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으면 뒤틀리는 기찻길…지각 운행 막아줄 고마운 이 분수
[숫자로 보는 폭염과 철도 지연]

올여름은 섭씨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등 무척 덥습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 자칫 KTX를 비롯한 열차 운행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데요.
열차 자체 보다는 선로, 즉 레일에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로 만든 레일은 높은 온도와 땡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팽창하면서 휘거나 솟아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를 ‘장출(張出, track de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장출 탓에 선로가 변형된 걸 모르고 평소대로 달리다간 탈선 등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철도 운영과 선로 유지보수를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이 폭염 때 레일온도에 따른 감속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요.

이에 따르면 고속선로가 아닌 일반선로의 경우 레일 온도가 섭씨 64도를 넘으면 운행을 중지합니다. 섭씨 60도 이상 64도 미만일 때는 시속 60㎞ 이하로 낮춰서 운행해야 합니다.
고속열차가 다니는 고속선은 선로가 자갈도상인지, 콘크리트도상인지에 따라서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뉘는데요. 침목 위에 자갈이 덮여있는 자갈도상의 경우 일반선처럼 레일온도가 섭씨 64도 이상이면 운행을 멈춥니다.
또 섭씨 60도 이상 64도 미만이면 시속 70㎞ 이하로, 섭씨 55도 이상 60도 미만인 때는 시속 230㎞ 이하로 달려야 합니다. 반면 자갈 대신 콘크리트가 타설돼있는 콘크리트도상은 감속하는 레일온도 기준이 조금 더 높은데요.
자갈도상보다 10도 더 높은 섭씨 74도 이상이 되면 운행이 중지됩니다. 또 섭씨 70도 이상 74도 미만이면 시속 70㎞ 이하로, 섭씨 68도 이상 70도 미만일 때는 시속 170㎞ 이하로 주행하는데요.

코레일 관계자는 "콘크리트도상이 레일온도 상승 때 선로가 휘지 않도록 막아주는 도상 저항력 면에서 자갈도상보다 크기 때문에 폭염 서행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레일온도는 전국 주요 선로에 설치된 349개의 센서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이 같은 서행기준이 있지만 가능하다면 레일온도가 치솟는 걸 선제적으로 막아서 정시운행을 하는 게 승객이나 코레일 입장에서도 좋을텐데요. 그래서 코레일은 폭염 속에 가급적 정시운행을 사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레일온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선로에 물을 뿌려서 식히는 ‘자동살수장치’를 꼽을 수 있는데요. 고속선 289곳, 일반선 310곳 등 모두 599곳에서 이 장치를 운영 중입니다.
또 곡선 구간에 인접한 선로분기기 등 폭염에 취약한 선로 241㎞에는 온도를 섭씨 4~5도가량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차열성 페인트도 칠했다고 하는데요. 열 전달을 좀 더 막아주는 역할입니다.

폭염에 따른 궤도틀림을 방지하기 위한 레일 교환과 전차선 늘어짐을 예방하기 위한 전차선 조정 등 사전대비 작업도 사전에 완료했는데요. 필요에 따라 야간에 궤도의 높낮이를 조정하고, 자갈 저항력을 강화하는 특별관리 작업도 시행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무더위로 인한 열차 지연율은 예상 외로 낮은데요.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폭염으로 인해 5분 이상 지연된 비율은 고속열차의 경우 7909회 운행 중 235건으로 3%가량입니다.
또 일반열차는 4194회 운행 가운데 5건으로 0.12%에 불과한데요. 하지만 아직 무더위가 끝난 게 아니다보니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불볕더위에 열차가 속도를 늦춰 달리면서 다소 늦어지더라도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걸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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