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무오류의 함정과 대통령의 선택

임철영 2026. 8.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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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한 기자가 가파른 코스피 상승의 이면을 짚었다.

한동안은 대통령의 답이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필요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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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한 기자가 가파른 코스피 상승의 이면을 짚었다. 지수가 4900선을 넘어 5000을 눈앞에 뒀지만 상승세가 반도체 등 일부 종목에 집중됐고, 양극화로 인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도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아 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전제부터 되받았다. 이 대통령은 "약간 논리 모순 같다"며 "대부분의 종목이 오르지 않는다면 떨어질 일도 없겠다"고 했다. 이어 쏠림이 문제이기는 하다면서도 "오르는 데는 오르는 이유가 있고 내리는 데는 내리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제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한동안은 대통령의 답이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코스피는 지난 6월18일 처음으로 9000선을 넘었고 22일에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를 기록했다. 설렘은 잠시.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장이 시작됐다. 급기야 코스피는 7월28일 10%, 29일에 6% 떨어졌고 장중 한때 5262까지 주저앉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도 사상 처음이었다.

상승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의 낙폭을 키웠다. '논리 모순'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27일 출시된 이 상품은 6월19일까지 개인 순매수액이 약 8조2000억원에 달했다. 잘 나가던 미국 인공지능(AI)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 등 악재가 겹친 탓도 있었지만, 변동성을 비상식적으로 증폭시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고, 지금도 그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 주식에서 국내 주식으로 갈아탄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래서 정답은 결국 미국 주식"이라는 말까지 다시 회자된다고 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하필 그때였느냐'이다. 레버리지 ETF 도입의 핵심 명분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통해 '서학 개미'들을 국내 증시로 불러들여 환율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고환율은 정부 초기부터 이어진 골치 아픈 과제였는데, 문제는 특정 종목 쏠림이 심화하고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점에 18개(ETF·상장지수증권(ETN))에 이르는 레버리지 상품이 일시에 상장됐다는 점이다. 뒤늦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고 말한 걸 보면 위험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

이를 두고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직 고위 금융관료는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불순물이 끼어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책적 판단보다 정치적 셈법이 작동하면서 최적의 시점을 놓쳤고, 모종의 힘에 떠밀려 최악의 시점을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는 관료 조직의 오랜 관성이 겹쳤을 가능성도 있다.

2년 차 이재명 정부 앞엔 부동산·자본 시장 정상화, K자 양극화 후속 대책을 비롯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 과제가 즐비하다. 왜곡되고 뒤틀어져 적절한 때를 택하지 못하고 주저하면 역풍이 몰아칠 수 있는 사안이다. 최종적이기 때문에 '무오류'로 여겨질 뿐, 최종 책임자의 판단과 선택은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필요한 지혜다.

임철영 정치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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