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위로 다듬고 또 다듬고… 완성도 이상의 가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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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1986년 1세대 그랜저부터 신형 모델을 선보일 때마다 당시 최신 기술을 집약해 왔다. 지난 5월 출시된 7세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을 하나씩 더해온 그랜저의 진화 과정에는 완성된 설계도 다시 파고드는 개발진의 집요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빠르게 회전하는 물체의 관성을 통제하면서 크랭크축을 한 치 오차 없이 목표 위치에 멈춰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소음·진동(NVH)을 담당한 이성백 ML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엔진 정지각 제어기술'을 개발하며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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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1986년 1세대 그랜저부터 신형 모델을 선보일 때마다 당시 최신 기술을 집약해 왔다. 지난 5월 출시된 7세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을 하나씩 더해온 그랜저의 진화 과정에는 완성된 설계도 다시 파고드는 개발진의 집요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빠르게 회전하는 물체의 관성을 통제하면서 크랭크축을 한 치 오차 없이 목표 위치에 멈춰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소음·진동(NVH)을 담당한 이성백 ML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엔진 정지각 제어기술’을 개발하며 고민이 깊어졌다. 이미 정숙성이 검증된 차에서 진동을 더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엔진이 다시 켜지는 순간이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로 주행하다 배터리 충전이나 큰 구동력이 필요할 때 엔진을 다시 켜는데, 이때 미세한 진동이 발생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 작은 차이를 만드는 원인이 엔진이 꺼지기 직전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엔진이 시동할 때 실린더 내부의 압축 공기가 피스톤을 밀어내며 저항이 생기는데, 이 구간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위치에서 엔진이 멈추면 진동을 줄일 수 있어서다. 최적의 위치를 찾는 것 자체도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엔진의 구조와 특성에 따라 진동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위치가 명확하다고 이 책임연구원은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크랭크축에 직접 체결된 P1 모터에 주목했다. 엔진이 꺼지는 순간 P1 모터로 크랭크축의 위치를 제어하면 원하는 위치에서 엔진을 멈출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아이디어를 기술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차량에너지제어개발팀이 고도화된 제어 로직을 개발했고, ML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은 반복적인 차량 평가를 통해 성능을 검증하고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엔진 정지각 제어기술’을 완성했고, 시동 진동을 최대 51% 줄였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2열 리클라이닝·통풍 시트를 넣는 것도 난제였다. 2열 시트 아래로 고전압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어 시트를 뒤로 눕히면 배터리와 간섭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트가 움직이면서 배터리 냉각팬 소음이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랜저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뒷좌석의 안락함과 직결되는 이 기능을 포기할 순 없었다. 홍석현 배터리설계2팀 연구원은 “시트 위치를 변경하지 않는 동시에 배터리와 시트의 물리적인 간섭을 피해야 했다”며 “기존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 2열 리클라이닝 시트의 상품성을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동등하게 유지시키는 게 큰 난관이었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내연기관과 같은 수준의 기능과 안락함을 원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았다고 홍 연구원은 설명했다. 결국 개발진은 시트를 움직이는 대신 주변 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해법을 틀었다. 배터리 프레임과 시트 하단부의 구조를 원점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배터리 프레임이 시트 프레임을 지지하는 구조였지만, 차체와 연결된 브라켓을 추가해 시트 프레임을 별도로 지지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시트 프레임의 차체 고정 지점을 37㎜ 앞으로 이동하고, 배터리 프레임의 상부 구조를 최적화해 높이를 32㎜ 낮췄다. 시트 움직임을 제한하는 대신 주변 구조를 바꿔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 또 다른 문제가 돌출됐다. 기존 냉각 경로를 그대로 적용하면 시트를 뒤로 눕혔을 때 생기는 틈을 통해 고전압 배터리의 냉각팬 소음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었다. 개발진은 고민 끝에 배터리 냉각 덕트를 트렁크 방향으로 연장하는 방식으로 경로를 다시 설계했다. 단순히 덕트의 방향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시트 벨트 고정부와 전기 배선 등 주변 부품과의 간섭을 확인하고 덕트 형상을 다시 다듬었다. 한 부품을 고치면 다른 부품에서 문제가 생기는 만큼, 시트·배터리·차체·내장 등 여러 설계 부서가 함께 구조를 맞춰갔다. 이후 부품을 실제로 조립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도 다시 살피고, 차체에 새로운 브라켓을 적용하는 등 설계를 수정했다. 홍 연구원은 “1∼2주 간격으로 패키지 회의를 진행하고 생산 부문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3D 모델링을 분석하면서 작업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설계 변경은 컴퓨터 화면에서 끝나지 않았다. 개발진은 차세대 컴퓨터 지원 설계(CAD)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품 배치를 3차원으로 살펴보며 시트 프레임과 배터리 프레임의 구조를 다듬었다. 새로 설계한 냉각 덕트는 3D 프린터로 실제 모양을 만들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냉각 성능과 소음·진동 기준을 만족하자 이번엔 생산 부문과 합동 테스트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부품 연결 공간과 케이블 작업 등 실제 조립 과정까지 점검이 진행됐다. 설계상 ‘가능한 구조’가 실제 차량과 생산 현장에서도 가능한지 끝까지 확인한 것이다. 홍 연구원은 “수없이 설계를 바꾸면서 상품성과 조립성을 개선한 설계안을 최종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미 완성도가 높았던 램프도 개발진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더 뉴 그랜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대표적이다. 황덕현 현대외장디자인2팀 책임연구원은 “이 램프는 기존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이라 앞선 부품을 그대로 활용했다면 투자비를 아낄 수 있었다”며 “기존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과감히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램프 외관을 10㎜, 점등 영역을 약 1㎜ 줄인 것이다. 더 얇은 램프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과 설계 부문이 협업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이들은 프로젝트 초기 디자인 변경 대상이 아니던 부분까지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프런트 펜더에 사이드 리피터(방향지시등)를 새로 적용했고, 기존 라디에이터 그릴이 너무 커 보인다는 소비자의 의견도 디자인에 반영했다. 주차 보조 센서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냉각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릴 패턴을 찾았고, 후면부 방향지시등 역시 고객 의견을 반영해 위치를 높였다.
작은 부분을 다듬는 과정도 집요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설계 부문과 함께 1㎜ 단위로 조정을 거듭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리어 범퍼의 주차 보조 센서 역시 범퍼 표면에 매끈하게 자리 잡도록 0.1㎜ 단위로 위치를 조정했다.
더 뉴 그랜저 개발진의 집요함은 한 번의 개선으로 끝나지 않았다. 엔진 정지각을 제어한 뒤에는 진동을 더 줄일 방법을 찾았고, 배터리와 시트의 구조를 바꾼 뒤에는 냉각 소음과 조립 과정까지 확인했다. 하나의 해법을 찾으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로 인해 달라지는 주변 요소까지 다시 확인하며 설계를 완성해갔다.
그 과정에서 각 분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고 배터리와 시트, 차체와 내장, 설계와 평가 담당자들이 함께 하나의 해법을 만들어냈다. 김평 MLV프로젝트3팀 팀장은 “소비자가 그랜저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차 한 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단에 대한 깊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더 뉴 그랜저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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