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잘 '싸우는' 여당

지혜진 2026. 8.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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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늘 싸움의 장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모여 하나의 결론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싸움은 정당한 수단이 된다.

싸움이 만연한 정당에서, 역설적으로 어떤 싸움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젠 여당으로서 역할도, 싸움도 잘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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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늘 싸움의 장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모여 하나의 결론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싸움은 정당한 수단이 된다. 국회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과 이견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낼 때마다 "사실은 이게 건강한 정당이라는 방증"이라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어온 이유도 정치는 싸우기 위한 합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차기 당권을 두고 벌어진 이 싸움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당대표 후보들은 적통 논란에서부터 서로를 배신자라고 칭했고, 상대방을 사이비라고 지목했다. 하다못해 "붕어 아이큐(IQ)"라는 상대에게 순전히 모멸감을 주기 위한 표현까지 나왔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출구를 닫고 말 그대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봉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싸움의 종류는 다양한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이는 싸움의 종류는 격투와 난투, 분쟁과 언쟁만 있다. 전당대회는 정책과 비전 경쟁이 펼쳐지는 장이라고 하지만, 이번 선거만 지켜봐서는 민주당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더 세고 더 강한 주장만 하려다 보니 반년도 넘게 지난 '조희대 탄핵' 카드가 다시 나왔다. 이제는 사법개혁이란다. 20·30세대가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이유가 더 선명한 개혁을 안 해서일까. 오히려 변동성 심한 주식시장을 떠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쌓여서이지 않을까.

당내 건전한 싸움은 전당대회 이전부터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한 중진의원은 "정청래 후보만 한 친명(친이재명)이 어딨어"라고 했다. 반명(반이재명)으로 지목받는 정 후보도 정책적으로는 독자적인 의견이 별로 없었다는 주장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은 싸움의 빈곤함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예외적인 보완수사권 존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폐지를 전제로 삼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 청와대와 당 일각에선 보완수사권을 폐지하지 않으면 검찰개혁 논의가 더 늘어지고, 다음 총선까지도 이를 빌미로 일부 강성 당원들이 당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 검찰개혁이라는 싸움에 매몰되느니 다른 민생 입법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싸움을 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싸움이 만연한 정당에서, 역설적으로 어떤 싸움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야당을 잘해."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심심치 않게 듣는 소리다. 여당은 정책과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젠 여당으로서 역할도, 싸움도 잘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

지혜진 기자 hey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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