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변덕에” 3번 말바꾼 강남 집주인… 세입자 도미노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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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새 너무 왔다갔다 하니까 못 믿겠다는 사람이 많아요. 정권 바뀌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분도 있고."
강남구 대치동 대단지 34평형에서 살아온 60대 1주택자 A씨는 올해 집 관련 결정을 최소 3번 번복했다.
그러나 정작 대치동 내 구축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전세가가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은 세금 부담에 매도를 서두르고, 갱신청구권을 쓰려던 세입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마찰을 빚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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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따른 이주 겹쳐 대란 예고
갭투자자도 거래절벽에 진퇴양난
“정책 왔다갔다… 신뢰 잃어” 부글

“몇 달 새 너무 왔다갔다 하니까 못 믿겠다는 사람이 많아요. 정권 바뀌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분도 있고.”
초고가 주택 소유자를 겨냥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고서 일주일 남짓 흐른 지난 11일, 직접 찾은 국내 최고가 지역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부동산 시장에는 불신과 원망이 넘실거렸다.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던 대통령 공약이 뒤집혔을뿐더러 지난 5월 재개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도 이번 개편안에서 재차 완화되는 등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세금 변수에 골머리를 앓는 집주인, 갑자기 내쫓기는 세입자들의 불만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대치동은 지금 ‘세입자 대란’
강남구 대치동 대단지 34평형에서 살아온 60대 1주택자 A씨는 올해 집 관련 결정을 최소 3번 번복했다. 올해 초 정부가 세제 강화 기조를 밝히자 집을 팔려고 내놨던 그는 5월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43억~45억원 하던 실거래가가 40억원대로 급락하는 것을 감당 못해 결국 집을 못 팔았다. 이후 가격이 다시 오르자 설마 1주택자까지 세제 영향이 미칠까 싶던 그는 집을 월세로 내놓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3일 세제개편 이틀 뒤 그는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세입자를 들였다간 내년 매도 상황이 닥쳐도 못 팔 수 있어서다. 실거주 한도 10년을 채워도 월세를 주는 순간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공제가 대폭 줄어드는 것도 이유다. 물론 9월 들어오려던 세입자는 계약을 파기당했다. 단지 마지막 매물이었다.
‘사교육 성지’ 대치동은 자녀를 ‘라이딩’하다 지쳐 세입자로 이사 온 가정이 많다. 인근 상급지뿐 아니라 멀게는 경기도 과천에서까지 온다. 예년이면 10월 학교 배정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찾아오지만 요즘은 드물다. 이 단지 중개인은 “여기 세를 구하는 사람들도 본인 집을 세 내거나 팔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모든 게 체인식, 도미노식으로 움직이는데 끊겼다”고 말했다. 현 세입자들은 10~11월 전세 만기가 차면 집주인이 돌아와 방을 뺄 예정이다. 같은 이유로 고1 자녀를 둔 한 세입자 가정은 같은 구 도곡동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이 중개사는 “(밀려나는 세입자의) 집에 세를 사는 사람도 방을 빼야 하고 그러면 그들도 급지를 낮춰 밀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치동에는 내년부터 ‘이주대란’도 예고돼 있다. 4000가구 넘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4~5개 주변 단지 재건축 이주가 예정돼 주민들이 한꺼번에 인근 전세를 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대치동 내 구축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전세가가 요동치고 있다. 나가는 세입자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는 중이다. 이 단지 중개사는 “어차피 난리가 날 판이긴 했지만 세제개편으로 더 심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매도·전세 모두 꼬였다
명실공히 국내 최상급지인 같은 구 압구정동 단지 집주인들은 귀소보다 매도 고민이 많다. 집주인은 세금 부담에 매도를 서두르고, 갱신청구권을 쓰려던 세입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마찰을 빚는 중이다. 내내 살던 이 지역 단지를 1년 전에 팔고 같은 단지 전세를 얻어 살아온 한 노부부 사례도 여기 해당한다. 세제개편 발표 뒤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면서 쫓겨나는 사례다. 이 단지 중개사는 “집주인이 입주계획이 없다면서 재건축 때까지 살라고 했던 집”이라면서 “집을 내놓으며 양해를 구했지만 난리가 났다. 생활터전이 여기인데 주변 전세가는 계약 당시보다 1.5배 넘게 뛰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항의하고 난리다. 요즘엔 그걸 조율하는 게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못지않게 비싼 서초구 반포동 단지에선 갭투자자가 곤경에 처했다. 과거 집값 급등기에 몰린 이들이다. 한 집주인은 문재인정부 당시 전세 20억원을 낀 채 30억원에 매수한 집이 현재 매매가 50억원을 돌파해 양도차익만 20억원이 발생했지만 전세가는 그대로다. 집을 팔자니 실거주를 안 했기 때문에 양도세 폭탄을 맞고, 세입자를 내보내려 해도 돌려줄 전세금에 쓸 현금이 없다. 그 외 매매 시장도 사실상 ‘일시정지’ 상태다. 실수요 1주택 대기자가 평소에도 많았지만 대출 규제와 앞으로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곳 중개업자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갈아타기 수요도 진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타운’으로 불리는 서초구 서초동은 아파트 거래 절벽이 인근 원룸과 오피스텔까지 옮겨가고 있었다. 비아파트 집주인들조차 향후 규제를 우려해 거래에 소극적이 되면서 살 곳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 단지는 최소 30억원대 이상으로 젊은 실수요층이 사기엔 어려운 동네다. 6~7평 원룸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95만원 수준이다. 이 지역의 한 중개사는 “최근 자녀들을 둔 30·40대쯤 되는 가장이 인근 단지에 살다가 전세가 오르면서 밀려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해 달라고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자녀들 학군 때문에 어떻게든 근처에 머무르려 했는데 결국 원하는 조건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도미노 충격’ 어디까지 갈까
초고가 시장에서 확인한 전월세 충격이 어디까지 옮겨갈지 아직 미지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외곽까지 충격이 갈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2013년 ‘렌트푸어’라는 말이 나올 당시에도 ‘강남 충격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간다’고 설명하곤 했다. 이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그때는 내가 사는 집 전세금이 오르니 내가 세 준 집 전세금을 올리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실거주할 테니까 나가라’는 거다. (세입자 입장에서) 아이를 그 지역 학교에 보내는데 어떻게 쉽게 이동할 수 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조효석 정진영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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