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부터 수급, 초과세수 100조 활용"…AI와 인간이 합작한 국민연금 개혁안

세종=오유교 2026. 8.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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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대표적 난제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인간 전문가와 인공지능(AI)이 머리를 맞대는 정책실험이 펼쳐졌다. 단순 통계 예측을 넘어 실시간 투표와 주관식 텍스트를 분석한 AI가 갈등을 중재하고 현실적인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설계자(Policy Designer)'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250명의 참가자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연금 개혁안 3가지를 평가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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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 전문가들이 마련한 AI 합작 모델 실증
전문가 의견 평가→AI가 새로운 대안 제시
수급연령 상향, 초과세수 활용 결론 도출

한국사회의 대표적 난제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인간 전문가와 인공지능(AI)이 머리를 맞대는 정책실험이 펼쳐졌다. 단순 통계 예측을 넘어 실시간 투표와 주관식 텍스트를 분석한 AI가 갈등을 중재하고 현실적인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설계자(Policy Designer)'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정책학회는 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하계학술대회를 열고 '연금개혁-AI숙의민주주의정책실험'이라는 특별기획 세션을 진행했다. 지난 3월부터 양재진 연세대 교수, 김태일 고려대 교수, 민주홍 강원대 교수, 민효상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 등 연금 전문가팀과 안준모 고려대 교수, 홍아름 경희대 교수, 양병석 넥스테인 대표 등 AI 전문가팀을 구성해 독자적인 추론·평가 모형인 'KAPS Policy Decision Model'을 구축했다. 이날 세션은 이 모델을 실제 현장에서 250명가량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었다.

현장 과부하 속 도출된 실시간 D안…"68세부터 수급·초과세수 100조 활용"
정책실험에서 현장 참여자들이 주관식 텍스트로 입력한 결과값을 AI가 5가지로 분류했다. 오유교 기자.

이날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주요 AI 엔진인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3',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가 함께 투입되어 거대언어모델(LLM) 간 협업 및 검증 시스템을 가동했다. 250명의 참가자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연금 개혁안 3가지를 평가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문가팀이 제시한 3개 대안은 지난해 개혁(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을 바탕으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항구적 적립금 유지 방안이었다. A안(안정형)은 수급연령 65세 유지 및 기금 목표수익률 5.5%에 매년 GDP 0.6%의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이다. B안(재정 절감형)은 수급연령을 68세로 올리고 초기에 초과세수 100조 원을 투입한 뒤 매년 GDP 0.25%를 투입하는 안이며, C안(수익 극대화형)은 수급연령 68세 상향과 함께 목표수익률 6.0% 달성(별도 국고투입은 없음)을 전제로 했다.

이날 AI가 수집된 주관식 의견을 분석해 3개 LLM의 교차 검증을 거쳐 현장에서 최종 도출한 실시간 'D안'은 소득대체율 43%·보험료율 13% 유지, 수급개시 연령 68세 상향, 목표수익률 5.5%, 초과세수 100조원 투입 및 매년 GDP 0.3%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팀의 B안과 유사하지만, 시민들의 재정 안정 요구를 반영해 매년 투입되는 국고 비중을 세밀하게 조정한 '현실적 절충안'이다. 연금전문가팀 김태일 교수는 "AI가 도출한 D안은 재정 투입 비율을 시민들의 선호도와 연결해 재조정한 변형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동시 접속 과부하로 진행 혼선…"숙의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 발견"
정책실험 과정에서 AI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도출한 D안. 오유교 기자.

다만 국내 최초의 실시간 정책실험이었던 만큼 현장에서는 기술적 진통도 뒤따랐다. 250여 명의 청중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무선 네트워크(Wi-Fi) 지연과 서버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총 10단계로 예정됐던 참여 과정 중 일부가 진행되지 못했다.

AI 전문가팀 홍아름 교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을 막기 위해 3겹의 가드레일과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을 적용해 엄격한 규칙 내에서만 대안을 찾도록 설계했다"며 "사전 검증 시 모의실험과 달리, 현장에서 대용량 동시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적 한계는 향후 보완할 과제"라고 했다.

시스템 과부하라는 한계 속에서도 이번 실험은 AI가 연령·소득 구간별 이해관계 대립을 줄이는 '갈등 완화 장치'이자 '숙의 촉진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 회장은 "전문가 연구에 두 달 이상 걸리던 대안 수립 과정을 AI의 도움을 받아 시민 250명의 의사를 반영해 1시간 만에 압축적으로 수행해낸 의미 있는 시도"라며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숙의 촉진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학회 측은 현장 트래픽 문제로 미처 완결 짓지 못한 최종 데이터 분석을 보완하여 학회 홈페이지에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및 온라인 데이터를 종합해 오는 추계학술대회에서 'AI 기반 정책거버넌스' 논문으로 정식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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