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품격도 메이저리거… LG 웃게 만드는 카라스코

김효경 2026. 8. 12. 14: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 사진 LG 트윈스

실력도 품격도 메이저리그급이다. LG 트윈스가 카를로스 카라스코(39·베네수엘라) 덕분에 웃는다.

LG는 후반기를 앞두고 MLB 통산 112승을 올린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영입했다. 카라스코는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퍼펙트로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렀다. 2-2 무승부로 끝나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첫 승리를 수확했다. KBO리그 간판 투수 안우진(5이닝 2실점)과 맞대결에서 거둔 귀중한 승리였다. 폭염으로 인한 휴식기 이후 첫 경기를 잡으면서 LG는 후반기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카라스코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45.6㎞로 리그 평균 수준이디. 하지만 슬라이더, 싱커,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한다. 제구력이 좋아 LG가 기대했던 ‘우완 류현진’다운 모습을 뽐냈다. 김정준 LG 수석코치는 “‘투구란 이런 거구나’라는 느낌”이라고 했다.

카라스코가 돋보이는 건 실력 외적인 부분까지 뛰어나서다. LG 주장 박해민은 “정말 기본기가 잘 돼 있고, 팀원들을 배려할 줄 아는 선수”라고 했다. 박해민은 “플레이가 끝나면 카라스코가 마운드 뒤쪽으로 내려와 모든 야수가 제자리로 갔는지 확인한 뒤 마운드에 오른다”고 했다. 카라스코는 “마운드엔 나 혼자 서 있지만, 내 뒤에서 수비해 주는 동료들이 준비됐을 때 던지려 한다. 동료들에 대한 깊은 존중이자 나만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2년차 투수 김영우는 “웜업을 할 때 보통 물병은 막내들이 치우는데, 카라스코는 같이 한다. 매트 같은 운동기구도 직접 나른다. 더그아웃에 설치된 (코끼리형)이동식 에어컨은 물이 차는데, 그것도 직접 뺐다. 직원들이 하거나 후배들이 하면 되는데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나도 나중에 ‘저런 선배,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G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 사진 LG 트윈스

투수들과의 대화도 스스럼 없이 한다. 어린 선수들이 기술적인 질문을 많이 하지만, 전혀 귀찮아 하지 않고 설명해준다. 같은 외국인 투수인 앤더슨 톨허스트, 투수조장인 임찬규와도 서로의 공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카라스코는 첫 등판에서 주전 박동원이 아닌 백업 이주헌과 배터리를 이뤄 7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그런데 열흘 뒤엔 박동원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포수들의 체력 안배, 팀 상황에 따른 기용도 묵묵히 받아들였고 둘 다 좋은 결과를 냈다. 카라스코는 “이주헌과 박동원 모두 훌륭한 포수다. 포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완벽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이 있다. 클레멘테는 1972년 대지진으로 어려움에 빠진 니카라과에 구호 물자를 싣고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경기장 안팎에서 사회활동에 힘쓴 선수에게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수여한다.

카라스코도 2019년 이 상을 받았다. 백혈병을 앓았던 그는 투병중에도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어린이 환자를 방문하고 지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독서 활동을 장려했다. 노숙자, 미혼모, 퇴역 군인 등을 위한 봉사도 이어왔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선한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