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 아내” 알고보니 성병에 빚더미…‘초고속 결혼’ 난리난 곳

중국에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과 결혼난을 악용한 이른바 ‘플래시 웨딩(초고속 결혼)’ 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기간에 결혼을 성사시켜주겠다는 불법 중매업체를 믿고 거액을 지불했다가 피해를 보는 남성들이 잇따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며칠 만에 결혼 상대를 찾아주겠다고 홍보하는 중매업체들이 결혼난에 시달리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37세 남성 왕모씨도 아내를 찾기 위해 구이저우성 구이양시를 찾았다. 중매업자들은 현지 여성들이 검소하고 집안일을 잘하며 결혼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며 왕씨를 설득했다.
왕씨는 중매업체의 주선 아래 몇 차례 짧은 만남을 가진 뒤 한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연회비 등을 포함해 그가 지출한 비용은 40만~50만 위안, 한화 약 8400만~1억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결혼한 지 몇 달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왕씨에게 채권 추심업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이후 아내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접하게 됐다.
왕씨에 따르면 아내는 과거 노래방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고 세 차례 결혼한 전력이 있었다. 심각한 성병과 거액의 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왕씨가 중매업체에 항의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이미 업체가 문을 닫고 사라진 뒤였다.
중국에서 이 같은 결혼 사기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오랜 기간 이어진 성비 불균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십 년간 시행된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 현상 등의 영향으로 현재 중국의 남성 인구는 여성보다 약 3000만명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촌과 중소도시의 30대 후반 남성들을 중심으로 결혼 상대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틈타 일부 불법 중매업체는 “3일간의 만남이 3년 연애보다 낫다”는 식으로 빠른 결혼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당국도 중매 관련 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중국 검찰이 처리한 중매 관련 범죄 연루자는 1546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5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전국적인 중매 산업 단속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피해자들이 지불한 돈을 돌려받거나 법적으로 구제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기 결혼을 처벌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한 데다 문제가 발생하면 중매업체가 폐업한 뒤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왕씨는 “에이전시가 배경 조사를 철저히 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완전히 속았다”며 “사기를 당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언제쯤 악몽 같은 이혼 소송이 끝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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