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창고에 ‘시신 냉장고’…600억 돈벌이 된 日고독사, 왜

유성운 2026. 8. 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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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부 아라시야마의 전통 묘지 모습.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화장한 유골을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가족묘에 안치하고, 주로 집안의 장남이 묘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로 관리가 필요한 묘지는 늘어나는 반면 이를 돌볼 의사와 여력이 있는 젊은 세대는 줄면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응해 최근에는 유골을 일정 기간, 통상 최대 30년가량 보관하는 현대식 실내 납골시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망자는 늘고 있지만 장례를 맡을 가족은 줄고 있다.

고령화로 연간 사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혼자 사는 고령자와 가족관계가 단절된 사람도 늘어난 일본의 현실이다.
무연고자 장례를 떠맡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신 운구부터 보관, 화장과 납골까지 저가에 진행하는 이른바 ‘무연고 사망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은 한 장례업체가 도쿄·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 등 수도권 지자체 복지 부서를 상대로 건당 16만5000엔(약 146만5000원)짜리 시신 처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대상은 생활보호 수급자를 포함해 가족이나 인수자가 없는 고령자의 시신이다.

실제로 메모리얼장제라는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16만5000엔에 시신 안치와 드라이아이스 처리, 간토 전역 150㎞ 이내 운구, 입관, 관공서·화장장 수속 대행, 유골 5년 보관과 납골·영구 공양까지 포함한다고 적혀 있다. 업체 대표는 아사히에 ‘수도권 지자체에서 1000건 넘게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민간업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일본에서는 생활보호 수급자가 숨졌지만,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화장 비용 등을 부담한다. 수도권의 지원 상한은 약 21만엔(약 186만5000원)이며, 납골이나 영구 공양에는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해당 업체는 기존 지원 상한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사후 절차까지 일괄 처리한다. 고령화로 관련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지자체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일본 냉장설비업체 다쓰미공업이 제작한 시신 안치용 냉장고. 기사에 등장하는 장례업체와는 관계가 없다. 사진 다쓰미공업 홈페이지

업체 측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주택가 창고에 시신 냉장고를 설치했다. 저렴한 공영 화장장에 자리가 날 때까지 시신을 자체 보관하면 다른 장례업체에 지불할 안치료와 드라이아이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는 일본 사이타마현의 한 주택가에 간판도 없는 조립식 창고 안 대형 냉장고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넘겨받은 시신들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 업체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일본 주요 69개 시·구가 처리한 무연고 시신은 2018년도 8800구에서 2022년도 1만1602구로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체 사망자가 136만2470명에서 156만9050명으로 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일본 정부가 처음 실시한 전국조사에서는 2023년 인수자가 없어 지자체가 화장·매장한 시신이 4만1969구로 추산됐다. 전체 사망자의 2.7%, 약 38명 중 1명꼴이다.

지자체는 이들 시신의 운구와 보관, 화장·납골 실무를 민간 장례업체에 위탁할 수 있다. 4만1969구가 모두 민간업체에 맡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잠재적 수탁 대상인 셈이다.
아사히가 보도한 시체 1구당 16만5000엔을 단순 적용하면 연간 잠재 수주액은 약 69억엔(약 612억 7600만원)에 달한다.

일본 도쿄의 다층식 납골당 겸 불교 사찰인 구라마에료엔(蔵前陵苑)에 유골함을 담은 ‘즈시(厨子)’ 상자들이 창고형 산업용 적재 선반에 보관돼 있다. AFP=연합뉴스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3621만명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했다. 후생노동성의 잠정 집계에서 2025년 사망자는 158만9489명이었으며, 정부 추계로는 2040년쯤 약 168만명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관리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장례업을 시작하는 데 별도의 허가나 공적 자격은 필요하지 않다. 시신 안치시설의 온도와 위생, 유골 보관 방식에 관한 규정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한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3316명에서 2024년 6139명으로 85.1% 증가했다. 2024년 무연고 사망자의 76%는 가족이나 친척이 시신 인수와 장례를 포기하거나 그 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긴 경우였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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