 추가분담금 없이 갈아탄 새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금 호가가 60억원 이상이다.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재건축부담금 4억→9억
하지만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조합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앞으로 날아들 각종 부담금·세금 청구서 때문이다. 이번 8·3세제개편안에 따라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8·13주택공급대책에 혹시나 기대했던 재건축부담금 완화도 담기지 않았다.
이 아파트의 불안은 강남 재건축에 닥칠 먹구름의 전조다. 8·3세제안의 직격탄을 맞을 부분이 초고가·비거주·고액 공제금액인데 집값이 비싸고 많이 오른 강남 재건축이 모두 해당한다.

당장 올 연말께 재건축부담금 통지서가 날아들 예정이다. 재건축부담금이란 재건축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에 부과되는 부담금이다. 재건축 기간 동안 해당 지역 평균을 초과하는 집값 상승분의 최대 50%를 부과한다. 준공 후 확정되고 조합원은 현금으로 납부한다. 사실상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과 비슷하다.
사업 승인 이후인 2020년 구청이 예상해 조합에 통지한 액수가 조합원당 평균 4억200만원이었다. ‘억’ 소리 나는 금액에 재건축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놀랄 금액이 아니다. 준공 후 확정돼 부과될 실제 재건축부담금은 예정액보다 훨씬 급증해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새 아파트 공시가격, 그동안 집값 상승률, 사업비 등으로 추정한 결과 9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다. 예정액 통지 이후 관련 법이 개정돼 재건축부담금이 많이 완화됐지만 그 사이 강남 새 아파트 집값이 예상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올라 초과이익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부담금이 10억을 넘본다면 강남 재건축에 날벼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양도세 공제 있으나마나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가 높기 때문에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의 종부세도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8·3세제안에 따라 세금 부담이 더욱 커졌다. 1주택자 기본공제금액이 공시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갔지만 이 아파트는 웬만해선 공시가 30억원이 넘는 초고가여서 기본공제금액 상향보다 세율 인상 효과가 더 크다.
거기다 고령자·장기거주 세액공제 금액한도가 600만원으로 대폭 축소돼 오랫동안 거주한 조합원들의 세금 부담이 급등한다. 2006년 이후 집계된 매매거래 건수가 766건으로 절반가량인 700여가구가 20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가 거주도 했다.
전용 84㎡ 공시가를 40억원으로 예상할 현재 기준으로 1540만원인 종부세가 8·3세제안을 적용하면 246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뛴다. 연령이 60세가 넘고 오랫동안 거주해 세액공제 최대 80%를 적용받으면 지금은 3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2028년 이후 세액공제를 한도인 600만원만 받아 1740만원으로 6배로 급증한다.
이우진 세무사는 “비쌀수록 세액공제 효과가 줄어 사실상 공제를 받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고 말했다.

1주택자라고 해도 이 단지를 팔고 나갈 때 시세차익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재건축 단지에 오래 거주할수록 세금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8·3세제안의 양도세 장기거주소득공제(현 장기보유특별공제) 금액 10억 한도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재건축을 시작한 2003년 추진위 구성 때 6억원에 사서 들어온 조합원의 경우 지금 60억원에 매도하면 양도세가 3억5800만원 정도다. 양도소득에서 빼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금액이 10년 이상 보유·거주에 해당하는 최대 80% 공제를 적용받아 34억5600만원이다. 8·3세제안에 따라 2029년 이후 같은 60억원에 파는 경우엔 장기거주소득공제 금액이 한도 10억원으로 줄면서 세금이 15억7000만원으로 12억1100만원 늘어난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엔 20~30년 거주한 사람이 적지 않다.
김종필 세무사는 “재건축 단지는 개발 효과로 가격이 급등해 종부세∙양도세가 적지 않은데 공제금액이 줄면 세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부담금·세금 내면 남는 게 별로 없다”며 “20년 넘게 기다린 재건축에 허탈해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재건축이 끝난 반포3주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창 추진 중인 단지들은 첩첩산중이다.
일반분양가와 맞먹는 조합원 분양가
우선 반포3주구에선 골칫거리가 되지 않았 공사비와 추가분담금이 문제다. 반포3주구도 당초 2020년 첫 계약 때 3.3㎡당 541만원이던 공사비가 3차례 조정돼 800만원대로 50%가량 올랐지만 요즘 공사비에 비하면 저렴하다. 강남 재건축 공사비가 12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압구정4, 5구역 공사비가 3.3㎡당 1240만~1250만원이다. 반포3주구의 1.5배다.
반포3주구는 기존 전용 72㎡에서 신축 84㎡으로 옮기는 데 추가분담금이 없다. 공짜로 좀 더 넓은 새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었다.
최근 조합들의 재건축계획을 보면 기존과 같은 크기의 국민주택 규모(전용 84㎡)를 받는 데 필요한 추가분담금이 수억원이다. 조합 추정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압구정3구역이 각 3억3000만원 정도다.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조합원 프리미엄’도 사라진다. 반포3주구만 해도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선으로 일반분양가(8484만원)의 60%다. 은마·압구정 조합들은 일반분양가의 95% 이상 수준에서 조합원 분양가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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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국민주택 종부세 '1억'
조합들은 재건축 후 시세가 치솟으면 고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다리는 건 부담금·세금 ‘폭탄’이다. 강남 재건축 신축 아파트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으면 재건축부담금은 반포래미안트리니원보다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사업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은마가 10억원, 압구정은 20억원 정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본다.

압구정 조합들은 준공 후 시세가 3.3㎡당 3억원에 달해 국민주택 규모인 36평형이 11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시세 110억원의 종부세가 현재 기준으론 1주택자 5100만원이다. 고령자·장기보유 80% 세액공제를 받으면 1000만원이다. 8·3세제안에 따르면 1억1100만원으로 뛴다. 80% 세액공제를 받아도 금액한도 600만원만 공제돼 1억400만원이다. 압구정 국민주택 규모 재건축 단지가 억대 종부세 시대를 맞는다.
아직 착공 전 단지들에서 직접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은 종부세가 당장 발등에 떨어지는 불이다. 재건축 단지는 시설이 낡아 다른 곳에 살거나 지방에서 '원정투자'한 조합원이 적지 않다. 소유자 거주율이 일반 아파트가 60~70%인데 재건축 단지는 50~60%다. 올해 은마 전용 84㎡ 공시가가 27억200만원인데 8·3세제안을 적용하면 종부세가 거주할 경우 720만원, 거주하지 않으면 1240만원으로 1.7배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에 이은 세금 폭탄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수지분석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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