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국토대장정·역사교육… 다음세대에 ‘신앙 기념비’ 세운다

박효진,양민경 2026. 8.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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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에 너희의 자손들이 그들의 아버지에게 묻기를 이 돌들은 무슨 뜻이니이까 하거든."(수 4:21)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강바닥에서 취한 열두 개의 돌로 길갈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어 "믿음의 선진이 걸어간 좁은 길, 생명의 길을 다음세대에 전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신앙의 모델을 보여주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며 "한국 기독교 역사를 알리는 이 중요한 사역이 교회 곳곳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순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은 "기독교는 문화와 독립·민주화 운동 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교회학교 교재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기 어렵다"며 "교단별로 교재에 한국교회사를 일반사와 연계해 가르쳐야 다음세대가 사회 속 기독교의 역할과 신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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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민족의 뿌리 가르치는 교회들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 청년들이 지난해 8월 국토대장정 기간 강원도 미시령을 걷고 있다.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의 한 교회학교 교사가 지난해 10월 유치부에서 교회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의 ‘양화진학교’에 참여한 교회학교 청소년들이 2024년 인천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에서 신앙 기록물을 관람하는 모습(위부터). 각 교회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후일에 너희의 자손들이 그들의 아버지에게 묻기를 이 돌들은 무슨 뜻이니이까 하거든.”(수 4:21)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강바닥에서 취한 열두 개의 돌로 길갈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후대의 자녀들이 그 돌의 의미를 물을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민족의 고난을 끊으시고 구원의 길을 여셨는지 증언할 ‘역사의 교과서’를 남기기 위함이었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은 한국교회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사의 격변 속에서 신앙의 선진들이 남긴 헌신과 희생은 다음세대에 전해야 할 역사적 유산이자 하나님이 이 민족과 함께하신 은혜의 흔적이다. 광복절을 맞아 다음세대의 가슴에 ‘신앙과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기념비를 세워가는 현장을 전한다.

160㎞ 걸음마다 나라 위한 기도

“나라 위기를 극복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희망을 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저 또한 여호사밧왕처럼 능력도 지혜도 없기에 오직 주만 바라보며 걷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 이규 목사는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교회에서 출발해 하루 12시간씩 뙤약볕을 뚫고 걷고 있다. 이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하루 한 끼 금식하며 이어가는 발걸음에는 이 땅의 청년들과 한국교회, 조국의 미래를 향한 기도가 담겨 있다. 이 목사는 지난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경북 칠곡을 지나 구미를 향하고 있다”며 “교회 청년과 장로, 안수집사 등이 하루 이틀씩 동행해 힘을 보태고 있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기도 행보에는 17일부터 시티미션교회 청장년 70여명이 합류한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걷는 ‘위 두 워크’ 국토대장정은 남북통일과 국민통합을 위해 13년 전 시작됐다. 올해는 ‘많은 의인이 일어나라’(잠 29:2)를 주제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출발해 서울 덕수궁 대한문까지 160㎞를 걷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청장년들의 열정은 뜨겁다. 청년부 박상훈씨는 “올해는 나라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위해 기도하며 외곽 대신 도심을 걷기로 했다”며 “이번 행진이 더 많은 이들이 나라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전현충원에서 청년들과 합류해 서울까지 대장정을 완주할 이 목사는 “광복절의 의미를 담아 걷는 이 여정이 자신을 위한 기도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품는 공적인 기도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깨닫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신앙 뿌리 찾아서… 교재도 직접 제작

“AI 시대일수록 교회의 역사와 신앙을 기계에 전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김주용 목사가 지난해부터 다음세대 역사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132년 역사를 지닌 이 교회는 내년에 한국 장로교 최초의 주일학교 ‘연동교회 소아회’ 1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가 오늘의 부흥과 풍요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선대의 신앙 가치를 이어가도록 역사 교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동교회의 역사교육은 6년 과정으로 매년 10월 창립기념월 동안 4주간 진행된다. 부교역자들은 1월부터 8월까지 기획과 사료 조사, 원고 작성, 편집을 거쳐 연령별 교재 완성한다. 오한빛 교육담당 부목사는 “올해는 게일 1대 목사와 김마리아 지사를 중심으로 역사자료관 탐방과 비전 선포식 등을 다채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은 가정 내 신앙 계승으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전지유(11)양은 “교회 역사를 배우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오셨는지 알게 돼 감사했다”며 “어른들께 옛날 교회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회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 2·3대가 함께 예배드리는 가정이 많은데 아이들이 교회에서 배운 역사를 어른들에게 되물으면서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신앙의 유산을 연결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대의 신앙과 정신을 다음세대에 계승하는 역사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사의 삶과 정신 배우다

한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교사와 선조의 삶을 다음세대에 전수하는 교회도 있다.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공동담임목사 정한조 김광욱 이영란 강요섭)는 2016년부터 매 학기마다 교회학교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양화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가 유지·관리하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의료·교육 등 여러 분야 전문가로 헌신하다 이 땅에 묻힌 선교사들이 자기 부인과 순종, 섭리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출발했다. 교회는 강연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 경기도 일대 선교사가 세운 교회와 학교를 방문하는 답사도 포함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사역을 담당하는 김지현 100주년기념교회 목사는 “학생들이 책으로 배우는 지식을 넘어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배우도록 교역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며 “학기당 12명씩 지금까지 400여명이 수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믿음의 선진이 걸어간 좁은 길, 생명의 길을 다음세대에 전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신앙의 모델을 보여주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며 “한국 기독교 역사를 알리는 이 중요한 사역이 교회 곳곳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부설 한국기독교역사문화아카데미가 강원도 삼척제일교회 인근 최인규 권사 순교기념비를 탐방하는 장면. 국민일보DB

역사 속 기독교 역할 제대로 알려야

한국교회는 역사 속 기독교의 역할을 다음세대에 올바르게 전해야 할 책무 앞에 서 있다. 올해 설립 44주년을 맞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이사장 이덕주)는 2014년부터 아카데미를 통해 연 4~6회 강좌와 유적 탐방을 제공하며 기독교 역사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오랜 기간 학자들이 몸담아온 연구소인 만큼 강의진도 탄탄하다. 역사학자 이만열과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명예교수 등 저명 역사학자와 교회사가가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전반을 강의해왔다. 연구소는 소장 자료인 근현대 기독교 역사서 5만3000여권도 일반에 공개하고 ‘한국 기독교 문화유산 해설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순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은 “기독교는 문화와 독립·민주화 운동 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교회학교 교재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기 어렵다”며 “교단별로 교재에 한국교회사를 일반사와 연계해 가르쳐야 다음세대가 사회 속 기독교의 역할과 신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역사교육을 강화할 때 이단을 막고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토대가 마련된다.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는 “이단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확고한 ‘역사적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라며 “역사교육과 목회자들의 근현대사 이해 부족이 교회 내 이념·세대 갈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쓰인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교회가 근현대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문기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선 기독교인의 근현대사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898년 만민공동회(배재학당)와 1907년 신민회(상동교회)를 예로 들며 “민족과 신앙의 위기에 맞선 기독교인의 헌신이 오늘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기독교인이 애민·애족 정신으로 나라 구하기를 믿음의 첫 실천으로 여긴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박효진 양민경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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