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도 돌려보냈다…11세 소년 살릴 수 있었던 ‘4번의 기회’

신진호 2026. 8.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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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아동 학대 사망사건 피의자인 외할머니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5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11세 아동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2일 충남도와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A군이 숨지기 전 경찰과 천안시에 신고·접수된 방임과 학대 등 사건은 모두 4건이다. A군이 6세이던 2021년 12월 1일 경찰에 “아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천안시는 A군의 엄마를 대상으로 세 차례 조사한 뒤 ‘아동 학대’로 판단했고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A군 엄마는 경찰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다.


2021년부터 4차례 신고…외할머니 형사처벌 전력


두 번째 신고는 2년 전인 2024년 3월 14일 이뤄졌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A군은 외할머니 B씨(50대)로부터 폭행을 당해 경찰에 해당 사건을 조사했다. 천안시도 B씨에 대한 다섯 차례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외할머니 B씨는 이 사건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건은 지난 2일과 3일 발생했다. A군은 지난 2일 교회 인근 편의점을 찾아 “외할머니에게서 맞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편의점 직원은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외할머니 B씨에게 훈계 차원의 손찌검이나 회초리를 이용한 체벌도 확대 행위라는 점을 알리고 경고 조치했다. 경찰은 A군이 할머니와 떨어져 교회에서 생활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목사 C씨(60대)에게 A군을 맡기고 사건을 종결했다.

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아동 학대 사망사건 피의자인 외할머니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3일에도 A군은 교회 인근 식당을 찾아가 외할머니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알렸다. 이날은 A군이 경찰서를 직접 찾아 피해 사실을 설명했다. 경찰은 외할머니 B씨가 훈계 차원에서 드럼 스틱으로 A군의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린 사실을 확인됐다. 당시 경찰의 동행 요청을 받은 천안시는 담당 공무원을 현장으로 보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법원, 경찰이 신청한 접근금지 조치 기각


경찰은 B씨가 이틀 연속 외손자 A군을 폭행한 게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천안시 담당 공무원과 함께 외할머니 B씨에 대한 긴급 임시조치를 논의했다. 교회 목사를 상대로 주거 환경도 확인했다. 경찰은 긴급 임시조치로 접근 금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 임시조치 2호(접근 금지)와 5호(위탁 교육)를 법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틀 뒤인 지난 5일 임시조치 2호를 기각하고 5호만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경찰은 천안시에 A군의 위탁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A군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자 다시 교회로 돌려보냈다.

A군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교회로 돌아간 당일인 8일 오후 8시49분쯤 고열과 탈진 증세를 보여 출동한 119구급대가 긴급히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옮겼지만 3시간 만인 6일 새벽 숨졌다. 병원 측은 A군을 치료하던 과정에서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군이 사고 직전 최대 38시간 동안 묶여 있던 정황을 확인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B군이 수시로 가출해 이를 막기 위해 결박했고 식사나 용변, 씻을 때는 풀어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결박 자체도 아동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아동 학대 사망사건 피의자인 외할머니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A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천안시는 모두 “매뉴얼대로 조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경찰은 법원의 기각(접근 금지) 결정 이후 천안시가 A군을 다른 보호시설에 맡겼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천안시는 2일 학대 사건을 접수했을 때 분리 조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며 경찰의 대처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출동,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사례 판단을 거쳐 응급조치와 즉각 분리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재학대가 발견되면 집중 관리와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아동에 대한 보호 체계 유지 및 행위자에 대한 관찰과 처벌 여부를 확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 "법원과 교육청, 경찰, 천안시 모두의 책임"


전문가들은 경찰과 천안시의 대처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아동복지법 제15조)에는 아동이 2회 이상 학대나 폭행 등을 당하면 법원의 결정 없이도 72시간 동안 가해자와 분리 조치할 수 있다. 특히 학대 흔적이 발견되거나 폭행당한 사실이 확인되면 반드시 담당 공무원이 아이와 동행해 병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장기수 천안시장이 10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11세 아동 사망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대응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경찰과 자치단체 공무원이 매뉴얼대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데 ‘임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학교에서 외면당한 아이를 경찰과 천안시까지 안일하게 관리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시, 선제적 대응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


한편 천안시는 이번 사건 관련,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재구축하고 제삼자 양육가정과 위기 의심 아동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신고 접수부터 분리 보호, 사례 관리, 사후 점검까지 아동 안전 최우선 체계로 개편하고 교육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협력, 보호 체계 밖에 놓인 위기 의심 아동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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