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실망” 정은경 ‘서울 설립’ 발언에 뿔난 남원…국립의전원 어디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설립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립의전원 소재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립의전원을 수련병원이 있는 서울에 설립하는 구상을 내놓자, 그간 유치를 추진해온 전북 남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국립의전원 설립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고 학교 설립에 관한 전문적인 사항을 효율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설립준비위원회와 4개 분야 전문위원회는 다음 달 국립의전원 소재지 결정을 목표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정은경 “국립의전원 서울에” 구상에 반발하는 남원
전문위원회 가동과 함께 국립의전원 소재지 논의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립의전원의 주 수련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서울 중구 위치)이 될 텐데 의료원 옆에 국립의전원 설립 부지를 확보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국립의전원을 서울과 지방에 각각 캠퍼스를 두는 이원화 방식을 구상 중이다.

2018년 서남대 의대 폐교 뒤 8년간 공공(국립)의대 설립을 추진해온 남원 지역 정가와 시민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남원시의회는 지난 10일 세종 복지부 청사를 찾아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및 국립중앙의료원 연계 유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전달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서울·지방의 이원화 방식이 아닌 남원을 중심으로 국립의전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명숙 남원시의회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 구상대로라면 8년 동안 시비를 들여 서남대 부지를 사들인 지역 입장에선 희망 고문을 당한 셈”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 사업에 1조80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보다 남원의료원을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않겠나. 남원에 국립의전원을 설립하면 함양·산청·하동·곡성·구례 등 지리산권 200만 주민이 필수의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남원의료원을 직접 방문해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했는데, 정 장관이 서울 설립 구상을 밝혔을 때 ‘남원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지 않아 이 대통령에게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립의전원 유치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잇따라 남원을 찾아 각각 “당 대표가 돼 본래 취지와 목적대로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원안대로 가는 게 바르다고 보기 때문에 당에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당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두 후보가 남원의 숙원에 힘을 실으며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지역보다 교육·수련 여건 따져야”
공공의료 인재를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국립의전원의 설립 목적을 고려하면 지역 유치 문제와 별개로 교육·수련 인프라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국립의전원의 성패를 가를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립의전원 졸업생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5년 동안 의무 복무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의전원은 특정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가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학교가 특정 지역에 설립되더라도 학생들이 최상의 임상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중앙보훈병원 등 여러 공공의료기관을 오가며 교육받도록 국립의전원법에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립의전원 입지 선정이 특정 지역의 유치 논리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결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 겸 정책이사는 “국립의전원 부지는 정치적 상징성이나 지역 안배가 아니라 실제 교육과 수련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장·삼성의료원장을 지낸 이종철 서울 강남구보건소장은 “국가가 국립의전원을 통해 최고의 의료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만큼 공공의료에 필요한 인력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사제’도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립의전원을 특정 지역에 의사를 공급하기 위한 제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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