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매대 채우고 할인전까지…홈플러스 67개점 ‘고객 되찾기’ 시동

임유정 2026. 8. 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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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13일 오전 찾은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공중에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고객들을 맞았다. 매장 안에는 익숙한 홈플러스 CM송이 울려 퍼졌고, 고객들은 저마다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향했다.

홈플러스 강서점 신선식품 코너에서 2년째 근무 중인 30대 직원은 "오늘 고객이 엄청 많이 찾아왔지만 영업을 재개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정상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솔직히 '오픈빨'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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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만에 67개 점포 정상 영업…매대 상품 ‘빼곡’
한우 할인에 500m 대기줄…계산대까지 고객 북적
직원들 “다시 일할 공간 생겨”…“오픈 효과 지켜봐야”
9월 4일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상품 공급 지속 ‘관건’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입구ⓒ임유정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13일 오전 찾은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공중에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고객들을 맞았다. 매장 안에는 익숙한 홈플러스 CM송이 울려 퍼졌고, 고객들은 저마다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입구에는 고객들이 세네 줄씩 무리를 지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곧장 신선식품과 식료품 코너로 흩어졌다. 두부와 콩나물, 계란 등 장보기에 필요한 상품을 골라 카트에 분주히 담았다.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 가운데 휠체어를 탄 고객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발길을 붙잡은 것은 곳곳에 내걸린 할인 행사였다. ‘파격 세일’, ‘1+1 세일’, ‘이벤트 세일’ 등의 안내문 앞에서 가격표를 살피거나 비슷한 상품과 가격을 비교한 뒤 카트에 담는 모습이 이어졌다. 고객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들면서 매장 통로는 어느새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 조리음식 코너에서 고객들이 진열된 초밥을 고르고 있다. ⓒ임유정 기자

이날은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달 13일 갑작스럽게 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가 31일 만에 정상 영업을 재개한 날이다.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67개 점포는 지난 7일 가오픈을 거쳐 점검과 보완 작업을 마치고 이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번 재개장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위기를 넘긴 뒤 맞는 첫 번째 본격적인 영업 정상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를 확보해 즉시항고 했고, 법원은 지난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했다. 홈플러스는 긴급자금을 토대로 상품 공급과 점포 운영 정상화에 나서며 다시 고객을 맞을 채비를 갖췄다.

여기에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도 마쳤다.

기존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식품·PB(자체브랜드)·고회전 생필품 중심 새로운 영업모델을 도입했다. 복층매장을 약 1000평 규모 단층매장으로 전환하고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와 유사한 형태로 효율성을 높였다.

기자는 정식 오픈 당일 모습을 살피기 위해 오전 10시30분께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을 찾았다.

매장 풍경은 지난 7일 가오픈 당시와 확연히 달랐다. 당시 상품 입고율은 약 30%에 그쳤지만, 이날은 대부분의 매대가 상품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실제로 매장 안은 휴업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우유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부터 다양한 냉장식품, 과일과 채소, 육류, 수산물에 더해 간단한 의류까지 상품 구색도 다양했다. 일부 빈 공간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상품을 찾아 매장을 둘러보는 데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개장 전 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렸다는 강서구 가양동 주민 A씨(60대)는 “이날 재개장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홈플러스를 찾았다”며 “평소 홈플러스만 이용했는데 휴업 기간에는 동네 마트나 온라인으로 장을 봤다. 직원들이 모두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일찍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 정육 코너에서 고객들이 한우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임유정 기자

매장 내부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카트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붐빈 곳은 ‘반값 소고기’ 행사가 진행 중인 정육 코너였다. 개장일부터 4일간 진행되는 한우 할인 행사를 찾은 고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회사 측에 따르면 대기 행렬은 500m를 넘어섰다.

강서구 주민인 B씨(60대)는 “평소 홈플러스 강서점을 이용해 왔는데, 휴업 기간에는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며 “전날에도 매장을 찾았는데 가오픈 당시보다 상품은 다양해졌지만 진열이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상품이 다 채워져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직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사업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들었다”며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존 직원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으면 하는 마음에 방문했다”고 부연했다.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곳곳에서 혼잡도 빚어졌다. 별도의 안내 인력이 눈에 띄지 않아 고객들끼리 줄을 맞춰 서는 모습이었다. 카트를 끄는 고객과 휠체어 이용객, 유모차를 끌고 온 고객들이 좁은 통로에서 뒤엉키면서 일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매장을 찾은 또 다른 고객 C씨(70대)는 “물건이 저렴할 것 같아 일부러 찾아왔는데 줄을 너무 세운다”면서 “한우의 경우 2등급인데 100g당 1만원이고, 50% 할인을 받아도 5000원 수준이라 생각했던 것만큼 저렴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반응도 보였다.

축산 매대 못지않게 고객이 몰린 곳은 초밥 등 조리음식 진열대였다. 새 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고객들이 2∼3개씩 집어 들었다.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육류와 수산물, 과일 등 주요 먹거리를 최대 50% 할인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1+1’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반 소주와 맥주 등 온라인 주문·배송이 제한되는 주류 코너도 다시 상품으로 채워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인 만큼 주류 판매 정상화는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데도 중요한 요소다. 이날 주류 코너에는 소주와 맥주 등 주요 제품군이 진열돼 있었다.

홈플러스 강서점 신선식품 코너에서 2년째 근무 중인 30대 직원은 “오늘 고객이 엄청 많이 찾아왔지만 영업을 재개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정상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솔직히 ‘오픈빨’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이 반짝 들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입고됐으면 좋겠다”며 “그동안에는 업체에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상품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9월 4일 이후에도 계속 영업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장을 마친 고객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임유정 기자

계산대 앞에도 긴 줄이 만들어졌다. 카트 여러 대가 꼬리를 물면서 일부 고객은 계산대 줄이 짧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 장을 더 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손님이 끊겼던 매장은 할인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고객과 상품을 채우는 직원들로 모처럼 분주했다.

8대의 셀프계산대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고객들은 상품이 수북이 쌓인 카트를 끌고 계산대에 들어서 하나씩 바코드를 찍었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구입한 상품을 박스와 비닐봉투에 나눠 담느라 손을 바삐 움직였다.

홈플러스에서 25년간 근무한 관리직 직원은 “그동안 일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불안정하다 보니 직원들 모두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다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직원들도 한마음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품은 100% 들어온 상태로 제대로 입고되지 않는 품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직원들도 힘을 내고 있다. 다시 찾아주신 고객들에게 감사하다”고 기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을 찾은 고객들이 과일·채소 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임유정 기자

이날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민주당 의원들과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 역시 강서점을 찾아 영업 재개를 알리고 시민들의 매장 이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가 추진해 온 ‘홈플러스 30만 가족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민주당 측은 앞서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납품업체 등의 생존을 위해 휴업 점포 재개장과 상품 공급, 임금·납품대금 지급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다만 홈플러스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영업은 재개됐지만 대규모 할인 행사로 돌아온 고객들의 발길이 지속될 수 있을지, 미정산 우려로 흔들렸던 납품업체의 상품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까지 남은 시간은 3주가량에 불과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1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법정상 가능한 마지막 기회다. 법원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 전망이다.

이날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마트가 잘돼야 채권단 집회를 넘어 좋은 M&A도 할 수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국민들이 홈플러스의 민생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장보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보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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