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새로운 잣대를 찾아라

2026. 8.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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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 공식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기업이 성장하여 직원을 고용할수록 소프트웨어의 계정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이는 예측 가능하며 복리처럼 불어나는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어냈다.

AI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는 직원의 머릿수가 곧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던 과거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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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로 돈 벌던 시대는 끝났다
AI가 바꾼 소프트웨어 성장 방정식
'성과 측정표'를 쥐는 기업이 승리해

과거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 공식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소프트웨어를 팔면 수익이 늘어난다. 구축형 시대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을 통해 고객을 자사 시스템에 한 번 종속시키는 것이 핵심이었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대에는 구독 경제가 대세가 되었다.

기업이 성장하여 직원을 고용할수록 소프트웨어의 계정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이는 예측 가능하며 복리처럼 불어나는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어냈다. 투자자들은 고객이 계정을 추가하고 상위 티어로 업그레이드하는 이탈률과 유지율을 분석함으로써 기업의 미래 가치를 자신 있게 모델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특히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의 급부상은 이 견고했던 자본시장의 성장 공식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AI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대신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양과 결과물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인간의 업무를 돕는 보조 도구를 넘어, 스스로 노동을 수행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의 머릿수가 곧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던 과거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나스닥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은 AI 제품의 강점을 포착하기 위해 저마다의 독자적인 지표를 내놓기 시작했다. 예컨대 서비스나우는 자사의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개입 없이 고객 서비스 요청의 80~85%를 스스로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인튜이트는 회계 AI 에이전트를 통해 고객들이 월평균 12시간을, 재무 에이전트로는 주당 17시간을 절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도비는 플랫폼 내에서의 API 호출 횟수와 생성형 크레디트 소비량 같은 지표를 내세우며 자사 AI의 활용도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들이 기업마다 제각각이며 전혀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들이 제시하는 지표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토큰 사용량이나 거대언어모델(LLM) 호출 횟수와 같은 투입 중심의 지표다. 다른 하나는 인간 개입 없이 완료된 작업 건수나 절약된 노동 시간과 같은 산출 중심의 지표다. 월가와 투자자들은 이 중 어떤 지표가 기업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대변하는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는 나스닥의 이러한 기술적 분석을 넘어, 이 명확한 지표의 부재가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AI 거품론 및 수익성 딜레마와 깊게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본적 지출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은 그 막대한 투자로 언제, 어떻게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 기존 SaaS 모델처럼 '구독자 수 곱하기 단가'라는 뚜렷한 수익 방정식이 AI에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AI가 인간의 지식 노동을 상당 부분 대신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계정당 과금에서 성과 및 기반 과금으로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이른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노동 자체를 파는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하지만 지식 노동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단가를 매기는 것은 극히 어려운 과제다. 1980년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가 "컴퓨터의 시대는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유독 생산성 통계에서만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생산성역설이 AI 시대에 더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다가오는 AI 시대의 최종 승자는 단순히 매개변수가 가장 많은 LLM을 만드는 기술 기업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AI가 기업 고객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주었는지 그 결과물을 가장 먼저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새로운 과금 표준으로 정립하는 기업이 다음 세대의 주도권을 쥘 것이다. 과거의 가치평가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이제 시장은 AI의 단순 도입 여부나 기술적 환상을 묻는 단계를 지나,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의 실제 가격을 측정할 새로운 잣대를 찾고 있다.

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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