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저궤도 위성, 승부처는 ‘수요’…“ODA로 문 열어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저궤도 위성통신이 차세대 통신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지상 통신망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됐다.
다만 사업성은 별개의 문제다. 저궤도 위성은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 수 없어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다수의 위성을 궤도에 띄워야 한다. 그만큼 위성망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에서만 활용할 위성망에 이 같은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회의론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조대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는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설 해법으로 ‘저궤도 위성-공적개발원조(ODA) 통합 전략’을 제시했다. 저궤도 위성통신을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사업과 연계해 국내에 한정된 수요를 해외로 확장하자는 구상이다.
지난 12일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조 교수는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과 ODA를 연계해 해외 수요를 창출해야 저궤도 위성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비싸게 쏘면 사업성 없다”…재사용 발사체가 첫 관문
통신에 활용되는 위성은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크게 ▲저궤도 위성(300~1000km) ▲중궤도 위성(1000~3만6000km) ▲정지궤도 위성(3만6000km)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저궤도 위성은 지상과 가까워 통신 지연이 짧고 실시간 서비스에 유리하다. 반면 빠른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단일 위성만으로는 특정 지역에 지속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여러 위성을 하나의 망처럼 운용하는 ‘위성군(Constellation)’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조 교수는 저궤도 위성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개별 위성의 성능과 함께 대량 생산·발사에 필요한 비용을 꼽았다.
현재 스타링크와 원웹이 운용하는 저궤도 위성은 약 6800기에 달한다. 오는 2027년에는 1만7000기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 사업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에는 상당한 격차다.
한국도 누리호(KSLV-Ⅱ)를 통해 독자적인 우주발사 능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현재는 고비용의 일회용 발사체 구조에 머물러 있어 대규모 위성망 구축을 위한 비용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조 교수는 “고비용의 일회용 발사체에 계속 의존하면 위성 배치 비용이 경쟁사보다 지나치게 높아져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한국 저궤도 위성 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로켓 기술 자체보다 스페이스X와의 대규모 제조·발사 비용 효율성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 위성망 지속가능성 관건은 ‘수요’…개도국 시장 주목
조 교수가 재사용 발사체 못지않게 강조한 것은 ‘서비스 수요 확보’다.
안보 차원의 필요성을 넘어 저궤도 위성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수요처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수요만으로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조 교수가 주목한 시장은 개발도상국이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해 저궤도 위성통신의 공공수요를 먼저 만들고, 이를 민간사업의 초기 시장으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ODA 자금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대역폭의 공공 사용을 지원하는 한편, 정부가 일정 기간 안정적인 수요자가 되는 ‘앵커 테넌시(Anchor Tenancy)’ 방식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민간 저궤도 위성 사업자들은 소비자당 평균 수익(ARPU)이 낮은 개발도상국이나 원격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ODA를 통해 저궤도 위성 대역폭의 공공 사용을 지원하면 민간사업자의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초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미 ICT·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ODA 사업 경험을 쌓은 바 있다. 2024년 페루의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 자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조 교수는 이 같은 ODA 사업이 향후 더 큰 투자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을 적용해 기술적 신뢰도와 경제적 효과를 입증하면, 이를 토대로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조 교수는 “MDB가 참여하면 자금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신뢰도도 확보할 수 있다”며 “세계은행이나 ADB가 참여하는 사업이라면 개발도상국 정부도 보다 안심하고 장기 계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DA로 초기 공공수요를 만들고 MDB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면 민간기업도 신흥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공공수요를 기반으로 민간의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中과 정면승부 어렵다…해법은 ‘한국 주도 연합망’
그렇다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승산이 있을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앞세워 아프리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고, 중국도 1만여기 규모의 자체 저궤도 위성망 ‘궈왕(國網)’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 교수 역시 후발주자인 한국이 이들과 가격으로 정면승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사업자들이 가격을 낮춰 시장 선점에 나설 경우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공공성과 국가 간 협력을 앞세운 ‘한국 주도 연합망’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정 국가나 글로벌 빅테크에 통신 인프라를 과도하게 의존하기 꺼리는 국가들에 한국이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여러 국가가 비용을 나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는 여러 국가와 기업이 공동 투자하고 지분에 따라 비용과 수익을 나누는 국제 컨소시엄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성통신에도 적용해 참여국이 위성이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각국 정부와 통신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위성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유럽연합(EU)은 다자 위성망 ‘IRIS²’를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구축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동 출자한 아프리카지역위성통신기구(RASCOM)와 아랍권 국가들이 설립한 아랍샛(Arabsat)도 국가 간 공동 위성망의 사례로 꼽힌다.
조 교수는 “한국이 주도하는 연합망은 상업적 이익뿐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참여국의 주권적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며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른바 ‘위성 식민지화’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각국이 정책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면서 혜택을 나누는 구조는 한국 주도의 다자 위성통신망을 설계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며 “한국도 단계적으로 위성망을 구축하고 공공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과 규범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연합망 구상 현실화하려면…“궤도·주파수부터 선점해야”
다만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국내 위성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험위성 2기를 발사하고, 2035년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K-LEO)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24시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성 고도와 가시반경만 고려해도 최소 24~30기의 저궤도 위성이 필요하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글로벌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이미 위성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자체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속도전을 요구하는 이유다.
더욱이 경쟁은 위성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성을 띄울 궤도와 통신에 사용할 주파수 역시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궤도와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인 데다 위성망을 운용하려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국제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위성망은 우리나라가 위성을 운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파자원”이라며 “국가와 민간의 투자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필요한 위성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정된 위성 주파수의 독점을 방지하고 주파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위성전파 감시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위성 주파수에 대한 감시와 혼신원 탐색, 국제 조정 등을 담당할 전문적인 관리체계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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