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거지엔 안돼”…데이터센터 규제, 서울 구청장들 만장일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3가 준공업지역에 들어선 지상 10층 규모 데이터센터. [사진 영등포구청]](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3/joongang/20260813170454914yuiz.jpg)
‘건강·재산권 침해, 데이터센터 건립 절대 반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 준공업지역에 지상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내용이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문래동3가 꽃밭정원 북측에서는 지상 8층 규모 데이터센터가 지난해 11월 착공해 현재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 코오롱·신동아·금호 아파트가 공사구역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여기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최호권 당시 영등포구청장이 데이터센터 공사 부지를 방문하자 단체로 달려들어 “구청장이 책임지고 데이터센터 지정을 해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구청장協, “1·2·3종 주거지, 데이터센터 제한해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재했다. [사진 영등포구청]](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3/joongang/20260813170457593dhxg.jpg)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다. 서울 금천구, 경기도 고양시·과천시, 인천시 남구 도화동 등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최근 발생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증가하자 서울시 구청장들이 데이터센터 설립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12일 제203차 정기회의 안건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시 건축심의를 의무화하는 안건을 상정해 참석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서울 시내 25개구 중에서 22개구 단체장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구청장은 15명, 국힘의힘 소속 (부)구청장은 7명이었다.
현행 건축법은 지방자치단체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에 따라 추가 심의 기준·대상을 규정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를 통해 21층 이상, 10만㎡ 이상 건물을 신축할 때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한다고 규정한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건축 허가 단계로 곧장 이행한다.
하지만 이날 의결한 안건은 서울 주거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립하려면 서울시 건축심의와 자치구 심의를 각각 통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치구·서울시 허락 없이는 주거지에 데이터센터를 짓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건축법상 데이터센터는 제1종 방송통신시설로 분류한다. 즉, 현행법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만 아니면 어디든 데이터센터 설치가 가능하다. 서울시에서 1종일반주거지는 11.2% 수준이다. 하지만 이 안건을 적용하면 제2종(23.3%)·제3종(16.2%) 일반주거지역 등 서울 전체 면적의 50.7%가 데이터센터 설립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시 “또 다른 규제될 가능성 검토할 것”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에서 토목 공사 중인 데이터센터 부지. 공사구역 인근을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청]](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3/joongang/20260813170458896etun.jpg)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에서 필수 시설 중 하나다. 생성형 AI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빠른 데이터 전송이 필요하고 기술·보안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도심과 가까운 입지·접근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배경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이티솔루션즈의 이승원 이사는 “데이터는 수요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는데, 대용량 데이터센터는 지방에 두더라도 이 센터와 실사용자를 연결하는 엣지데이터센터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필요하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의 경우 데이터 전송이 0.1초만 지연해도 3m 정도 더 주행하는데 이 거리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수도권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야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솔직히 데이터센터 부지가 사유재산이라 어떻게 사용하든 주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고,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데 법적인 문제도 전혀 없는데 건축이 지연돼 억울하다. AI 시대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주민과 갈등을 행정 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율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장들은 주민 민원 심각해 주거지에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도 지난 4월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데이터센터 입지 관련 건축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내용은 이번 구청장 의결안과 대동소이하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제도화하고, 전력자립도 등 지역 여건을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충분히 청취·심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6·3 지방선거 직후 후보자 시절부터 주민들을 만났는데 주거 밀집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주민 목소리가 컸다”며 “전력·용수 문제 등 자치구별 특성을 고려해 자치구가 데이터센터 건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급히 관련 법령·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12일 제203차 정기회의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시 건축심의를 의무화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3/joongang/20260813170500152fngh.jpg)
다만 이번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의결안을 서울시가 당장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이를 수용해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을 변경할 경우 실제로 데이터센터 설립 규제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김정현 서울시 건축정책팀장은 “서울시 건축위원회 운영 기준을 수정하거나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의결 안건의 내용을 신설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의견은 아니지만,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추후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측으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으면 공식적으로 서울시 입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 측면에서 데이터센터가 태부족한 상황도 맞지만, 인근 주민 입장에선 집 근처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며 “이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하거나, 수영장·헬스장 등 지역 주민이 원하는 시설을 데이터센터에서 제공하는 등 협상적 관점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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